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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다루는 응급 처치, 누구나 할 수 있어요. Anne Filorizo Pla 인터뷰
202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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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사회적 응급처치, 들어보셨나요?


날이 추워지고 해가 짧아지는 가을날, 마음 건강 돌봄이 중요해지는 시기인데요.


산불, 홍수와 같은 대형 재난재해가 발생하면 세이브더칠드런이 아동을 위해 하는 일에는 정신 건강 및 심리사회적 지원(Mental Health and Psychosocial Support, MHPSS도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 정신 건강 및 심리사회적 지원 전문가 앤 필로리조 플라(Anne Filorizo Pla)님을 모시고 심리·사회적 응급처치(Psychosocial  First Aid)에 관한 인터뷰를 전해드립니다.




Q.  한국은 처음이시군요, 한국에 오신 소감은 어떤가요?

 

Anne: 길을 물어보면 사람들이 친절하게 답해주고, 도시에서 돌아다니는 게 안전하고 편한 느낌이에요. 표지판도 영문으로 써져 있고, 한국에서 쓰는 지도 앱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어요(웃음). 한국에 간다고 하니까 아들이 정말 부러워했어요!

 

Q.  많은 사람들이 응급 처치(first aid)는 들어봤지만 심리·사회적 응급처치(PFA)는 처음 들어볼 것 같은데요. 쉽게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Anne: 일반적인 응급 처치는 위급한 상황에 가장 먼저 생명을 구하는 의료 조치죠. 심리·사회적 응급처치(PFA)는 교통사고나 지진, 홍수 등 자연재해가 일어났을 때 누구나 제공할 수 있는 정신 건강 지원입니다. 예를 들어, 사건 이후에 주변을 둘러보고 정신적 괴로움의 증상을 보이는 사람, 울고 있고, 옷차림이 지저분하고, 가만히 있는 사람을 발견할 수 있죠. 그 사람의 상황을 먼저 관찰하고(Look), 접근해서 스트레스 상황을 파악하고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들어볼 수 있어요(Listen). 그리고 그 사람이 필요한 서비스에 연계해줄 수 있죠(Link). “해를 끼치지 않는다(do no harm)” 원칙에 따라서, 기초 훈련을 받으면 누구나 할 수 있고, 재난 상황 초기에 적절한 판단으로 필요한 지원에 연계할 수 있어요.


 심리·사회적 응급처치 기본 원칙: 관찰하기 - 듣기 - 연계하기 (Look - Listen - Link) 


 

Q.  정신과 의사, 심리상담가 등 전문가만 할 수 있는 일 아닌가요?


Anne: 그렇게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PFA는 최전선에서 일하는 단체 활동가, 적십자의 봉사자들을 위해 세계보건기구(WHO)와 월드비전에서 개발되었어요. 심리학, 의학 전공은 필요없어요. 가장 중요한 건, 공감하는 마음과 상대방을 돕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응급, 재난 상황에서 일하며 성인, 아동을 대면하는 사람들(NGO 활동가, 응급구조사, 봉사자 등)은 누구나 훈련을 받을 수 있어요. 의료적 응급 처치와 심리·사회적 응급 처치가 같이 제공될 수도 있고요.


Q.  그렇다면 세이브더칠드런이 아동 심리지원 분야에서 갖고 있는 장점이나 특징이 있을까요?


Anne: 세이브더칠드런은 기관간 협의 그룹에 참여하며 다른 기관들과 공동개발한 '정신 건강 및 심리사회적 지원(MHPSS)' 자료가 많은데요. 교육, 보건 등 여러 분야에서 MHPSS를 반영하는 방법을 매뉴얼로 공동제작했어요.


우리가 다른 점은 아동 참여를 보장하고, 아동의 목소리가 포함되고 아동, 청소년 의견이 들어가는 지를 확인하는 점이에요.


