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소식지 137호
용감한 ‘스쿨미’ 친구들, 사랑 받고 있는 걸 잊지 말아요.
2016.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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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감한 `스쿨미’ 친구들, 

사랑 받고 있는 걸 잊지 말아요.” 

전시회 수익금 ‘스쿨미 캠페인’ 에 기부한 울산가정형wee센터 청소년들 



울산가정형 Wee센터 ‘꽃 피우다’, 10여명 여학생들이 여러 이유로 보통 학교를 두어 달 쉬고 이 곳에서 살며 공부합니다. 상담, 교육 등 지원을 받아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학교로 돌아가죠. 이곳에서 지내다 최근 학교로 복귀한 정서연(15) 학생은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됐다”고 하더군요. 이 친구들이 그 ‘사랑’을 아프리카 여학생들이 학교 다닐 수 있도록 돕는 ‘스쿨미 캠페인’에 전했습니다. ‘꽃 피우다’ 친구들이 연 전시회에서 난 수익금입니다. 비범한 ‘사랑’의 포스가 느껴지는 이 친구들 가운데 정서연 학생을 김현주 세이브더칠드런 스쿨미 유닛 팀장이 만났습니다. 




김현주 팀장(이하 김)ㅣ전시회 홈페이지를 보니 ‘우리가 받은 사랑, 관심이 고마워서 돕고 싶었다.’라고 쓰여 있더군요. 


정서연 학생(이하 정)ㅣ스쿨미 캠페인 홈페이지를 찾아보고 “선생님, 우리 이거 해요.” 했죠. 저희도 학교로 복귀하려고 여기 있는 거고요. ‘스쿨미 캠페인’도 여자 아이들을 학교에 갈 수 있도록 돕는 거잖아요. 처음엔 사실 수학 그런 거 가르치자는 건 줄 알고 잘 와 닫지 않았는데, 알고 보니 아주 기본적인 걸 배우더라고요.  


김ㅣ스쿨미 프로그램은 서아프리카 지역 여자 아이들이 학업을 포기하지 않고 배움을 이어가도록 지원해요. 이 지역 아이들에게 학교는 학습의 장이기 이전에 자기 존중감을 키우는 공간 같아요. 거리가 멀고 오가는 길이 위험해서 학교 가는 것조차 힘든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데도 아이들은 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해요. 제가 만난 한 친구는 오후 1시까지 시장에 나가 장사를 하다가 다시 한 시간을 걸어 학교에 온대요. 학교에 와 40분 앉아 있다 가요. 학교에 있는 40분이 자신은 괜찮은 사람이고 상황이 나아질 거라는 느낌을 준다고 하더라고요. 


정ㅣ우리보다 훨씬 먼저 어른이 된 친구들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미국에 살다 한국에 오게 됐는데 좀 힘들었어요. 생각이 너무 많아서 자신을 많이 깎아 내리고 포기했어요. 그러다 ‘꽃 피우다’에 왔는데 정말 큰 가르침을 얻었죠. 저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제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겼어요. 기부한 것도 기업들이 낸 액수랑 비교하면 크지 않죠. 액수보다 그런 사랑을 담아서 보냈어요. 


김ㅣ절대 작지 않아요. ‘꽃 피우다’에서 무슨 활동을 하길래 그런 가르침을 얻은 건가요? 


정ㅣ처음엔 신나게 놀아보자 하고 왔죠. 저희에게 세심한 관심을 쏟는 선생님들 보고도 저렇게 거짓말하는 모습이 얼마나 오래 갈까 생각했죠. 처음엔 여행 가서 집에 너무 가고 싶은데 집이 어딘지 모르는 그런 기분이었어요. 지금은 세상에 진 빚이 너무 많고 그걸 갚아가야 한다고 느껴요. 


일단 ‘꽃 피우다’ 선생님들은 저희한테 예의를 갖추세요. 별 같은 존재죠. 제가 잠들었을 때 계속 지켜보고 있다가 아침에 사라지는 그런 사람들이에요. 여기 친구들한테도 많이 배우죠. 한 명 한 명이 꽃이에요. 처음 왔을 때 제가 어땠는지 상상도 못 하실 거예요. 일어나자마자 욕하고 그랬어요. 여기서 지내면서 서로 맞춰주고 이해하는 법을 배우게 됐죠. 오전 9시에 등교해서 10시까지 수다 떨기 선생님들이랑 차 마셔요. 보통 교과와 대안 교과 수업 듣고 점심 먹고 수업은 오후 4시쯤 끝나요. 


똑같은 일상에 작은 변화가 있죠. ‘꽃 피우다’ 친구 중에 평생 남을 위해서 10원도 안 써본 애가 있어요. 인간이 어떻게 저러나 싶을 정도였다니까요. 그 친구가 나중에 크면 매달 3만원씩 기부할 거라고 하더라고요. 여기서 받은 사랑만큼, 매일 아침 일어나서 도전할 용기가 생겨요. 선생님들과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요. 유일한 방법은 제가 커서 ‘꽃 피우다’ 선생님이 되는 거 같아요. 





