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추석 연휴가 지나고, 어느덧 가을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오는 11월 개막을 앞둔 <제11회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영화제>도 관객들을 맞이하기 위한 막바지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영화제를 앞두고 준비한 두 번째 인터뷰, 바로 아동권리영화제의 홍보대사인 문소리 배우입니다. 오랜 기간 세이브더칠드런과 아동권리영화제의 든든한 힘이 되어주고 있는 문소리 배우에게, 씨네21의 김소미 기자가 '상상력의 힘'이 더해진 질문을 던졌습니다.
▲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영화제에 참여하는 문소리 배우(왼쪽)와 씨네21 김소미 기자(오른쪽)
(사진 제공 : 유본컴퍼니, 김소미 기자)
🎬 문소리 배우
- 2000년 영화 <박하사탕>으로 데뷔한 배우이자 감독, 작가 겸 프로듀서
- 2016년 베니스국제영화제 대한민국 배우 최초 심사위원 참여
- 영화 <리틀 포레스트>, <세자매>, <배심원들>, <박하사탕>
-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정년이>, <지옥 시즌2>
- 연극 <사운드 인사이드>, <광부화가들> 외 다수 출연
- 제11회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영화제 홍보대사
🎬 김소미 기자
- 국내 유일 영화 주간지 씨네21 취재팀장, 영화 평론가이자 각본가
- 산문집 <불이 켜지기 전에> 저자
- 다수의 개봉작 모더레이터, 부산국제영화제 액터스하우스 등 인터뷰어
-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등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참여
- 제11회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영화제 GV 모더레이터
김소미 기자 안녕하세요. 씨네21 김소미 기자입니다. 제11회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영화제를 깊이 있게 만나보고자, 오늘은 특별한 분을 모셨습니다. 오랜 시간 아동권리영화제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 주고 계신, 문소리 배우입니다.
문소리 배우 안녕하세요. 배우 문소리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영화제를 통해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문소리 배우와 김소미 기자
김소미 기자 오랜 시간 영화, 드라마를 넘나들며 각인된 배우로서의 역량을, 이제는 좋은 사람, 어른으로 보여주고 계시는데요. 세이브더칠드런과도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오셨더라고요.
문소리 배우 2016년, 가정 형편 등의 문제로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코트디부아르를 다녀온 게 시작이었죠. 그런데 아이들을 만나서 이야기만 나누고 온다는 게 좀 민망하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이들에게는 큰 어려움인데, 이걸 물어보고 이야기해달라고 하는 게 미안하기도 했고요.
김소미 기자 아무래도 아이들의 문제이다 보니, 고민이 되셨을 것 같아요.
문소리 배우 이런저런 생각들을 하다보니, 마음이 어렵게 느껴졌어요. 기왕 멀리 갔는데 아이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러다 나온 아이디어가, 학교에 가지 못하는 친구들과 함께, 시간을 내서 연극을 만들어보는 것이었어요. 아이들이 누군가의 앞에서 표현하고, 시선과 박수를 받아본 경험이 별로 없었을 것 같아서, 그런 순간을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모아서, 한 장면, 한 장면 만들었죠. 아이들이 멀리서 온 사람들과 연극을 한다니, 동네에 소문이 크게 났어요. 연극을 하는 당일엔 마을 잔치처럼 사람들이 많이 모였고요. 그리고 연극은 많은 과정으로 이뤄져 있잖아요. 연기도 하지만, 포스터도 만들어야 하고....
김소미 기자 그렇죠. 협동이고요.
문소리 배우 포스터를 만들려고 그림도 그리고, 홍보하러 집마다 방문하고, 노래도 했어요. 공연의 마지막에는 관객들과 함께 춤도 췄고요. 아이들이 큰 박수를 받았던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해요. 아이들에게도 좋은 기억으로 남았을 것 같지만, 제 인생에도 잊지 못할 순간이었어요. 그 인연이 이어져 세이브더칠드런이 무언가 같이 해보자는 제의를 하면, 늘 같이하게 되었어요. 아동권리영화제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도, 잘되기를 바랐었는데, 벌써 11회가 되었네요.