한 가지 사례로 약물 남용 문제 관련해서 타 기관과 논의하는데 참여한 적이 있는데요. 제가 “청소년 문제는요?” 라고 질문했더니 세이브더칠드런에게 감사했어요. 약물 문제는 사실 청소년 때부터 시작되는데 이 부분이 빠져있어서 우리가 리마인더 역할을 한 거죠.

실제로 난민, 이주민 중에 50%는 아동이고, 재난 가운데 가장 취약한 인구는 아동임을 환기시키는 일을 하는 거죠.


아동 정신 건강은 아동 권리에요. 이는 아동권리협약에 명시되어 있고, 세이브더칠드런이 항상 강조하는 부분입니다.


Q. 아동친화공간, 임시학습공간 설치하는 것도 포함이죠?


Anne: 그뿐만 아니라 이번에 새로 나온 We Thrive 매뉴얼에서는, 아동의 연령대별 지원 내용도 있고,  보건, 식수위생, 교육, 아동보호 서비스를 한 곳에서 받을 수 있는 원스탑 센터를 만드는 것을 제안하고 있어요. 이건 다른 기관에서는 아직 안 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이에요.


그리고 아이들도 심리사회적 응급처치를 제공할 수 있어요. 문제를 겪는 친구를 보면, 도움을 줄 수 있는 어른을 소개하는 거죠. 레바논 사례인데요, 만약 내 친구가 성희롱을 당하면, 왕따를 당하면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 아동의 의견을 받았어요. 그래서 아동간의 또래간 지원(Peer-to-peer support)을 제공하는 사업을 개발했고, 이제 사업을 실행할 자금을 구하고 있어요.


이게 세이브더칠드런의 마법이자, 능력이죠. 우리는 아이들을 대신해서 결정하는 어른이 아니라,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사업을 할 수 있어요.


 세이브더칠드런 본부에서 인터뷰에 참여한 MHPSS 전문가 앤 필로리조 플라



Q. 한국에서도 지진, 태풍 등 자연재해, 산불 같은 대형사고 발생 시에 심리사회적 응급처치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어린 아동들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한가요?


Anne: 이런 재난 상황에서는 여러 분야에서 일차적 접근이 가능해요. 예를 들어 아동보호 팀이 부모와 분리된 아동들을 보호할 수 있고, 보건 팀이 아동들이 대피 중에 부상, 화상을 입었는지 확인하고, 교육 팀이 아동들의 학습 기회가 제공되었는지 확인하는 등이죠.


정신 건강 측면에서는, 현장에 있는 담당자, 아동을 직접 대면하는 직원이 PFA를 제공해야 해요. 정신적 고통을 겪는 아동이 있는지 식별하는 일이죠. 또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 사건을 겪은 아동 사례를 관리하는 법을 교육해야 해요. 모든 아동들이 트라우마를 겪는 건 아니지만, 트라우마의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감정을 느끼는 법, 재발의 두려움을 이해하는 법, 안전한 공간을 찾는 법을 알려주는 일이죠.


부모들과도 일하는데요.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상황 설명을 해줄 수 있고, 부모들이 정신적 고통을 느낀다면 아이들도 똑같이 느끼기 때문이에요. 부모들이 자녀에게 침착하게 상황 설명하고 안전한 장소에 대피하는 법을 알려주죠. 실제로 재난 상황에서 아동은 폭력이나 학대를 겪을 가능성이 2배 이상 증가해요. 부모가 자제력을 잃고 폭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죠. (생략)


한국과 같은 국가는 심리치료사, 정신과 의사 등 전문가들이 있어서 더욱 전문적인 치료를 제공할 수도 있어요. 상담 치료를 말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왜 무서운지, 수면, 악몽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그들의 감정과 트리거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에요. 그리고 기존에 정신 건강 문제가 있는 이들도 있고, 가족의 사망을 겪고 더 큰 영향을 받은 아동들도 있어요. 이들을 위해서는 상실, 슬픔, 심각한 정신적 고통 주제를 다루는 모임을 전문가와 가질 수 있어요. 그렇지만 이삼일로는 정신 건강 문제를 이야기할 수 없고, 장기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2주 대응, 또는 3개월 대응이든, 국가에서 가용 가능한 자원과 대응 기간에 따라 달라져야 해요. 그리고 대피소 또는 이동 상황에서 일하는 지에 따라 달라지죠.


