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사업

성인이 된 위탁아동의 자립 이야기

2020.05.21

가정위탁은 경제적 어려움이나 부모의 학대, 질병 등으로 친가정에서 양육받기 어려운 아동을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보호하고 친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전국 4개(부산, 대구, 전북, 충북) 가정위탁지원센터와 함께 위탁부모를 모집하고 교육하는 일부터, 위탁가정 사례관리, 아동의 친가정 복귀를 지원합니다. 자립지원프로그램을 열어 중고등학생이 된 위탁아동이 자립을 준비하도록 돕기도 합니다.


가정위탁 청소년은 만 19세가 지나 성인이 되면 위탁아동 지원을 받지 못합니다. 대학생이 되면 졸업할 때까지 보호기간이 연장되지만, 대학생이 아닌 경우 성인으로서 직업을 가지고, 사회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탁아동은 자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5월 22일 가정위탁의 날을 맞아 올해 성인이 된 정은(가명) 와 주호(가명) 씨를 만나봤습니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정은  올해 스무 살입니다. 전공은 물리치료예요. 

주호  대학교 1학년이에요. 조리예술학과에 다니고 있습니다.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 강의를 듣고 있지만요. 


언제부터 가정위탁지원센터를 알게 됐나요?

정은  저는 완전 어렸을 때, 6살인가 7살 때부터 위탁됐거든요. 그때는 이런 센터가 있는 걸 몰랐는데, 중학교  때부터 알게 됐어요. 교육 들으러 종종 왔고요.

주호 고등학교 1학년 때 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 전화가 와서 알게 됐어요.


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고 들었어요. 어떤 프로그램이 가장 기억에 남나요?

정은  이제 성인이니까 자립교육을 많이 듣거든요. 노동법에 관해서 최근에 들었고, 통장관리랑 경제교육도 들었어요. 그중에서 함성캠프*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또래 애들이랑 전국에서 모인 거잖아요. 그 안에서도 부산 애들끼리 모여서 자립에 대해 교육받는 것도 재밌었어요. 면접이나 자소서, 이력서 쓰는 것도 도움이 됐고요.

주호  저도 함성캠프요. 다른 지역 애들 만나서 친해지기도 하고, 같이 놀고, 같이 자고 하다 보니까. 서로 어울리는 게 좋았던 것 같아요. 최근에는 센터에 노무사분이 오셔서 일할 때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부분이라든가, 일하다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들었어요.

*함성캠프는 2018년~2019년 세이브더칠드런이 주최하고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가 주관한 가정위탁 청소년 자립지원 활동 함성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함성캠프에 참여한 위탁아동은 모의면접을 비롯해 자립을 위한 여러 미션과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자립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될 것 같아요. 자립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정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 경제적으로 제가 책임을 지는 게 자립이라고 생각해요. 진짜 어른이 되는 느낌이랄까요?

주호  자립은 자유라고 생각해요. 남의 시선이나 손을 벗어나서 자기 혼자서 하고 싶은 걸 하고, 원하는 걸 이루는 거요.


자립을 생각하면 어떤가요? 자립하고 싶나요?

정은  고3 때 취업을 할 생각이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일하려고 보니까 제가 부족한 게 많은 거예요. 대학을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자립에 대한 부담이 많지는 않아요. 대학을 가니까 위탁아동 연장이 되면서 제가 집에 있고 싶다고 했어요. (위탁)부모님이랑 자립 관련해서 얘기도 많이 하고요. 자립하고 싶긴 한데, 성인이 된 후의 로망 같은 거예요. ‘혼자 살면 어떨까?’ 하는 그런 마음이요.

주호  저는 빨리 자립하고 싶어요. 혼자만의 여유를 갖고 싶어서요. 그런데 아직 대학교 1학년이니까 시간이 있잖아요. 천천히 준비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가족들은 자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정은  (위탁)부모님은 제가 빨리 자립했으면 하세요. 제가 친동생이랑 같이 위탁돼서 동생을 애틋하게 생각하거든요. 부모님은 제가 동생을 위해 사는 게 아닐까 걱정하세요. 동생의 보호자 역할만 하다 다른 걸 못 할까 봐 빨리 자립을 하라고 하세요. 엄마 마음으로 생각해 주시는 게 감사하죠. 동생도 제가 자립하면 아쉬워하겠지만, 저랑 좀 떨어져야 자기도 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해요. 고등학생이면 혼자 할 수 있는 게 많아져야 하니까요.

주호  집에서 얘기해 본 적 없어요. 누나랑 (친)엄마는 좋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저도 누나랑 같이 위탁됐거든요. 누나가 자립하면 저도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엄마 없을 때 누나는 엄마랑 같죠. 누나가 하는 걸 토대로 제가 따라가는 느낌이에요.


 정은이와 주호는 '함성매거진'을 보며 자립에 필요한 정보를 얻고 자립에 도움이 되는 활동에 참여했습니다.


자립할 때 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정은  경제적인 거요. 용돈을 받으면 일정 부분은 계속 저축했어요. 코로나 때문에 학교 안 가고 있으니까 쓸 곳이 좀 적어서 지금은 아르바이트 월급의 반을 저축하고 있어요. 위탁아동지원이 끝날 때 시에서 자립지원금이 나오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주호  돈이랑 집이랑 일하는 거요. 코로나 끝나면 알바(아르바이트)해서 자립 비용을 모으고, 그다음에 월세나 전세로 집을 구해야죠.


자립을 생각하고 준비하면서 걱정되거나 어려운 부분은 무엇인가요?

