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구호

알란 쿠르디 사망 5년, 유럽 문턱에서 죽어가는 난민 아동

2020.09.02

지난 5년간, 분쟁, 박해, 폭력을 피해 부모의 보호 없이 유럽으로의 망명을 떠난 아동이 21만 명에 달합니다. 규제를 피해 음지로 이동하는 난민 수를 감안하면 실제 아동의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같은 시기, 영유아를 포함한 아동 700명이 유럽 해안에 도착하기 위해 올라탄 배에서 익사했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수많은 아동이 보호자 없이 여정을 이어가고 있지만, 유럽연합은 지속적인 규제와 위험한 조치로 아이들을 위험 속에 몰아넣고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 유럽 디렉터 아니타 베이 분더가드를 통해 유럽의 문턱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알란 쿠르디 사망 5년, 유럽 문턱에서 죽어가는 난민 아동


아니타 베이 분더가드

세이브더칠드런 유럽 디렉터



 2015년 12월.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 도착한 난민 보트



지중해를 건너 그리스로 향하던 3살 소년 알란 쿠르디가 사망한 지 5년이 지났습니다. 알란 쿠르디의 죽음은 안전한 삶을 위해 유럽을 찾는 아이들이 치르는 비극적인 대가를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그로부터 5년, 약 700명의 아동이 지중해에서 익사했습니다. 이 수치는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현실보다 과소평가 되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불과 지난달에도 리비아 해안에서 아동 5명과 성인 40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유엔의 집계에 따르면 올해 이 지역에서 발생한 가장 큰 침몰 사고입니다.


아이들이 겪어야 하는 지옥은 상상조차 어렵습니다. 기대와 두려움을 안고 배 위에 올라탄 아이 중에는 살면서 한번도 바다를 본 적이 없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아이들의 본국에서 벌어지는 무자비한 폭력과 분쟁으로 주변국 리비아는 지난 수년간 몸살을 앓아왔습니다. 배에 올라탄 아이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어쩌면 축구선수나 공주님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혹은, 그저 평화롭게 굶지 않고 살 수 있기만을 바랐을 지 모릅니다. 



 2016년 4월. 그리스 국경 인근 철길에서 난민들이 국경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스에 갇힌 아동, 만 명

유럽을 향하는 모든 아이들은 저마다의 사정이 있지만 대부분 잔혹한 폭력과 학대에서 벗어나 안전하고 더 나은 삶을 찾기 위해 떠나왔습니다. 시리아처럼 아동 인구 800만 명 중 절반이 전쟁 외의 삶은 겪어보지 못한 곳이나, 총 사상자 수의 31%가 아동인 아프가니스탄 같은 나라에서 온 아이들이 대다수입니다. 숫자 뒤에 숨겨진 원인을 잊어서는 안 됨에도 유럽의 지도자들은 이를 무시하고 있습니다. 지난 5년 간 난민과 이주 아동이 처한 상황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연구한 세이브더칠드런의 보고서는 참담한 현실을 보여줍니다.


게다가 유럽까지 도착하지 못한 수많은 아이들이 있습니다. 유럽연합이 터키와 리비아를 상대로 맺은 주요 협정의 결과로 가시권 밖으로 밀려난 수많은 아동이 리비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터키 등지에서 오도 가도 못한 채 고립되어 있습니다. 



 2019년 12월. 보스니아 북서부의 버려진 공장이 난민 캠프로 사용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보호팀을 파견해  취약한 아동과 가족을 지원했다. 보호자가 없는 아동을 포함, 난민 가족들에게 숙소, 등록 및 법률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만약 유럽 국경에 도달했더라도 하루평균 1만 명의 아동이 그리스의 섬에 갇혀 공포를 견디고 있습니다. 이 아이들의 과반이 12살이 채 안 됐습니다. 좋아하는 음식도 먹지 못하고, 양질의 교육을 받지도, 꿈을 갖지도 못한 채 살아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유럽이라는 '안전한 항구'에 도착한 뒤에도 아이들의 삶에 드리운 공포와 불안은 불변 요소로 남아있습니다.


5년 전과 비교해 실제 난민 지위를 얻는 아동도 감소했습니다. 많은 나라에서 도입한 새로운 규제는 아이들의 망명과 허가증 갱신을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임시적(temporary) 또는 인도적 체류(tolerated) 허가는 추방에 대한 공포로 이어지며 악몽과 트라우마에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그리스의 경찰서, 스페인의 도착센터, 그리고 노르웨이와 스웨덴에서 추방을 앞둔 많은 아이들이 구류된 상태로 지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가족들과 다시 만나기 위해선 셀 수 없이 많은 장애물과 기한 내 맞출 수 없는 마감일을 마주합니다. 때론 전쟁으로 폐허가 된 본국에 남은 가족들이 서류를 갖추기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수년이 걸릴 수 있는 이런 과정은 아이들을 절망에 빠트립니다.



 2019년 12월. 현재는 폐쇄된 보스니아 북서부 산간지방에 위치한 난민 캠프. 수도 시설도, 전기도 없는 곳에서 약 2,000여 명이 거주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캠프가 폐쇄되기 이전 아동 250명을 인근의 안전한 장소로 대피시켰다.



과거로부터의 교훈

새로운 이민·망명 협정을 준비하는 유럽 연합은 과거의 경험을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5년 전, 난민 아동 만 여 명이 유럽 내에서 실종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 정치인들의 경각심이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이후 취해진 조치들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습니다. 규제를 강화한다고 해서 유럽으로 유입되는 아동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합법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분쟁과 폭력이 아이들을 음지로 내몰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경험을 통해 아이들이 몇 년을 기약 없이 기다리는 대신 다른 유럽국가에 살고있는 가족과 만나려는 과정에 실종된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또한, 난민을 보호하기는커녕 폭력을 행사하는 국경 경찰에 대한 신뢰 저하는 또 다른 실종의 원인입니다.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 도착한 뒤 사탕과 주스를 받아 든 아동



안전하고 합법적인 해결 방법

알란 쿠르디의 고향은 분쟁 10년 차에 가까워지는 시리아입니다. 알란 쿠르디의 부모는 캐나다에 정착하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습니다. 유럽연합이 이주 정책을 성공시키려면 국경을 폐쇄하고 사람들을 쫓아내는 방법은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EU-터키간 협정은 사람들을 되돌려 보낼 목적으로 억류하는 것은 효과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지난 5년 동안 그리스에서 터키로 송환된 사람은 단 2,000명뿐이며 여전히 수백 수천 명이 유입되는 가운데 유럽연합의 정책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피난처를 찾아 도피할 권리는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고려해야 할 의무와 함께 유럽연합 기본권 헌장에 새겨져 있습니다. 강력한 법과 제도를 통해 아동을 보호하는 한편, 유럽으로 올 수 있는 합법적이고 안전한 경로를 제공해야만 아동을 최대한 안전하게 지킬 수 있습니다. 아이들을 밀수꾼의 손아귀로 몰아넣지 말아야 합니다. 


글, 번역  신지은(커뮤니케이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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