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3월 21일 세계 숲의 날, 22일 세계 물의 날, 23일 세계 기상의 날을 맞아 '기후위기 주간' 시리즈 나눔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우리 사회와 아동이 직면한 기후위기의 현실을 돌아보고,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세이브더칠드런과 많은 이들의 노력을 돌아보는 특집 콘텐츠, 두 번째 이야기는 방글라데시에서 진행하고 있는 <기후변화 적응 탄소저감형 식수시설 지원> 사업입니다.
날씨가 좀 더워진다고, 식수까지 사라지나요?
물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 중요하다는 말이 너무나 당연한 자원이지만, 이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구해야 한다면, 여러분의 삶은 어떻게 될까요?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일 수도 있지만, 방글라데시 남서부에 있는 쿨나(Khulna) 주의 사트키라(Satkhira) 지역의 주민들은 실제로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인해 식수와 생활용수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기온 상승으로 해수면이 상승하고, 극한 기상 현상을 겪는 일이 늘어나며, 이로 인한 직-간접적인 피해가 이어졌고, 물을 구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고 있습니다.

▲ 사트키라 지역에서 겪고 있는 물 문제의 원인과 흐름
이처럼 기온의 상승은 단순히 날씨가 더워지는 것만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에 따른 피해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며 삶의 터전을 잃게 하고, 생계를 어렵게 만들며, 기본적인 건강권조차 지키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합니다. 사트키라 지역 역시 기후변화가 지역 전반에 영향을 미치면서, 주민들이 생활에 쓸 물은커녕, 마실 물조차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간에게 물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자 기본이지만, 이곳에서는 삶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사트키라에 닥친 물의 위기, 그리고 삶의 위기
사트키라 주민들이 겪고 있는 물 문제는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1) 가까운 거리에서 물을 구하기 어렵고, 2) 물을 구하더라도 깨끗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농약과 살충제에 들어가는 성분인 비소 함량이 높은 물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며, 이로 인한 질병이 발생하는 것도 일상적인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렇게 물로 인한 위기를 겪고 있는 사트키라 지역에서, 세이브더칠드런은 식수 접근성을 개선하고,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물 관련 취약성을 줄이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지역의 회복력을 향상시켜 기후로 인한 마을의 변화에도, 지역사회가 스스로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다양한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 회의를 진행 중인 지역 사회 여성 이용자 그룹
우선 안전한 식수와 생활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정수 시설을 구축했습니다. 역삼투압(Reverse Osmosis, RO) 정수 시설을 비롯해 물을 공급할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을 설치했고, 수질 검사, 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도로 정비, 물 운반 차량 지원 등 물을 안전하게 사용하는 데 필요한 과정들을 모두 사업 범위에 포함해 진행했습니다. 구축된 시설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운영과 유지관리 교육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 극한 기상 현상에 대한 예방 및 대응법을 익히고 있는 사트키라 지역의 아동들
그리고 시설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물을 관리하기 위한 조직도 만들었습니다. 지역 주민으로 구성된 물 관리 위원회를 만들고, 여성 이용자 그룹을 조직해 안전한 물 사용과 관리에 대한 교육도 진행했습니다. 아이들이 생활하는 공간인 학교에서도 안전하게 물을 사용하고, 위생이 잘 지켜질 수 있도록 교육을 실시했죠. 정수 시설 운영 매뉴얼과 식수 위생 기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가이드도 개발했습니다.
깨끗한 물이 바꾼 가족의 삶
안전한 식수가 안정적으로 공급되기 시작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일상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사트키라 지역에서도 외딴곳에 자리한 도르바스티아(Dorbastia)에 살고 있는 하피자(Hafiza) 씨와 가족에게 그간 깨끗한 물은 불가능한 꿈과 같았습니다. 겨우 생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안전한 식수를 구하는 것은 사치였기에, 우물물에 비소 성분이 가득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결과 설사와 이질 같은 소화기 질환이 반복되었고, 피부 질환도 자주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가정용 빗물 집수 시스템이 설치된 이후, 하피자 씨 가족의 삶은 달라졌습니다.