▲ 2016년 코트디부아르에 방문해 지역 아동들과 연극을 준비하고 있는 문소리 배우
김소미 기자 그때의 좋은 기억이 남아서, 세이브더칠드런과 오랜 시간 함께 할 수 있던 게 아닐까 싶네요. 배우님이 2016년부터 함께하고 계신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영화제가, 첫 해 500명의 관객으로 시작해 작년에는 3만 5천 명의 관객이 참여하는 영화제로 성장을 했습니다.
문소리 배우 세계에 많은 영화제가 있지만, '아동권리'라는 말을 제일 앞에 이야기하는 영화제는 처음이었어요. 단순히 아이들을 위한 영화를 모아놓은 것이 아니라, 아동에게도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가 있다는 걸 많은 사람들이 알게 하고, '아동권리'라는 말이 생소하지 않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영화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죠. 코로나로 모두가 어렵던 시기에는 '영화제도 어렵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지만, 온라인으로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오히려 더 성장하는 것을 보고 반갑기도 했고요.
김소미 기자 사실 문소리 배우라고 하면, 베니스국제영화제 같은 세계적인 영화제의 심사 위원으로 유명한데요.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영화제가 국내 여섯 번째 규모의 영화제가 되기까지, 배우님이 생각하는 아동권리영화제만의 특징은 무엇이 있을까요?
문소리 배우 '아동이 직접 참여하는 영화제'라는 것 아닐까요. 아동권리영화제의 심사 위원 회의가 기억에 남아요. 제가 많은 영화제의 심사 위원으로 참여했지만, 심사 위원 회의는 항상 참 어렵거든요.
김소미 기자 지난한 과정이죠.
문소리 배우 심사 위원 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고, 그걸 조율하는 과정이 쉽지 않아요. 그런데 아동권리영화제의 심사 위원 회의는 가장 기억에 남고 즐거웠던 회의였거든요. 권리 당사자인 아동 심사 위원과 함께하며, 같은 영화를 보고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지점이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이들이 보는 건 또 다른 면이 있구나'하며 배우고 느낄 수 있는 자리였어요. 물론 심사이기 때문에 의견 충돌도 있고, 설득하는 과정도 있고, 시간도 오래 걸렸지만, 끝나고 나니 뿌듯하고 흐뭇했어요. 이렇게 아동이 직접 참여하는 영화제라는 것, 아동이 주축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아동권리영화제의 큰 특징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김소미 기자 아동이 직접 참여한다는, 그 주체성이 영화제에 녹아 있다는 것을 짚어 주셨네요. 그 과정이 참 감동적으로 느껴지고, 아동 심사 위원들에게도 문소리 배우와 함께한 것이 특별한 순간이었을 것 같습니다.
문소리 배우 제가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심사 위원 회의에 참여했을 때는, 남이 어떻게 생각하든 제 주관을 밀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근데 아이들과 함께하니, '날 꼰대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동등한 심사 위원인데, 내가 가르친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자기 검열이 엄청나게 심해지더라고요. 한 마디, 한 마디가 쉽지 않았어요. (웃음) 어떻게 하면 좋은 방식으로 내 의견을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이런 부분은 저한테도 굉장히 좋은 경험이었어요.
▲ 인터뷰에 열중하고 있는 문소리 배우
김소미 기자 심사를 하면서도 어른의 자세를 고민하셨네요. (웃음) 올해 영화제의 슬로건은 '상상력의 힘'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창립자 에글렌타인 젭은 '세상은 비정하지 않다. 다만 상상력이 모자라고, 매우 바쁠 뿐이다'라는 말을 남겼고, 여기서 착안한 슬로건인데요. 상상력의 힘, 이 슬로건을 처음 들었을 때 어떤 인상을 받으셨어요?
문소리 배우 사실 상상력이라고 하면 뭔가 필수적인 것으로 생각하진 않잖아요. 아동권리를 지키고,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는 데 있어서 상상력이 가장 필요한 거겠냐는 생각도 들죠.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이런 선입견을 품고 있을 것 같아요.
