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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에서 구호활동가로' 신민주 활동가의 눈으로 본 우크라이나 분쟁
2022.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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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분쟁이 시작된 지 약 2개월 남짓한 시간이 지났습니다. 분쟁이 터진 그날부터 지금까지 단 하루도 빠짐없이 우크라이나의 피해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도움이 필요한 아동과 가족의 소식을 확인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세이브더칠드런 우크라이나 인도적지원 담당 신민주 대리입니다. 우크라이나는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아이들의 피해는 크지 않은지, 내가 보낸 후원금은 잘 쓰이고 있는지 궁금한 얘기가 많습니다. 비하인드 인터뷰를 통해 담당자의 시선으로 본 우크라이나 분쟁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우크라이나 분쟁 대응을 담당하고 있는 국제사업부문 신민주입니다. 중동과 동유럽 지역의 인도적지원을 담당하고 있고 작년까지는 에티오피아 소말리 지역의 가뭄 대응 통합지원사업을 담당했습니다. 인도적 지원 분야에 들어오기 전에는 약사로 근무를 했어요. 학부시절 다녀왔던 해외봉사활동 이후 국제사회와 아동의 삶에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국제보건대학원에 입학했습니다. 그곳에서 인도적지원 수업을 들으며 긴급한 재난 현장에서 즉각적인 도움을 주는 인도적지원 활동가의 삶을 꿈꾸게 됐어요. 그 후로 인도적지원 대표 기관인 세이브더칠드런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Q. 우크라이나 분쟁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셨을 것 같아요. 하루 일과를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요즘은 우크라이나 인도적지원 담당자로서 현지 상황 모니터링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해요. 지난밤 사이에 발생한 분쟁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AP통신, 로이터통신, BBC, CNN 등 보통 4개 이상의 외신 사이트를 확인합니다. 그리고 UN 자료를 통해 사상자와 난민의 수치를 확인하고 있어요. 전쟁 발발 이후 약 한 달간 매일 현지 상황과 세이브더칠드런의 활동이 업데이트된 자료가 전달이 됐거든요. 매일 주요 내용을 국문으로 번역해 유관 부서에 전달하기도 하죠. 그리고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루마니아 같은 인접국가에서 활동하는 동료들과의 미팅에도 2주에 한번씩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난 몇 주간 숨가쁜 시간을 보냈네요.


Q. 지금 우크라이나의 상황은 어떤가요?

5월 10일 자정 기준으로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 사망자는 3,496명, 부상자가 3,760명 발생했어요. 우크라이나 국내에서 자신의 집을 떠나서 임시로 거주하고 있는 인구가 710만 명 정도입니다. 뉴스에서 보신 것처럼 국경을 인접한 폴란드, 루마니아 등으로 피난을 떠난 인구는 약 598만 명에 달해요. 우크라이나 인구가 약 4,300만 정도거든요? 4명 중 1명이 하루 아침에 피난 길에 오른 거예요. 굉장히 급격한 추세로 난민이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부모님을 따라 루마니아로 피난한 알리나(3세, 가명)가 아동 친화공간에서 놀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부카레스트 기차역에 아동친화공간을 조성하고 난민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아동친화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Q. 분쟁이 시작된 지 꽤 시간이 지났는데 여전히 난민이 증가하고 있나요?

네, 분쟁 초기 국경을 넘은 난민들은 신체가 건강하고 자가용이 있는 등 이동력을 갖춘 시민들이었어요.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이나 아동, 노인 등 취약한 인구는 여전히 우크라이나 내부에 고립되어 있죠.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런 분들이 난민으로 이동하는 2차 유입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어요.


