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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 함께하는 체벌이야기, 『사랑해서 때린다는 말』 출간 기념 북토크
2018.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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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첫 한파주의보가 내린 12월 5일 저녁, 최인아책방에서 다시 만난 반가운 사람들의 목소리가 추위를 녹이는 것 같습니다. 2017년 ‘인문학으로 바라본 체벌 이야기’ 강연을 엮은 도서 『사랑해서 때린다는 말』(출판사:오월의봄)의 저자 다섯 분 중 김지은 아동문학 평론가와 구형찬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이 서울에서 열린 북토크에 함께했습니다. 북토크에는 책과 글쓰기 수업을 통해 사회적 약자들이 목소리를 내도록 돕는 은유 작가도 토론자로 참석했습니다.


 (왼쪽부터) 북토크에 참여한  은유 작가, 구형찬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 고우현 세이브더칠드런 매니저


먼저 책에 쓰인 내용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린이를 사랑한다면 단 한 대도 때려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책에서 말한 김지은 평론가는 북토크에서도 “다시 태어나면 정말 한 대도 안 때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라며  체벌의 범위를 단순히 몸을 때리는 것 이상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문을 쾅 닫거나 물건을 내리치는 행위가 훈육과 무관하게 아이에게 분노를 전달하는 또 다른 매질이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늘 부처님이나 천사처럼 이야기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서로에게 오고 가선 안 되는 감정을 자꾸 돌아봐야 해요. 어른들이 생각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아이들도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할지 생각하는 힘을 갖게 됩니다.”


 토론자로 참석한 은유 작가


은유 작가도 이 이야기에 동의했는데요. 퇴근 후 어지러운 집을 보며 방문을 쾅 닫고 설거지를 하면서 화를 분출할 때 초등학생이었던 아이가 가만히 있다가 방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는 에피소드를 들려줬습니다. 눈치를 보며 엄마의 비위를 맞추는 아이의 모습에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고요.

하지만 아이에게 화를 내는 것이 엄마의 인격 수양이 부족한 것처럼 개인의 문제로 환원되어 안타깝다는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엄마들이 왜 화를 낼 수밖에 없을까 질문해보면 가부장제 사회 속에서 여성이 힘들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사노동과 육아, 경제활동이 이중삼중으로 부과되거든요. 게다가 양육 훈련을 받아본 적도 없어서 단순히 화를 내지 말라는 말이 막막하게 느껴집니다.”


 김지은 아동문학평론가


김지은 평론가는 엄마의 체벌 문제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엄마를 양육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과 연관된다고 말했습니다. “엄마는 가정 내에서 억압적인 지위 때문에 분노를 느끼고 동시에 아이를 잘 키우지 못했을 때 훌륭한 도구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불안감에 아이를 더 공격적으로 대하게 됩니다. 체벌 문제를 개인의 인격 수양이라든가 인내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구성원의 동등한 지위 확보 문제로 바라봐야 합니다.

또한 두려움과 슬픔을 가르치는 방법 중 가장 효과적이지 않고 폭력적인 방식이 체벌이라면서 “내가 했던 행위와 그 행위로 일어나는 관계 변화의 두려움을 알려줘야 하지 내 신체의 두려움을 알려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야기로 슬픔과 두려움을 가르쳐달라고 말씀드리고 싶고 이 방식으로 사람들이 체벌로 의도하고자 하는 바를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북토크에서 질의응답하는 청중들과 저자


한 청중은 체벌하는 다른 부모에게 체벌이 잘못된 방법이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을지를 질문했습니다. 실제로 조금만 강한 어조로 체벌에 관해 이야기해도 어떤 부모는 자신의 영역을 침해받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오히려 자신의 상황과 아이의 특성을 말하며 합리화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김지은 평론가는 당구대를 생각하라고 했습니다. 체벌 행위를 직접 말하기보다는 일상 속에서 체벌과 폭력을 반대하는 이야기가 결국 체벌에 대한 생각을 변화시키도록 유도한다는 것입니다. 주변 공으로 원래 목표한 공을 맞히는 것처럼요. 예를 들어 '요새 이런 책이 나왔다는데 맞는 애들이 아직도 많이 있나 봐’라고 말하며 여러 사람들이 체벌을 불편하게 생각한다면 함부로 행동할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폭력의 서사 가운데 우리 모두 어떻게 각자의 자리에서 가로등이 되어 이 문제에 빛을 비출지 고민해야 해요. 최대한 온건한 태도로 체벌이 굉장히 좋지 않다고 여기에서도 얘기하고, 저기에서도 얘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구형찬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


뒤이어 구형찬 연구원은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모르는 상태로 부모가 되다 보니까 온 힘을 들이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회 곳곳에서 감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모들이 양육을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도록 선제적인 교육시스템과 캠페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2017년 '인문학으로 바라본 체벌이야기' 강연을 엮은 책, 『사랑해서 때린다는 말』


체벌 이야기는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밤을 지새울 듯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사랑해서 때린다는 말』 책 한 권에는 담을 수 없는 체벌의 뿌리와 단면, 대안과 향방을 이날 북토크에서 다 이야기할 수는 없었습니다. 다만 ‘사랑해서 때린다는 말’이 존재할 수 없고, 존재해서도 안 된다는 생각을 이어나가는 또 다른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언젠가 체벌이라는 말이 낯선 말이 되기를, 옛말 사전에서만 찾아보는 단어가 되기를 바라면서 『사랑해서 때린다는 말』을 한번 펼쳐 보시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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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화(미디어커뮤니케이션부)  │ 사진 이승재, 세이브더칠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