김소미 기자 어쩌면 우선순위에서 조금은 미뤄질 수 있는, 그런 것 같죠.
문소리 배우 맞아요. 상상력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가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잖아요. 하지만 이번 아동권리영화제의 개막작 <화이트 버드>를 보면, 우리가 밥 먹고, 옷 입고 살아가는 것처럼 상상력은 꼭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요. 영화를 통해 상상력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너무 잘 담아냈더라고요. 어쩌면 우리가 마주한 비정하고 고통스러운 현실에, 상상력은 가장 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는 사고의 전환을 하게 만드는 슬로건인 것 같아요. 인상적이었어요.
김소미 기자 개막작 <화이트 버드>는 제2차 세계대전, 전쟁의 참상 속에서 살아남는 아이들을 그렸죠. 영화가 어떻게 상상력의 힘을 발휘하는지 짚어주셨어요.
문소리 배우 여러분도 아동권리영화제를 통해 영화를 보시면, 확인하실 수 있을 거예요.
김소미 기자 '아동권리를 위해서 어쩌면 상상력이 필요하다'라는 생각이 깃든 슬로건 같아요. 슬로건의 의미처럼, 약간의 상상력이 필요한 질문을 드려볼게요. 만약 영화제 홍보대사가 아니라, 출품작으로 세이브칠드런 아동권리영화제를 찾는다고 한다면, 어떤 작품이나 역할로 영화제의 문을 두드려보고 싶으세요?
문소리 배우 음.. 스릴러나 공포 장르?
김소미 기자 의외의 답변이네요.
문소리 배우 사실 제가 많이 해본 적 없는 장르이기도 하고, 관객으로서 썩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에요. 긴장감을 즐기지 못하는 편이거든요. 근데 만드는 사람으로서는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아요. 연기를 한다면요. 그리고 아동권리영화제에서 다뤄지는 영화들을 보면, 스릴러나 공포 장르는 별로 없거든요. 그래서 정말 오싹하거나, 비정한 빌런 같은 역할로 영화제를 찾으면 어떨까 싶어요.
김소미 기자 심지어 빌런으로요. (웃음)
문소리 배우 그렇지만 그 속에서 아동권리에 대한 메시지를 읽을 수 있는 영화. 이런 영화로 영화제를 찾는다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김소미 기자 사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스릴러, 공포 같은 장르에 대한 소구가 있거든요. 재미있게 즐기기도 하고요. 아동권리영화제에서도 다채로운 장르들이 다뤄진다면 훨씬 더 즐거울 것 같네요. 풍성한 상상력을 더해준 문소리 배우님을 누군가 꼭 빌런 역으로 써주시면 좋겠어요.
문소리 배우 정말 무섭게 잘할 자신 있어요.
김소미 기자 또 올해 영화제에는 이런 '상상력의 힘'을 보여줄 새로운 프로그램들이 많이 준비되어 있죠. <전쟁과 아동 특별전>, <아동권리란 장르>, <디즈니 특별 초청전>이 준비되어 있고, 젊은 감독들의 시선이 담긴 <단편영화 수상작> 섹션도 있습니다. 영화제 홍보대사로서, 많은 프로그램 중 가장 기대되는 것이 있다면요?
문소리 배우 젊은 감독들이 직접 만든 단편영화도 많이 출품되더라고요. 심사했을 때도 기억에 남는 작품들이 많아서, 올해도 <단편영화 수상작> 섹션에 재미있는 작품이 많을 것 같아 기대돼요. 그리고 <아동권리라는 장르>에서는 다르덴 형제의 영화를 다뤄요. 언제 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거장의 영화라 기대가 됩니다. 극장에서 보면 더 좋지 않을까요?
김소미 기자 문소리 배우님의 참여를 보고 영화제에 관심을 두게 된 영화광 관객들이라면,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영화제에서 보실 수 있는 다르덴 형제의 언노운걸(The Unknown Girl, 2016), 토리와 로키타(Tori et Lokita, 2022) 같은 영화를 함께 보고 싶어 하실 것 같아요. 그리고 개막작으로는 <화이트 버드>가 선정이 되었는데, 문소리 배우님이 GV에도 함께 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 맛보기로 소개해 주신다면.
