세이브더칠드런 소식지 가을호(164)
[지원후기]아름이의 일곱 번째 겨울이 더 따뜻하기를
202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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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원캠페인 ‘구십 그리고 일곱, 증조할머니와 아름이’의 아름이를 만나고 왔습니다. 일곱 살 아름이는 팔십 구세 증조할머니와 귀가 들리지 않는 증조할아버지와 살고 있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으로 명랑한 아름이(가명)이지만 화장실에 들어가기를 무서워했습니다. 집안 곳곳에 핀 곰팡이가 화장실에도 퍼져 있고, 어른 손가락 마디만 한 민달팽이가 기어다니기 때문입니다.
“집 없는 달팽이가 욕실에 많이 나와
아름이가 화장실을 안 간다고 그랬어요.
나도 무서운데 아름이는 기겁하지.
나이도 먹고 돈도 별로 모아놓은 게 없어
공사를 못했는데,
(화장실을) 고쳐서 너무 감사하죠.
저 선생님이 설명도 잘해주고.
선생님이 제일 고마워.”
할머니의 가장 큰 고민을 덜어준 ‘저 선생님’은 전북가정위탁지원센터의 아름이네 사례관리 담당자입니다.
치과 치료로 시작된 인연
전북가정위탁지원센터는 전라북도내 위탁가정 지원과 위기가정 사례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아름이네도 증조할머니가 양육하는 위탁가정으로 아름이의 치과 치료를 지원하며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가정 방문 활동으로 할머니의 고민을 알게 된 담당자가 캠페인을 제안드리고, 제작 과정도 자세히 설명해 드린 결과로 후원캠페인이 진행됐습니다. 캠페인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여쭤봤습니다.
“화장실 수리를 해야 하니까. (아름이가) 씻으러
들어가지를 못하니까.
전기세도 그렇고.
우리끼리 살면 (전기도 난방도)아껴 쓰겠지만.
아름이가 있으면 아낄 수가 없잖아요.”
여름에는 더워도 참고, 겨울에는 기름값을 아끼며 생활하셨다는 할머니. 그렇지만 아름이가 유치원에서 돌아와 텔레비전도 보고, 한여름에 할머니랑 동네 산책을 하고 돌아오면 시원한 에어컨 바람도 쐬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화장실만큼이나 걱정이던 전기세, 난방비 걱정을 태양열 패널을 설치해 해결했습니다. 이제 기름보일러의 기름값 걱정 없이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습니다. 곰팡이가 핀 거실, 주방, 방도 깨끗한 벽지로 도배했습니다.
“집에 너무 큰 돈이 들어갔으니까
후원해 준 분들한테 감사하고,
잘 설명해 주신
선생님한테 감사하고… 아름이한테도 말해요.
나중에 커서 어려운 사람들 도와주라고.”
아름이는 깨끗해진 화장실에 갈 때마다 ‘기분이 상쾌하다’고 말합니다.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벽지로 도배한 방에서는 할머니와 떨어져 혼자 잡니다. 낯을 가리던 아름이가 슬그머니 다가와 포켓몬 카드를 꺼내 보여줬습니다.
“아름이 방 소개해 줄래요?” 라고 말을 건네자 기다렸다는 듯이 방 구석구석 아끼는 물건을 꺼냈습니다. 안고 자는 미니언즈 인형, 책꽂이에 모아둔 포켓몬 카드, 캐릭터 열쇠고리, 동전지갑 등 아기자기한 자랑이 이어졌습니다. 그 모습이 참 귀엽고 사랑스러웠습니다. 취재를 간 제게는 헤어질 때쯤 자랑을 늘어났지만, 전북가정위탁지원센터의 사례관리 담당 선생님과는 종이접기도 하고, 책도 읽었습니다. 두 달에 한 번 가정방문으로 오고 가며 쌓인 친밀감이 느껴졌습니다.
가정 방문을 통해 증조부모가 아동을 잘 양육할 수 있도록 양육코칭, 부모교육, 상담 및 사례관리, 후원물품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사례관리를 통해 위탁가정 및 아동의 욕구를 파악하여 다양한 자원을 연계하고 물품들을 지원합니다. 쑥쑥 자라는 아름이에게는 옷, 이불, 한글 공부에 도움이 될 책이 전달됐습니다.
할머니의 행복
인터뷰 내내 할머니는 ‘감사하다’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후원자분들에게도 감사하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는 할머니. 할머니가 ‘행복’이라고 말씀하신 순간은, 아름이가 멋진 차만 보면 말하는 약속을 이야기할 때였습니다.
“아름이가 길에서든 티비에서든
멋진 차만 보이면 얘기해요.
할머니 내가 나중에 저 차를 사서
운전도 배워서 할머니 앞자리에 태워 줄게.
예쁜 드레스도 사주고, 멋진 가방도 사줄게.
그라믄 제가 그러죠.
‘할머니는 너무 행복하다’ 그러죠.”
할머니는 행복한 표정으로 활짝 웃었습니다.
할머니의 소중한 행복인 아름이는 후원자분들의 관심과 성원으로 한글 공부도 하고, 내년 초등학교 입학식에 입을 새 옷도 마련했습니다. 이 모든 변화에 함께 해주신 후원자님 감사합니다.
미디어팀 문지은
사진 세이브더칠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