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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가 통제로 전락”
세이브더칠드런, 가자지구 긴급 모금 시작
2025. 6. 02.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무력 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긴급 모금을 시작한다.
이번 모금은 이스라엘 정부가 2025년 4월 말 발표한 ‘군 주도의 구호물자 분배 체계’ 시행 이후 결정된 조치다. 새롭게 시행된 체계에 따르면 민간인들은 생존에 필요한 식량과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 무장 병력이 배치된 지역까지 이동해야 한다.
특히 노인, 부상자, 보호자가 없는 아동 등 취약한 사람들은 장거리 이동과 무거운 물품 운반이 어려워 구호에 접근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배분 과정에서도 얼굴 인식이나 생체 정보 검사 등이 이뤄지는 것에 대해 현지에서는 인도적 지원이 통제의 수단으로 바뀌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 중동·북아프리카 및 동유럽 지역 사무소장 아흐마드 알헨다위는 “가자지구의 많은 가족들이 굶주림에 남을지, 위험을 감수하고 이동할지를 선택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라며, “구호를 받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하는 현실은 명백히 비인도적”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현재 가자지구 인구 210만 명 중 93%에 달하는 인구가 기아 위기에 놓여 있으며, 5세 미만 아동 약 7만 명이 향후 11개월간 급성 영양실조에 걸릴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전면 봉쇄가 11주째 이어지면서 식량, 물, 의약품 등 생존에 필수적인 물자의 반입이 사실상 중단됐다. 세이브더칠드런은 “기존 인도주의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살릴 수 있었던 아이들이 굶주림 속에서 죽어가고 있다”고 경고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최근 거론된 가자 인도주의 재단(GHF)과의 협력 보도에 대해서도 “어떠한 협의나 동의도 없었으며, 해당 체계는 인도주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며 선을 그었다. 이어 “군 주도의 새 구호 체계는 인도주의 원칙을 훼손하고 정치적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동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는 “지금 가자지구에서 필요한 것은 새로운 시스템이 아니라 기존 인도주의 체계가 방해받지 않고 작동하는 것”이라며, "정치적 개입보다 아이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스라엘 정부와 국제사회는 인도주의 원칙과 국제 인도법을 준수해 긴급 구호가 즉각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이브더칠드런은 1953년부터 팔레스타인 아동을 지원해 왔으며, 오랜 파트너들과 함께 보건, 영양, 아동보호 등 긴급구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영양실조 치료식과 특수 의료 물품 등 주요 구호 물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현장에 필요한 물품을 신속히 전달할 수 있는 물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한편, 세이브더칠드런은 가자지구 아동과 가족을 돕기 위한 긴급구호 모금을 진행 중이다. 모금은 세이브더칠드런 홈페이지, 네이버 해피빈 모금함, 카카오 같이가치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