문소리 배우 제2차 세계대전을 겪는 두 아이의 이야기예요. 참상 속에서도 아름다운 장면이 펼쳐지는 영화고요. 보기 전엔 '전쟁 속이라니, 주인공들이 참혹한 일을 겪진 않을까?', '그걸 지켜보는 것이 힘들지 않을까'라는 마음이 들어 걱정이 앞섰는데, 슬퍼서 더 아름다운 영화였어요. 한편으론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이야기를 담았지만, 여전히 너무 많은 곳에서 일어나는 일이잖아요. 지금 우리에게도 여전히 의미가 있는 이야기가 아닐 생각이 들었죠.
김소미 기자 비극 속에서도 다정함이 필요하고, 어른의 다정함이 아이를 구하고, 아이가 또 다른 아이에게 손을 내미는 과정을 담은 영화인 것 같아요. 마침, 세이브더칠드런의 슬로건이 '우리가 아이를 구하면, 아이가 세상을 구한다'더라고요. 이 슬로건과도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개막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소리 배우 우리가 아이를 구하고, 아이가 세상을 구하는데 필요한 것이 다정함이 아닐까 싶어요. 마침, 제가 김혼비 작가의 <다정 소감>이라는 책을 읽고 있었는데, 영화를 보고 난 후 다정함의 가치, 힘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문소리 배우와 김소미 기자
김소미 기자 개막작을 시작으로 많은 영화들이 아동권리영화제를 통해 상영될 텐데요, 문소리 배우님이 관객으로 영화제를 찾을 때, 영화를 즐기는 나만의 방법이 있을까요? 이번 아동권영화제를 찾는 관객분들께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문소리 배우 영화제에 가면 저는 우선 스케줄표를 확인해요. 가장 빨리 표가 매진될 것 같은 영화나, GV 프로그램의 게스트를 확인하고, 표 확보부터 하죠.(웃음) 그리고 아동권리영화제의 경우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즐길 수 있으니까, 극장에서 보고 싶은 영화와 온라인으로 볼 영화를 먼저 선택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아요. 다양한 방법으로 보고 즐기시면 좋겠고요.
김소미 기자 개막작 <화이트 버드>부터 풍성해진 라인업에 기대가 높아지는데요. 어쩌면 비극 속에서도 아이들은 상상력의 힘으로 자신을 구원하고, 서로 연대하는 것이 아닐지 생각합니다. 이런 메시지를 담은 영화들이 올해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영화제에서 다뤄질 예정이고요. 영화제 홍보대사로서 초대의 말씀을 남기신다면요?
문소리 배우 제11회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영화제가 11월 한 달간, 온오프라인에서 개최됩니다. 거장의 영화부터, 막 영화를 만들기 시작한 젊은 감독의 영화까지, 다채로운 영화가 준비되어 있어요. 많이 즐기시면서, 아동권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아동권리영화제에서 만나요! 감사합니다.
김소미 기자 제11회 아동권리영화제 오프라인 상영 티켓 예매가 10월 15일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서두르셔야 할 것 같아요. 자세한 내용은 영화제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제 기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는 단편영화 수상작, 아동을 위한 단편영화 초청작도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오늘 함께해주신 문소리 배우님, 감사합니다.
✅ 먼저 즐기는 제11회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영화제 🎬
공식 트레일러 📢 제11회 아동권리영화제 공식 트레일러 '상상력의 힘'
나눔이야기 영화제 시리즈 📢 [제11회 영화제] ① 세상을 위한 상상력의 힘을 믿는 작가, 콰야
인터뷰 📢 문소리 배우 X 김소미 기자 인터뷰 영상(Full Version)
인터뷰 김소미(씨네21,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영화제 모더레이터) 편집 임경은(커뮤니케이션부문) 사진 세이브더칠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