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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분쟁지역에서 아동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 - 인도적지원 정책포럼
2019.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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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하고 테러, 폭격, 공습, 총격 등 분쟁의 비극이 들려옵니다. 사망자가 수십 명, 수백 명에 달한다는 뉴스 기사의 이면에는 사실 숫자를 넘어서는 더 무거운 분쟁의 비극이 숨어있습니다.  2017년 기준으로 전 세계 아동 다섯 명 중 한 명인, 약 4억 2천만 명 아동이 분쟁지역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쟁의 가장 큰 피해자인 아이들의 이야기는 잘 들리지 않습니다. 

민간인 거주 지역이 전장이 되면서 아이들의 일상도 비극의 최전방으로 내몰렸습니다. 안전이 보장되어야 할 학교, 병원에 대한 의도적인 폭격이 계속되면서 아이들은 신체 상해와 정신적 외상을 입고, 목숨을 잃기도 합니다. 전술 목적으로 학교를 활용해 아동을 징집하거나 성폭력 대상으로 삼고 자살폭탄 공격에 이용하기도 합니다. 굶주림과 질병, 조혼, 인신매매, 아동노동, 학업 중단 등 장기화된 분쟁으로 아이들이 입는 간접적 피해 역시 심각합니다. 

어떻게 하면 분쟁지역에서 아동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 세이브더칠드런과 월드비전은 지난 10월 16일 <분쟁지역 아동보호: 변화를 위한 도전과제>를 주제로 정책포럼을 열고 한국의 인도적지원 정책 방향성과 세부 방안을 고민했습니다.



<분쟁지역 아동보호: 변화를 위한 도전과제> 포럼에 참여한 사람들


“우리의 미래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달려있습니다. 

오늘 분쟁지역의 아이들을 지키지 못하고 빈곤하고 위험한 사회에서 살게 한다면, 

인류의 진보와 지속 가능한 발전은 요원한 일이 됩니다. 

분쟁지역의 아동 보호가 선택사항이 아니라 시대적 책임이 되는 이유입니다.”


기조연설로 포럼의 문을 연 세이브더칠드런 오준 이사장은 분쟁의 성격 변화로 인해 아동이 처한 위기상황과 도전과제를 짚으며 아이들의 보호와 회복을 위한 국제사회의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오준 이사장은 특히 분쟁으로 피해를 입은 아이들의 회복을 위해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는 것이 분쟁의 예방만큼이나 중요하다면서 인도적지원에서 아동보호 우선순위 부여와 재원 부족 문제 해결을 요청했습니다.


 기조연설을 하는 세이브더칠드런 오준 이사장


이어진 1부 발제에서는 세이브더칠드런과 월드비전, 유니세프에서 분쟁지역에서 일어나는 아동 인권 침해 현황을 알리고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첫 연사로 나선 세이브더칠드런 호주의 노라 샤리프 셰프사우니(Norah Charif Chefchaouni) 교육 선임 고문은 “안전이 보장되어야 할 학교와 병원을 의도적으로 공격하는 일이 늘어나 아이들이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다”라며 정신건강과 심리·사회적 지원의 시급성을 강조했습니다. 또 노라 선임 고문은 피해 아동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교육을 통한 심리치료 등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국제사회 모두 ‘안전한 학교 선언(Safe School Declaration)’ 이행에 동참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 호주의 노라 샤리프 셰프사우니(Norah Charif Chefchaouni) 교육 선임 고문


유니세프의 레이첼 하비(Rachel Harvey) 동아시아·태평양지역 아동보호 고문은 분쟁지역에서 공포를 조장하기 위해 아동에게 성폭력, 강간, 성매매와 같은 폭력을 저지르는 일이 전술로 활용된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성폭력 피해를 입은 아동이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돌봄을 받기보다는 비난과 차별을 받는다고요. 레이첼 하비는 “성폭력 피해를 당한 아이들을 비난하기보다는 받아들이고 보호하도록 정부 및 마을 지도자와 끊임없이 대화해야 한다”고 말하며 사회규범과 행동 변화를 위한 장기적인 대응과 피해 아동 현황 파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유니세프의 레이첼 하비(Rachel Harvey) 동아시아·태평양지역 아동보호 고문


