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의 첫 만남
세이브더칠드런이 코트디부아르에서 학교 밖 청소년들을 지원한 건 2020년부터니까 올해로 벌써 4년째입니다. 그런데 제가 이 사업을 맡게 된 게 작년부터여서 이번 출장이 저의 첫 코트디부아르 방문이었어요. 코트디부아르는 서아프리카에 있는데요. 바로 가는 항공편이 없어 두 군데 경유지를 거쳐 22시간이 걸렸습니다. 긴 비행시간에 조금 지치기도 했지만 그래도 아이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도착해서 공항을 나서자마자 한국의 한여름이 생각날 만큼 더운 날씨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코트디부아르의 수도가 바다 근처에 있어서 그런지 제가 갔을 때는 우기 직전이라 무척 덥고 습했어요. 숨이 턱턱 막히는 날씨에 수도에서 몇 시간을 달려 아방그루와 봉구아누 지역의 청소년들을 만나러 갔습니다.
학교 밖에서 배우는 희망
코트디부아르는 인구 절반이 20대 이하일 정도로 젊은이들이 많은 국가입니다. 그런데 중학교를 졸업한 25세 이상 인구는 4분의 1도 되지 않습니다. 많은 청소년이 경제적 어려움이나 진급의 어려움으로 초등학교, 중학교를 그만두게 됩니다. 학교를 그만둔 아이들은 일거리를 찾아 대도시로 이동하거나 사금 채취, 마약 재배와 같은 불법적인 일에 빠지기도 하죠. 어린 나이에 임신하는 아이들도 많고요. 세이브더칠드런은 2020년부터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함께 코트디부아르의 14세~24세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역량을 쌓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소년들은 읽기와 쓰기를 배우고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진로를 탐색하는 시간을 보냅니다. 이 과정에서 취업을 선택한 청소년들은 마을 소상공인에게 미용이나 재봉, 목공, 제빵 등 기술을 배울 수 있고, 창업을 희망하는 청소년들은 필요한 자원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작은 성공을 모아 일구는 미래
이번에 만난 청소년들도 3년 넘게 취업 훈련과 창업 과정을 포기하지 않았던 친구들입니다. 학교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는데, 교실 안이 너무 더워서 운동장 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무슨 일인지 궁금한 마을 주민들과 아이들도 덩달아 주변을 둘러쌌습니다. 마을이 들썩들썩해져서 혹시라도 이야기하려는 청소년들이 수줍어하거나 말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었는데 기우였습니다. 반짝이는 눈에 자신감이 가득하더라고요.


“가장 도움이 된 건 읽고 쓰는 법과 계산하는
법을 배운 거예요. 전에는 제 이름을 못 썼거든요.
수학을 배우니까 재봉 일을 할 때도
길이를 재고 계산도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아펠(Apelle)


“처음에는 달걀을 팔았어요. 이제는 케이크를
만들어서 팔고 있어요. 다른 친구는 더워서
힘들다고 포기했는데 저는 그만두지 않았어요.
이제 친구들이 저를 부러워하죠.”
–베니(Benie)


“중학교를 그만둔 후 재봉 일을 정말 하고 싶었는데
세이브더칠드런 덕분에 재봉 일을
배울 수 있었어요. 제 꿈은 부모님의 삶을
바꾸고 가난에서 벗어나는 거예요.”
–쿠아(Koua)
청소년들은 빨리, 쉽게 돈을 벌고 싶다는 마음에 6개월 이상 걸리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망설이게 되기도 하고요. 그런데도 이 과정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는 프로그램에서 작은 성공 경험들을 쌓았기 때문입니다. 자기 이름을 쓰고,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보는 경험, 자의 눈금을 읽게 된 후 자신감 있게 재봉 기술을 배운 경험이 모여 자립이 이루어집니다. 단순히 교육을 받는 것뿐만 아니라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내가 누구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도 직업을 찾는 데 큰 힘이 됩니다.
이미 자립해서 성인이 된 청소년들은 저축한 돈으로 사업을 확장하거나 땅을 구입하는 등 경제적 기반을 더 탄탄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를 모아보면 프로그램에 참여한 2,000여 명의 청소년들이 가져올 변화는 얼마나 커질까요? 성공적으로 프로그램이 운영되도록 수업에 빠진 아이들의 집에 방문해 상황을 살피고, 부모님들이 반대하지 않을 수 있도록 설득하는 과정에 함께한 현지 직원과 마을 주민들의 애씀과 열정이 얼마나 큰지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올해 4월부터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협력해서 라메 지역에서 청소년 지원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먼저 자립한 청년들이 또래 멘토링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운동장 나무 그늘에서 만난 청소년들에게 혹시 멘토링에 참여해 보고 싶은 사람이 있는지 물어봤는데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손을 들더라고요. 또래 친구의 경험이 또 다른 청소년들에게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 앞으로가 더 기대됩니다. 코트디부아르 청소년들이 포기하지 않고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도록 많이 관심 가져주시고 응원해 주세요!


글 국제사업 2팀 박현진
편집 미디어팀 한국화
사진 세이브더칠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