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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레터] 4화: 전쟁이 스며든 아이들 – 김상훈 분쟁지역 사진작가(강원대학교 멀티디자인학과 교수)
2024.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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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인 1924년, 국제연맹은 최초로 아동 인권에 관한 국제 문서를 승인합니다. 바로, ‘제네바 세계아동권리선언’입니다. 에글렌타인 젭의 ‘아동권리선언문’이 초안이 되었고, 유엔아동권리협약의 모태가 된 ‘제네바 세계아동권리선언’ 선포 100주년을 맞이하여 세이브더칠드런은 평소 우리 곁에 있지만, 잘 알지 못했던 아동의 이야기를 ‘레드레터’로 전합니다. 5월(🔗특별한 보호조치가 필요한 아이들)을 시작으로 6월(🔗이주배경 아동), 7월(🔗디지털 성착취 피해 아동), 8월(분쟁지역 속 아동), 9월(대중문화예술 분야 종사 아동)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우크라이나 키이우의 호스토멜 지역은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초기에 공격받았던 지역입니다. 이곳에 살던 주민들은 갑자기 전쟁을 맞닥뜨려야 했습니다. 집집마다 군인들이 들이닥쳤고, 집 근처까지 공습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분쟁지역 전문 사진작가 김상훈 작가는 그곳에서 한 아동을 만났습니다. 구슬과 레고, 조약돌, 동전 등을 모으길 좋아했던 아동은 전쟁이 일어난 이후엔 떨어진 탄피나 폭격의 파편을 모읍니다. 마을 사람들이 더는 다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김상훈 작가는 전쟁 지역에서 아동이 모은 것과 아동이 이야기한 것들을 사진에 담아 많은 어른들에게 전했습니다. 전쟁이 발생한 것도 어른들의 책임인데, 아이들을 구하는 것도 어른들의 책임이라고 그는 생각했습니다.


▲ 사진 출처: 김상훈 사진작가 (🔗홈페이지)


 전쟁이 일상이 된 아동의 삶

분쟁지역 속의 아동들은 의외로 밝은 모습이라고 합니다. 걱정과 근심에 차있는 어른들과 반대로 아이들은 또래들과 천진하게 웃고 뛰어놉니다. 하지만 공습경보가 시작되면 가장 먼저 바뀌는 것도 바로, 아이들의 모습입니다. 

어린이들이 본능적으로 공포를 느끼기 때문에 울기도 하고, 경기를 일으키기도 하고 다시 공습이 끝나면 또 밝은 모습으로 돌아오는데 그만큼 정신적으로 불안정하다는 뜻이겠지요.


분쟁지역의 아이들은 정신적인 피해뿐 아니라 신체적인 피해도 많이 입습니다. 김상훈 작가는 공습으로 부상을 당한 아이, 영양실조에 걸린 아이, 척박한 환경에 놓인 아이들을 현장에서 많이 목격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취약하다 보니, 전쟁이라는 열악하고 가혹한 환경에 가장 큰 피해자이겠지요. 아이들에게 남은 삶이 제일 길다 보니 가장 길게 고통받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그대로 전달되는 어른들의 폭력성

김상훈 작가는 분쟁지역 아이들이 자각하지 못한 채 공격성이나 폭력성 같은 것들을 체득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의미도 제대로 알지 못할 때부터 증오와 분노를 마음속에 가지고 자라는 아이들이 지금도 세계 곳곳에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제 걸을까 말까 한 아주 작은 어린 애가… 어른의 표현으로 적군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외쳤던 거더라고요. … 이런 식으로 이야기 하는 걸 어른들이 좋아한다고 생각했겠죠.