마지막으로 월드비전의 린지 호킨(Lyndsay Hockins) 유엔대표부 인도적지원 선임 정책고문은 분쟁 중 아동이 소년병으로 징집되는 문제를 짚었습니다. 호킨 고문은 정부나 무장단체에서 아이들을 강제로 징집하기도 하지만, 극심한 빈곤이나 학교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 아이들을 무장단체에 가담하도록 하는 원인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지역사회가 무장단체에서 풀려난 아이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다시 무장단체 가입이라는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교육을 포함한 심리·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월드비전의 린지 호킨(Lyndsay Hockins) 유엔대표부 인도적지원 선임 정책고문


이어서 ‘한국 인도적지원 정책에서의 아동’을 주제로 한 외교부 다자협력·인도지원과 최지숙 외무사무관의 발제가 있었습니다. 최지숙 사무관은 아동 보호 및 회복 지원을 위한 한국 정부 차원의 노력에 관해 “예산을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올해 개정된 인도적지원 전략에서 여성, 아동, 청소년, 난민 등 가장 취약한 대상을 우선 지원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라며 정부의 노력 외에도 전문 역량을 갖춘 시민사회와의 협력 강화가 중요하다고 피력했습니다. 


마지막 토론 세션에서는 이경신 전 커뮤니티 월드 서비스 아시아 프로그램 디렉터를 좌장으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장은하 국제개발협력센터장과 한국월드비전 남상은 옹호·시민참여팀장, 유엔 난민기구(UNHCR) 한국 대표부 김가을 보호 전문관,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 송지홍 인도지원팀장이 참여해 한국 인도적지원 정책의 분쟁지역 아동보호 기여방안에 관해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한국 인도적지원 정책의 분쟁지역 아동보호 기여방안에 관해 토론하는 패널들


장은하 센터장은 아동이 취약계층이라는 큰 그룹에 묶여있기 때문에 아동을 위한 예산이 적절한 수준으로 배분되지 않는 현실을 지적했습니다. 또한 아동은 연령별, 성별, 장애 여부 등에 따라 필요한 지원이 다르기에 인도적지원 정책 안에서 아동에 대한 정책을 세분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모두가 공감했습니다.


남상은 옹호·시민참여팀장 또한 인도적지원 현장에서 아동보호 전략이 체계화될 필요성을 말하며 사업을 기획하는 프로그램 단계에서부터 아동권리에 기반해 아동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외에도 인도적지원 전략 내에서 아동보호 자체에 관심을 둔 아동 중심의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며, 이와 관련한 정부의 세부 전략 이행방안과 예산 및 프로그램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왼쪽부터 장은하 국제개발협력센터장, 남상은 옹호·시민참여팀장, 김가을 보호 전문관 


김가을 UNHCR 보호전문관은 전 세계 난민의 절반 이상이 18세 미만인 아동이라며 분쟁 난민 아동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촉구했습니다. 김가을 보호전문관은 이주 기간이 최장 20년까지도 지속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아이들이 잃어버린 세대(lost generation)가 되지 않도록 난민 수용국에서 난민 아동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송지홍 KCOC 인도지원팀장은 시민사회의 분쟁지역 아동보호 인도적지원을 위한 우호적 환경을 위해서는 재원의 양적·질적 제고가 필요하다고 피력했습니다. 이경신 좌장 역시 분쟁이 장기화되는 인도적지원 환경에서 한국 정부가 보다 장기적인 인도적지원 예산 운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인도적지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세부 방안을 제언한 이슈브리프와 포럼 자료집


분쟁지역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당장 전쟁을 멈추게 할 수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분쟁으로 피해를 입은 아이들의 회복을 위해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분쟁 예방만큼이나 중요합니다. 분쟁지역 아이들의 삶의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서 포럼에서 논의된 내용이 한국 정부의 인도적지원 실행 방안에 의미 있게 반영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김인영(해외사업부), 한국화(미디어커뮤니케이션부)    사진  조은남, 세이브더칠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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