Q. 마지막으로 한국은 정신 건강 문제에서  OECD 국가 중에 자살률이 제일 높은 국가인데요. 실제로 자살은 아동과 청소년 사망 원인 1위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강도의 스트레스와 번아웃을 겪어봤다고 할 수 있죠. 이렇게 스트레스가 높은 사회에 전해주고 싶은 제언 말씀이 있을까요?

 

Anne: 제가 제언 할 수 있는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살은 여러 가지 많은 시도를 해보고 최종적으로 선택하는 마지막 수단입니다. 그래서 도움을 구하는 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낙인(stigma)을 없애야 해요. 움을 청하는 데에 여러 장벽이 있죠.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지 모르는 두려움, 낙인 효과가 두려울 수 있어요. 그래서 누구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부정적인 낙인 효과를 없애려면, 자살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도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는 인식 개선 캠페인을 할 수 있어요. 우울감이 지속될 때, 잠을 못 잘 때, 압박감이 너무 심할 때, 친구가 없고 고립되었다고 느낄 때, 가족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없다고 느낄 때가 있죠. 이럴 때는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선생님에게 이야기할 수 있어요. 또한 상대방은 들을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죠.


아동 간에 서로 친구를 도와주는 건 아동 정신 건강 문제를 다룰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에요. 나의 문제와는 상관 없이 상대방의 슬픔이나 불안을 받아들일 수 있는 거죠. 적어도 나를 판단하고 밀어내지 않을 사람 한 명과 이야기할 수 있는 지가 중요해요. 우리는 인식 개선에 할 일이 많아요. 


만약 이들이 학업에 대한 부담감이 심하다면 그건 아동의 진정한 모습이 아니어요. 아이들은 아이인 것 만으로 기쁘고, 즐거워야 하니까요. 아이들이 벌써 어른들의 책임감을 갖고 살아간다면, 아이처럼 살아갈 수 없죠. 


어떤 부모들은 놀이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는데, 놀이는 아동의 권리에요! 아이들은 놀면서 창의력, 사회성을 배우고 뇌가 발달하죠. 그래서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권리협약에도 나와있듯이 아동의 놀 권리(the right to play)를 옹호하고 있어요.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죠. 




앤 필로리조 플라 님은 인터뷰 마지막 질문에서, 아동의 놀 권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가 더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누구나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 인터뷰였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앤 플로리조 플라 님을 강사로 모시고 지난 10월 21일부터 22일까지 국내외 인도적지원 실무자 20여 명을 대상으로 ‘아동 중심 심리사회적 응급처치(PFA)’ 교육을 실시했습니다.


 열띤  교육 현장


이번 교육은 위기 상황에서 아동의 신체적 안전을 우선 확보하고 정서적·심리적 안정을 지원할 수 있는 체계적인 초기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되었습니다. 참여형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본 교육에서는 PFA의 기본 개념과 핵심 원칙을 학습하고, 다양한 실습과 활동을 통해 정서적 지원 및 의사소통 방법을 익히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교육에 참여한 실무자 중 약 70%가 교육 내용이 자신의 업무와 매우 관련이 있었다고 응답했으며, 63%가 강의가 매우 훌륭했다(Excellent)고 평가하는 등 전반적으로 높은 만족도를 보였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청소년들이 그들의 권리인 휴식과 놀이를 누리고 건강하게 자라나도록 앞으로도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



인터뷰  박현진(커뮤니케이션부문)      최고야(인도적지원·기후위기대응센터)/박현진(커뮤니케이션부문)     사진  세이브더칠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