그는 폭력성을 그대로 대물림하고 독려하는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서 ‘슬픔’을 느꼈다고 합니다.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받는 아이들

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분쟁으로 파괴와 비명 속에 내몰린 아이들은 전 세계에 존재합니다. 2년째 장기 분쟁이 진행되고 있는 수단은 분쟁으로 국가가 마비되었습니다. 사망과 같은 중대한 위험에 직면한 아동의 수가 2023년에 비해 6배 증가했습니다. 1,526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최소 1,721건 이상의 심각한 아동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가 발생했습니다 1 .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지역에서는 2023년 분쟁으로 숨진 아동 수가 4천5백여 명에 달합니다. 매년 500~700여 명의 팔레스타인 아동이 이스라엘 군인에 의해 구금되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구금된 팔레스타인 아동들을 보호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가족들은 아동의 소재를 알거나 면회를 갈 수도 없습니다2.


대한민국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는 머나먼 이야기인 것 같지만 전 세계 아동 5명 중 1명은 분쟁지역에서 매일 꺼질 듯한 숨을 고르고 있습니다. 분쟁지역 아이들의 상처는 감히 숫자로 다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 유엔, 분쟁지역 속 아동에 대한 특별한 보호조치 촉구

유엔아동권리협약은 분쟁지역 속 아동을 특별한 보호조치가 필요한 존재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38조4] 무력분쟁에 있어서 민간인 보호를 위한 국제인도법상의 의무에 따라서

당사국은 무력분쟁의 영향을 받는 아동을 보호하고 배려하기 위해 실행 가능한 모든 조치를 해야 한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2023년 11월, 여러 분쟁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망, 영구적 신체 손상, 납치 등 아동에 대한 심각한 권리 침해 행위를 당장 중단하도록 촉구하였습니32024년 2월에도 가자지구 아동에 대한 보호를 호소했습니다.  


어떤 아이도 두려움, 고통, 배고픔 속에서 자라서는 안 됩니다. 

그러나 오늘날 가자지구의 어떤 어린이도 두려움, 고통, 배고픔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사실, 그들이 이 전쟁에서 살아남아 성장할 수 있다면 운이 좋은 것일 겁니다4.


지만 전 세계 무력 분쟁과 아동의 피해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더 많은 아이들이 친구와 가족, 터전, 그리고 유년시절을 잃어갑니다.


   


● 아이들 도화지에 ‘평화’ 그릴 수 있도록

김상훈 작가는 각자의 의식이 모이고 쌓이다 보면 달라질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저도 열심히 기록하고 사진들을 공개하고 있지만 이게 얼마나 실질적인 기여를 하고 있는지는 늘 의문이에요. 하지만 믿고 있는 건 그래도 사람들이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더 오래 생각하면 조금씩은 나아지지 않을까 희망을 가지고 있고, 자기 자식이나 자기 주변 어린이들, 어른들 의식을 계속 바꿔 가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 중요한 일이 아니겠냐는 생각을 해요.


‘어린이들은 흰 도화지 같다’고들 합니다. 많은 것들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시기인 것이죠. 아이들이 분쟁지역에서 받아들이고 그려 낼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일까요. 폭력, 고통, 슬픔, 헤어짐, 배고픔, 두려움 같은 것들뿐입니다. 전 세계 아동들이 흰 도화지에 평화와 즐거움, 기쁨과 풍요로움을 그릴 수 있도록 어른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그 흰 도화지에 어린이들이 어떤 걸 그릴 수 있게 해줄지 그 영향력을 자기 자신들이 생각하고… 자기 분야에서 어떻게든지…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줬으면 좋겠네요.



1) 매일 분쟁 속에서 눈을 뜨는 수단 아이들. (2024. 6. 26.) 세이브더칠드런 (🔗참고자료)

2) 갇히고 고통받는 아이들, 인지고래 2호 <무방비로 본 팔레스타인 아동 구금>. (2024. 8. 1.) 세이브더칠드런 (🔗참고자료)

3) End the killing of children in armed conflict, UN committee urges. (2023. 11. 20.) 유엔아동권리위원회

4) Child Rights Committee statement on children in Gaza. (2024. 2. 8.) 유엔아동권리위원회




인터뷰·사진 권리옹호부문 김소영   정리 커뮤니케이션부문 이예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