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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권리영화제 인터뷰 ③] 손경이 대표, “젠더 감수성이 풍부한 어른이 아이들의 꿈을 키워줘요”

2018.11.22

영화 <빌리 엘리어트> 주인공인 소년 빌리는 튀튀를 입은 소녀들 사이에서 발레를 배운다. 빌리는 동성애 성향을 지닌 친구 마이클 집에 놀러 가 여자 옷을 입고 화장을 하며 놀기도 한다. 시대적 배경은 1984년. 권투를 가르쳐 빌리를 ‘남자답게’ 키우려던 아버지는 이런 빌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꿈을 반대한다. 30년이 흐른 오늘날 부모들은 이런 빌리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tvN <어쩌다 어른>에 출연해 화제를 일으킨 성교육 전문가 손경이 대표와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안녕하세요, 손경이 대표님! tvN <어쩌다 어른>에서 성교육 강의하시는 모습을 봤었는데 존중과 인간관계라는 측면에서 접근하셔서 인상깊었습니다. 이번 아동권리영화제 시네마토크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짧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젠더 감수성, 관계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손경이관계교육연구소 대표입니다. 저는 대표라고 소개하는게 좋은데요. 제가 제 자신을 대표한다는 뜻을 담아서 모두가 자기 자신을 대표하는 ‘대표’로 불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강의뿐 아니라 젠더·관계 교육사업을 하고 있어서 소속 강사들을 양성하고 파견하고 관련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어요. 7~8년 전부터 자문으로 위촉되어서 성폭력 조사, 진행, 징계까지 지원하고 있습니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 시네마토크 참여 제안을 받으셨을 때 어떠셨어요? 

영화 <빌리 엘리어트>를 처음 봤을 때는 ‘꿈’이라는 측면에서 봤는데 젠더 관점에서도 볼 수 있는 영화더라고요. 빌리가 발레를 좋아하는데 발레가 남자답지 못하다며 아버지가 반대하잖아요. 젠더에 대한 이해에 따라 관계 소통이 안돼서 꿈을 잃을 수도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있어서 현재 시점에서도 고민해볼 거리가 있는 작품이에요. 
제가 관계 교육 강사라고 했잖아요. 젠더라는 게 관계에 영향을 미쳐요. 부모가 아이에게 “너 남자애가, 계집애가 왜 그런 걸 해?” 이런 말을 하면 아이는 결국 자신이 원하는 진로를 포기할 수도 있어요. 성 역할, 고정관념, 편견, 갈등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아이가 자라나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수없이 많은 젠더 갈등에 맞닥뜨리게 될 거에요. 예를 들어 이수역 폭행사건, 미투 사건도 젠더적 소통이 안돼서 생겨난 일들이에요. 결국 남녀 갈등이 아니라 의식 차이에요. 물론 여성 중에도 젠더 의식이 낮은 사람이 있어요. 나이가 어려도 젠더 의식이 낮은 사람이 있고, 나이 많지만 젠더에 대하여 공부해서 의식이 높은 사람이 있고요. 요즘에는 관계를 설명하는데 젠더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어요. 제가 시네마토크에 참여하는 영화 <빌리 엘리어트>는 꿈과 젠더, 두 가지를 다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은 영화에요.

대표님 동생분들이 성 역할 고정관념에서 자유로운 직업, 취미를 갖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제가 첫째 딸이고 그 아래 남동생, 여동생이 있는데요. 저는 성교육 강사이고 과거에 남동생은 건축회사를 다니는데 살사, 룸바를 배워서 대회도 나가고 상도 타오고 하더라구요. 거기다 예전에 여동생은 공대 출신에 자동차 배워서 관련 자격증까지 있어서 우리 아빠가 저희 셋을 보면서 신기해하셨어요. 첫째는 그 많은 교육 중에 성교육이냐고 여자가 무슨 성(에 대해 말하)이냐고, 둘째는 건설회사 다니다가 무슨 춤이냐고, 막내는 꼬마라고 생각했는데 자라더니 선머슴이 돼서 차를 만진다면서. 이제는 각자 좋아하는 거 해줘서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아빠가 뭐라 하든 말든 하고 싶은 거 하는 삼 남매죠. 부모님 허락 안 해줘도 (각자가 원하는 것들이) 그만큼 간절했다고 해야 할까요. 간절하니까 막 나가기도 하고 떼써보고 울어보고 그렇게 투쟁했던 것 같아요.

대표님 삼 남매 이야기와도 연결되는 부분인데요. 영화에서 빌리가 아버지의 반대로 발레리노가 되려는 꿈을 잃을 위기에 처하지만 꿈에 대한 열망으로 극복하는 내용이 담겨있어요. 빌리 같은 아이들을 만나 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제가 예전에 중학교 상담교사였어요. 우리나라는 중학교 2학년 때 특별 이수과정처럼 집단상담 과정이 있는데 꿈을 적는 칸이 있어요. 아이들이 꿈 없음, 아직 잘 모르겠음, 막연하게 되고 싶은 걸 다 적어요. 그런데 한 아이가 안 쓰고 있어서 왜 안 적는지 물어보니까 저에게 이렇게 물어보는 거예요.
“부모님이 원하는 걸 적을까요, 제가 하고 싶은 걸 적어야 하나요?”
네가 원하는 것을 적으라니까 도저히 못 적겠대요. 가수 이렇게 적고 괄호 안에 의사라고 적더라고요. 아이가 그렇게 묻는데 마음이 아팠어요. 이제 앞에 나가서 발표해야 하는데 꿈을 적고 나니까 더 힘이 없는 거예요. 반 아이들에게 이 아이가 꿈을 적었는데 엄마 아빠는 의사가 되라고 하고 얘는 꿈이 가수인데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물어봤어요. 낙천적인 한 아이가 노래 부르는 의사가 되면 좋겠다고, 의사 돼서 너 하고 싶은 거 다하라고, 넌 공부 잘하잖아,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친구들이 이 아이를 인정하면서 가수라는 꿈도 인정한 거예요. 이 아이는 두 가지를 겸할 수 있다는 생각을 못 한 거예요. 가수 의사 돼서 소아병동이나 아이들 모아서 공연을 하고 싶다고, 거기서 자기가 하고 싶은 노래하고 싶다고 발표했어요. 40분 수업인데 30분 만에 답을 찾아서 아이 눈빛이 이미 꿈을 다 이룬 것처럼 눈빛이 빛나고 행복해 보였어요. 아이들끼리 이야기 주고받으면서 서로 지지해주고 치유하더라고요. (서로가 가진 꿈을) 무시하지 않더라고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배워야 해요.