김ㅣ‘꽃 피우다’ 딱 들어섰을 때 왁자지껄한 게 에너지가 좋았어요. 스쿨미 프로그램 중에 라이베리아에서 학교 밖 아이들을 지원하는 사업이 있어요. 십대에 엄마가 된 아이들이 미용, 제과제빵 같은 생활기술을 배우며 모여서 생활을 하는 싱크홈(Think Rehabilitation Home) 지원도 그 중 하나예요. 거기서 18살이던 에밀리아를 만났어요. 아이 두 명을 키우는 엄마예요. 아이들과 살아야 하니 싱크홈에 오기 전에는 비닐봉지에 물을 담아 파는 일을 했대요. 이 친구가 제게 “싱크홈에서 배운 기술로 사람들 머리를 해주면 사람들이 자기에게 고맙다고 말해주는 게 좋다.”고 했어요. 선생님들이 재능이 있다고 말해주는 것도 좋대요. 그런 격려를 처음으로 받아 봤대요. 이 친구 꿈은 기자가 되는 건데 이제 글 쓰는 걸 배워요. 그 친구 말이 동네 나무 아래 의자 하나 두고 자기만의 미용실을 차릴 수 있다고 해요. 그렇게 돈을 벌면서 계속 꿈을 이룰 거라고, 어찌 보면 10년도 더 걸릴 먼 미래 같지만 자신감이 보였어요. 스쿨미를 후원하는 건 에밀리아와 같은 아이들이 자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거예요.  


정ㅣ스쿨미 캠페인 동영상을 보면서 배운 것은 누구나 절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자기를 사랑할 줄 아는 거였어요. 그 동영상에서 한 친구가 “아이 원 투 고 투 스쿨(I want to go to school).” 할 때 저는 ‘아이고 힘들겠다.’ 싶었는데 ‘꽃 피우다’ 친구 가운데 한 명이 그러는 거예요. “쟤들 정말 용감하다.” 저희는 우리가 함께 한다 생각했지 우리가 얘네를 도와준다고 생각한 건 아니에요. 


김ㅣ스쿨미 캠페인에 대해 더 궁금한 거 있어요? 


정ㅣ기부금이 어떤 과정을 거쳐 전달되는지 알고 싶어요. 


김ㅣ코트디부아르, 시에라리온, 우간다, 라이베리아 네 나라에서 스쿨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하고 있어요. 현지 상황에 맞춰서 여러 가지 지원을 해요. 그러려면 어떤 지원을 필요로 하는지 남자와 여자 아이들, 부모님, 선생님 등을 만나서 물어봐야 하죠. 


우간다 북부는 전통적인 유목민 거주 지역이에요. 이동이 잦다 보니 학교에 다니기 쉽지 않죠. 여자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려고 먼 거리를 오가는 동안 폭력에 노출되기 쉬워요.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부는 날이 많아서 결석도 잦고요. 아이들이 수업이 끝난 교실에서 바닥에서 매트리스를 깔고 자더라고요. 통학이 더 위험하니까요. 그래서 기숙사를 지었어요. 


시에라리온이나 라이베리아에서는 여교사를 지원하는 사업을 했어요. ‘꽃 피우다’에서 만난 선생님들이 별 같은 존재라고 했잖아요. 그 말은 이 지역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 같아요. 서아프리카 지역에는 여자 선생님이 많지 않아요. 한국의 학교와 반대로요. 선생님이 될 자격을 갖출 정도로 공부를 한 여성이 적은 거죠. 그런데 학교에는 여자 선생님이 있다는 게 중요해요. 피임이나 생리 때 어려움에 대해 말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여자 선생님 자체가 롤모델이 되죠. 그래서 스쿨미 사업을 통해 아직 정식 교사가 될 자격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자원활동가 여자 선생님들을 지원해요. 선생님이 공부를 계속하고 자격시험에도 붙을 수 있도록요. 코트디부아르에서는 교복과 학용품을 나눠주기도 했어요. 이런 작은 물건들이 뭐 별 건가 할 수 있는데 아이들한테 정체성을 주는 의미가 있어요. 교복을 입으면 장사하러 가지 않고 학교로 올 수 있는 거예요. 그런데 서연이에게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어요. 자신을 사랑하게 되기 전과 후가 어떻게 달라요? 


정ㅣ저는 중학생이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요즘 행복해요. 공부도 저한테 예의를 갖춘다, 나에게 기회를 준다는 생각으로 해요. 예전엔 선생님이 “너는 왜 이걸 못했니?” 하시면 자책하고 그랬는데 요즘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해요. ‘어, 나는 아주 많은 사람들한테 사랑 받는, 선생님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대단한 사람인데...’라고요. 


김ㅣ학교 다니기 힘들고 갇혀 있다는 느낌을 가진 서아프리카 지역의 같은 또래 여자친구들에게 무슨 말을 해주고 싶어요? 


정ㅣ내가 나를 사랑하는 건 되게 선명한 느낌이에요. 그냥 잊지 말자. 자기가 얼마나 사랑 받고 있는 사람인지.

 



김현주 팀장 “ 학교에 오면 자기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앞으로 상황이 나아질 거라 느낀다고 해요” 

정서연 학생 “ 우리보다 먼저 어른이 된 친구들에게 사랑을 담아 보냈어요”



정서연 학생 “스쿨미 동영상 보고 한 친구가 말했죠. ‘와, 쟤들 용감하다’라고요” 

김현주 팀장 “스쿨미를 후원하는 건 아이들이 자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돕는 거죠”



 글 | 사진 김소민(커뮤니케이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