Q. 아동의 피해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5월 10일 자정 기준으로 238명의 아동이 목숨을 잃었고 348명이 다쳤어요. 유엔의 공식적인 발표여서 실제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훨씬 심각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남부도시 마리우폴 같은 경우 공세가 너무 심각해서 사상자 수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요. 이런 점을 감안했을 때 잠재적인 피해는 훨씬 클 것으로 보여요. 또한, 피난민이 주로 여성과 아이들이기 때문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 우크라이나 내에서 지하 벙커나 대피소로 피신한 아동에게 지원하는 벙커 키트. 키트 내에는 정신 건강을 위한 활동이 포함되어 있어 아동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감정을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다.


Q. 아이들은 주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나요?

사상자 규모 외에도 교육이 단절되거나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등 숫자로 표현되지 않는 피해 규모가 굉장히 큽니다. 특히 우크라이나 국내의 분쟁지역에 있는 아동의 상황은 좀 더 심각해요. 우크라이나 교육과학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약 1,454여개의 교육 시설이 피해를 입었어요. 완전히 파괴된 교육 시설도102개에 달해요. 의료 시설이나 종사자에 대한 공격도 지속되고 있고요. 벌써 사망한 의료인이 73명이나 되고 52명은 부상을 입었어요. 의약품도 턱없이 부족해 아이들이 다쳐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인 거죠.


Q. 민간인 시설에 대한 무분별한 공격이 계속되고 있군요?

네, 이는 명백히 국제 인도주의법에 위반되는 상황입니다. 저도 이전에 병원에서 일했던 의료인의 한 명으로서 특히나 의료시설과 종사자에 대한 공격에 굉장히 좌절하고 있어요. 의료 시설에 대한 공격이 지속되면 의료진들은 환자를 돌보기 어려워지고, 환자들은 안전하고 지속적인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박탈당하죠. 또한 재난 상황의 긴급한 환자들을 돌보기 위한 긴급의료팀의 배치가 어려워집니다. 공격받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의료시설은 당연히 보호받아야 하는 공간인데 그 시설과 의료 종사자들에 대한 공격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 우크라이나 오데사의 물류 창고에서 임산부, 수유중인 여성, 아동 및 노인에게 배분할 고열량 비스킷 200만 개를 나르고 있다.

 

Q. 세이브더칠드런은 어떤 지원을 해왔나요?

세이브더칠드런은 우크라이나 분쟁이 벌어진 직후 긴급구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내에서는 2014년부터 관계를 맺어온 현지 파트너기관과 협력해 구호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피난민들이 급히 집을 떠나오다 보니 많은 물건을 챙기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 의류나 신발, 위생용품, 아동을 위한 장난감을 같이 제공하고 있습니다. 인접 국가로 이동한 난민들을 위해 우크라이나과 국경을 맞댄 폴란드, 루마니아 국경에 아동친화공간을 구축해 아동들이 놀면서 보호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고요. 또한, 피난민들이 당장 사용할 수 있는 현금 바우처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Q. 지금 당장 필요한 도움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긴급구호의 초기 대응은 사람의 생명과 직결되어 있어요. 식량지원과 위생 용품이 대표적이겠고요, 물, 전기, 난방이 차단된 환경에서 지내시는 분들을 위해 방한용품, 이불 같은 비식량물자도 필요했습니다. 대피소가 긴급하게 마련되다 보니 많은 인원을 수용하는 것에 비해 물자가 부족한 어려움이 있어요. 또한, 세이브더칠드런은 피난민 가정에 현금을 지원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현금 지원 활동은 각 가정에서 필요한 생필품이나 식량을 맞춤형으로 구입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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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이브더칠드런은 국경을 넘은 우크라이나 피난민들이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매일 약 1,000끼의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Q. 분쟁지역의 아이들을 왜 도와야 할까요?

아동의 권리는 당연히 보장받아야 하기 때문이에요. 저도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서 그런지 분쟁지역 아이들의 상황이 더욱 마음에 와 닿아요. 아동이 교육을 받을 권리, 의료 서비스를 받을 권리 등 아이들을 위한 세상이 보장이 되어야만 안전하게 자라날 수 있고 결국 이 세계의 구성원이 될 수 있거든요. 아이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도움이 필요합니다.