▲ 사업을 통해 깨끗한 물을 이용할 수 있게 된 하피자 씨와 딸 수미
몬순 기간 모은 빗물로 4~5개월 동안 생활할 수 있게 되었고, 물이 부족하더라도 5km 거리에 있는 역삼투압 정수 시설의 물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되며, 물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오염된 물로 인한 질병을 겪는 일이 줄어들며, 의료비에 대한 부담도 줄고, 가족 모두의 건강을 챙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물과 가족의 건강에 대한 염려를 덜어내자, 하피자 씨에게도 다른 희망이 생겼습니다. 방글라데시의 전통 자수 퀼트인 노크시 카타(Nokshi Katha)를 부업으로 하며,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된 것이죠.
빗물 집수 시설을 설치한 후, 우리 가족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어요.
모유 수유 중인 아기도 건강하고,
남편도 아프지 않고 일할 수 있게 되었고, 의료비도 줄었어요.
사업이 만든 새로운 기회
사트키라의 또 다른 마을인 발루카 찬드푸르(Bhaluka Chandpur)에 사는 알리(Ali) 씨 역시, 사업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꿈꾸게 된 한 사람입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웠던 알리 씨는 학교를 졸업한 뒤 바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지역 기술자의 일을 도우며, 선풍기와 가전제품, 모터 등을 수리했지만, 정식 기술 교육을 받지 못한 그의 월수입은 15,000~18,000 타카(약 한화 18~22만 원)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연로한 부모님, 아내와 아이까지 부양하기에는 빠듯한 금액이었죠. 게다가 안전한 식수까지 부족해, 가족들은 자주 아팠고, 이에 대한 의료비 부담도 큰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2024년 세이브더칠드런과 지역 단체 Uttaran이 함께 진행한 식수 지원 사업에 참여하면서, 그의 삶은 크게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알리 씨는 역삼투압 정수 시설, 연못 모래 여과 시설, 심층 관정 유지보수 기술을 배우고, 프로젝트에서 제공한 전문가용 공구와 안전 장비를 활용해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소득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전문 기술을 갖추게 되면서 소득도 빠르게 증가했고, 가족의 생활도 안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앞서 소개한 하피자 씨의 이야기처럼, 알리 씨의 가족 역시 수질 문제로 인한 질병을 겪지 않게 되며 가족의 건강 상태도 훨씬 좋아졌습니다.
사업에 참여한 후 가족을 더 잘 돌볼 수 있게 되었어요.
제 삶에 자부심이 생겼습니다.
지역 사회가 이끌어 가는 지속가능한 변화
알리 씨는 사업을 통해 교육받은 99명의 지역 기술자 중 한 명입니다. 안전한 식수 시설은 설치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유지관리와 보수가 필요하므로, 사업을 통해 양성된 기술자들은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알리 씨와 같은 청년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물 문제 해결을 넘어 생계의 기회를 창출하고, 지역 사회의 주인 의식을 강화하며, 기후변화에 대한 회복력을 높이는 효과도 만들어내고 있죠. 방글라데시의 <기후변화 적응 탄소저감형 식수시설 지원> 사업은 단순히 깨끗한 물을 공급하는 것을 넘어, 지역 주민들의 건강과 존엄을 지키고, 나아가 공동체의 가치를 지키며 희망을 상징하는 변화의 시작점이 되고 있습니다.
▲ 학교에 설치된 음수대를 이용하는 사트키라 아동
방글라데시 사트키라의 이야기처럼 깨끗한 물 한 컵은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아이들의 건강과 지역 사회의 미래를 지키는 일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앞으로도 지역 사회와 함께, 기후위기 속에서도 아동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지속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가겠습니다.
글 임경은(커뮤니케이션부문)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