정은  자립하면 생각보다 혼자 해야 할 것이 많잖아요. 엄청 게을러질까 봐 걱정되기도 해요. 확실하게 언제 해야할 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고, 과연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요. 저는 자립이랑 독립이랑 조금 다르다고 생각하거든요. 독립은 부모님의 영향을 많이 받으면서 자취하는 거랑 비슷한 느낌인데, 자립은 독립을 하면서 혼자 해야하는 게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주호  외로움이요. 어쨌거나 혼자 해결해야 하잖아요. 의지할 데가 없어질 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막상 어떻게 자립을 준비할까 싶기도 하고, 뭐부터 해야 할지 싶고요.


가정위탁지원센터가 자립을 준비하는 데 어떤 도움이 되나요?

정은  이런 센터가 없었다면 자립에 관한 교육도 못 들었을 거잖아요. 남들보다 자립에 대해 더 알고, 관련해서 정보를 많이 얻는 것 같아요. 어른들이랑 얘기하면서 생각의 깊이를 배우기도 하고요. 함성프로젝트에서 매달 나오는 매거진에도 참여했어요. 노동이나 통장관리에 대해서도 배우고, 가구 만드는 것도 직접 해보고요. 매거진의 미션 활동을 하는 게 많이 도움이 됐어요. 용돈 받으면서 어떻게 썼는지도 적어보기도 하고, 평소에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들을 정리하기도 하고요. 

주호  언젠가 자립을 해야 하잖아요. 자립에 필요한 걸 배울 수 있었어요. 함성매거진에서 준 철제 선반 직접 만들어서 지금도 쓰고 있고, 자립에 대해 생각하고 써볼 수 있었어요. 쌤들(사회복지사)이 잘 도와주시고, 잘 받아주셔서 좋아요. 이번에 쌤이 지원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 하나 추천해주셔서 요리학원도 다닐 수 있게 됐어요. 

 

추가적으로 자립을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정은  이미 충분히 많은 지원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교육 자체도 지원이라고 생각하고, 저축할 때 자립자금 지원받는 것*도 그렇고요. 정보도 많이 얻을 수 있고 자립캠프에서 친구들을 만나는 것도 좋아요.

주호 자립지원은 이대로도 괜찮은 것 같아요. 만족해요. 위탁가정에 필요한 지원이라고 하면… 돈? 돈 때문에 부모님이 싸우고, 이혼하고, 여기에 오게 됐으니까요. 돈이 있어야 가정이 좀 편해지고 그러니까….

*아동발달지원계좌(디딤씨앗통장)는 보호대상아동이 매월 일정 금액을 저축할 경우 정부 매칭 지원금이 적립되는 서비스입니다. 


 가정위탁지원센터는 함성프로젝트 외에도 가정위탁 청소년을 지원하는 자립지원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만19세가 지나고 대학생이 되지 않으면 위탁아동 지원이 중단되잖아요. 어떻게 생각하나요?

정은  스무살은 성인이지만 완벽하게 어른이 된 건 아닌 것 같아요. 고등학생이랑 완전 똑같아요. 아직 어리고, 배울 것도 많고요. 저는 대학 졸업까지 보호 연장이 되잖아요. 그런데 취업해서 위탁아동 지원을 받지 못하는 친구들은 저랑 나이가 같은데, 그 친구들에게도 계속 자립교육이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주호  제가 대학을 안 갔으면 자립에 대한 압박을 되게 크게 느꼈을 것 같아요. 돈이 막 어디서 나오는 것도 아니고, 제가 스스로 벌어서 어떻게든 살아야 하잖아요. 대학교에 가든 안 가든 자립할 수 있는 나이, 여건이 될 때까지 공평하게 지원하면 어떨까 싶어요.


앞으로 뭘 하고 싶나요?

정은  저는 사람들을 챙기는 일을 좋아하는데, 자격증을 따서 물리치료사가 되더라도 심리상담이나 사회복지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어요.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이랑 친하니까 어려운 것도 물어보기도 하고, 캠프에 참여하면서 쌤들한테 많은 걸 배웠거든요. 

주호  엄마랑 누나랑 행복하게 사는 거요. 지금 엄마가 일본에 계시는 데 나중에 가족끼리 일본에서 한식당 하는 게 제 꿈 중 하나예요. 또, 미국도 여행하고 싶고, 여유있는 사람이 되어서 기부도 하고 싶고요.  



나만의 공간에서 혼자 살아보고 싶다는 정은 씨와 주호 씨가 여느 스무 살과 크게 다르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탁지원이 끝나는 것에 압박이나 부담을 느끼기보다는 여전히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으며 차근차근 자립을 생각해보는 것도 안심이 되었습니다. 물론 두 사람에게도 마음 한구석 ‘자립’이라는 단어가 묵직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요. 


위탁아동 한 명이 성인이 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응원과 사랑이 필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가정 안에서 아이들을 따뜻하게 보듬어준 위탁부모님들, 위탁아동과 가정을 세심하게 살피는 아이들의 쌤, 사회복지사 직원들, 그리고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위탁가정을 지원하도록 함께해주신 후원자분들께 가정위탁의 날을 맞아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또, 어려운 시간들을 견디고 반듯한 성인으로 잘 커준 아이들에게도 참 대견하고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세이브더칠드런은 모든 아동이 안전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성장하도록 소외된 아이들과 가정을 지원하겠습니다.



 한국화(커뮤니케이션부)       사진 세이브더칠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