자기결정권을 잃고 사는 사람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을까요?

자기 확신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자기 능력을 시험해보는 거잖아요.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해봤으면 좋겠어요. 매번 성공할 수는 없지 않나요. 저도 실패, 실패, 실패를 거듭해서 성공했으니까. 그런데 그건 실패라고 할 수 없어요. 노력이죠. 노력해서 나중에 결과물이 나오길 바라요. 선배들 찾아가서 진로를 한 번 더 그려봤으면 좋겠어요. 모델링 하는 거죠. 선배들 이야기 듣는 것과 듣지 않는 것은 너무 다르거든요.
 


‘스스로의 삶을 살 권리’에 대해 시네마토크를 진행하실 텐데 어떤 이야기를 해주실 수 있을까요?

뒤늦게 찾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가고 싶은 곳 가고, 하고싶은 강의를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한 거예요. 아들이랑 서로 자주 물어요. “오늘은 행복해?” “오늘 엄마 행복해.” “너는 행복해?” “응, 나도 전시 잘 끝났어.” 스스로의 삶을 누리다 보면 행복감이 오더라고요. 내가 행복한지 상태를 체크해보는 노력도 필요한 것 같아요.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나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해요. 아들이 사진작가인데 어느 날은 “오늘 안 행복해.” 사진을 너무 잘 찍는 애를 봤대요. 뒤처진 것 같고 도태되는 것 같아서 슬프대요. 두 달간 힘들어했어요. 무슨 말을 해도 못 듣더라고요. 술도 안 마시던 애가 술 먹고 들어오고 사진도 안 찍고 방구석에서 영화 보고 그랬어요. 그러다 결국 스스로 깨닫더라고요. 자기가 그 애한테 배운 걸로 하겠다고, 그 애로 인해서 자기가 더 성장하겠다고 하더라고요. 한 번은 거쳐야 할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걔는 걔 인생, 나는 내 인생, 이렇게 분리하는데 시간이 걸렸어요. 그러고는 털고 일어나서 카메라 들고 (사진 찍으러) 나가더라고요.

관객분들이 영화와 시네마토크에 참여한 뒤 어떤 마음으로 돌아가면 좋을까요?
나이, 교육, 철학, 의식, 경제. 관계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에요. 서로 다르고 존중하지 못할 경우,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갈등을 일으키죠. 이 요소들 사이에 젠더도 역시 포함돼요. 젠더감수성이 떨어지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내 방식으로 타인을 이해하다 보니 갈등이 생기는 거죠. 영화에서도 아버지가 아들의 꿈을 가로막는 부분이 생긴 거고요. 
젠더가 일상생활 곳곳에 영향을 미치니까 남녀노소 다 같이 젠더 공부하고 관계 개선하고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자기 꿈을 찾아가면서 지지하고 보러 가고 응원해줬으면 좋겠어요.
젠더는 연애, 섹스가 아니라 인품이에요.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방법이에요. 젠더 교육은 인성, 인권, 인품 교육이에요. 인품을 지닌 사람을 존경하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좋은 아이들을 만들려면 좋은 인품을 지닌 어른들이 필요해요. 아이들이 문제가 아니에요. 저는 도대체 어른이 뭘까 고민했어요. 어른도 배워야 하고 어른다워야 해요. 아이들이 보고 있거든요. 하지 말라면서 다 하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무엇을 알려주고 가르쳐줄 수 있을까요?


젠더 의식을 키우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무엇보다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젠더 교육을 해야 할 것 같고요. 젠더 공부를 하는 소모임에 가거나 관련 도서, 영화를 접해 보시는 것도 좋아요. 슈렉도 젠더 애니메이션이에요. 피오나 공주가 예쁜 모습이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모습을 가지잖아요. 공주는 예쁘다는 고정관념을 깬 애니메이션이죠. 요즘 <최고의 이혼>이라는 드라마를 보게 됐는데요. 극중에서 남자가 헤어진 전 여자친구를 따라다녀요. 다른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로맨틱하게 그리는데 여기서는 여자의 가족들이 나서서 그것은 폭력이라고 알려줘요. 데이트 폭력이 어떤 것인지 가감 없이 보여주는 드라마예요. 신고하는 장면까지 있었고요. 더불어 여성을 성적 주체성으로 적극적인 의사 표현하는 일상의 장면과 스스로 노력하는 본인의 꿈을 이루는 장면과 결혼. 이혼 등 다양한 가족을 고민하는 젠더 드라마에요. 저럴 때 저렇게 해야 하는구나, 알게 되죠. ‘낯선 것은 익숙하게, 익숙한 것은 낯설게’라는 말이 있어요. 익숙하면 안일해지고 편견이 생기고 자기 틀을 만들고 그 잣대를 (다른 이들에게) 들이대게 돼요. 존중감이 없어져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낯선 것들을 경험하면서 시야를 넓히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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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하윤(미디어커뮤니케이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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