Q. 담당자로서 우려되는 점이 있을까요?

저는 분쟁이나 내전이 장기화되는 것을 보면서 제가 평소에 누리고 있는 기본권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요. 예를 들면 제가 아플 때 당연하게 받는 의료 서비스, 혹은 내 아이가 당연하게 받는 교육 서비스가 분쟁 상황에서는 이뤄지기 어렵거든요. 하지만 인간이라면 마땅히 보장 받아야 할 기본권이라고 생각해요. 시리아, 예멘 같은 분쟁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초반에는 언론에 많이 노출되다가 점차 관심 밖으로 밀려나곤 합니다. 2022년 기준, 분쟁지역에 살고 있는 아동 수가 4억 5천만 명이고 최근 20년간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잊혀진 재난들이 현재도 지속되고 있고, 그 속에 아이들은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는 것이 담당자로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에요.


Q. 마지막으로 후원자님께 할 말이 있나요?

지금까지 정말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후원과 관심을 보내주셨습니다. 하지만 현재도 분쟁 상황은 계속되고 있고 이로 인해 고통받고 피해받는 아동들이 여전히 있습니다. 긴급구호 상황에서는 신속한 대응이 아동의 생명과 직결됩니다. 그래서 후원금이 정말 소중해요. 저도 여러분의 후원으로 아이들이 좀 더 안전한 환경에서 자라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금 우크라이나에 안전한 곳은 없습니다. 매일 상황이 급변하고 있고 아동은 신체적인 위험과 더불어 극심한 심리적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모든 전쟁은 아동에 대한 전쟁입니다. 언제나 세이브더칠드런은 우크라이나 아동을 위해 식량, 물, 현금 지원, 안전한 장소를 제공하고 있으며 생명을 살리는 지원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함께 해주고 계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 부탁드립니다.


 긴급구호아동기금 후원금 3만원으로 제공할 수 있는 물품의 예시. 아동이 있는 가정이 1개월간 사용할 수 있는 위생키트와, 아동이 계속해서 배움을 이어갈 수 있는 교육키트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분쟁 분야별 지원내역

분야

대응명

아동보호

    • 우크라이나 파트너 NGO 대상 ‘심리적 응급처치’ 교육 실시

    • 도네츠크 지역에서 파트너 NGO를 통해 아동보호 활동 진행

    • 장난감, 놀이용품 등 벙커 키트 40개 지원

보건

    • 일반 의약품 및 아동 병원, 이동식 보건팀 의약품 조달
    • 신생아 병실 지원 및 기술 지원 예정

식수위생

    • 식수위생 수요 확인 후 위생키트 2,500개, 아기용 키트 200개 배분
      (키이우 북부 및 체르니히우 지역)

    • 약 25,000명 대상 물 냉각기 400 개 및 물병 2,000개 지원 
      (우주호로드, 무카체보, 이바노프란키우스트, 빈니차, 드니프로 지역)

    • 약 500,000명 대상 물 관련 물품 지원(이르핀, 체르니히우, 하르키우 지역)
    • 위생키트 11,000개 배분 (동부 및 남부지역 및 33개 대피소)

교육

    • 우크라이나 내 32개 디지털 학습 공간 운영을 위한 파트너십 준비
      (르비우 20개, 테르노필 4개, 체르니우치 8개)
    • 학습용키트 900개 및 유치원 키트 20개 지원

현금 및 바우처 지원

    • 1,538명 대상 긴급 현금 지원
      (체르니우치, 루한스크, 도네츠크 및 자포리자 지역)
    • 자포리자로 대피한 마리우폴 피난민 대상 현금지원 등록 착수


 신지은(커뮤니케이션부문) 취재 권홍일(모금마케팅부문)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우크라이나 분쟁으로 인한 아동의 피해,
우리의 관심으로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