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소식지 146호
[클로즈업] 이 일은 고통받는 아이들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이자 오아시스
2018.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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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미란 사회복지사 “사례 아동 치료에 있어 제가 잘못 판단하고 있는 건 아닌지, 실제 이런 방법이 필요한지 아닌지 많이 고민해요”


부산의 온종합병원은 연 10~12명의 아이가 세이브더칠드런의 ‘검사 및 외래비 지원사업’ 혜택을 받고 있으며, 그중 80%가 정신건강의학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지원금은 사실 연간 500만원 수준이라 더 많은 아이를 돕고 싶지만 부족한 상황입니다. ‘검사 및 외래비 지원사업’이 아동환자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더 자세히 들어보기 위해 윤미란 사회복지사를 만나러 세이브더칠드런 협력병원인 온종합병원을 찾았습니다 

 마케팅커뮤니케이션부 이선희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온종합병원은 오랜 세이브더칠드런 협력병원인데, 어떻게 업무를 담당하시게 됐나요? 특히 여긴 소아청소년 정신건강 쪽 지원 비중이 크다고 들었습니다.

원래 저는 장애인복지관에서 10년 일했고, 지적장애인이나 자폐성 장애인들을 대하면서 심리·정신의학과 지원에 관심이 많았어요. 지금 우리 병원에서는 5년 차인데, 2016년부터 이 지원사업 협력업무를 하면서 정신건강지원 쪽으로 관심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런 검사와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검사 및 외래비 지원사업’은 협력병원 선생님들의 전문성과 재량권이 많이 반영된 사업이며, 협력병원의 전폭적인 협조 없이는진행할 수 없는 사업이라고 들었습니다. 이 사업은 왜 중요하고, 지속해야 할까요?

이 일은 시간이 중요하기 때문이에요. 이를테면 아동학대나 방임으로 정서적 문제가 생긴 아이나 자폐성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보통 만 3~5세에 발견돼요. 이런 아이들이 방치되거나 학교에서도 그냥 유예되는 거예요. 즉, 초등 입학 전에 치료를 바짝 해야 한다는 거죠. 7세 이전에 반드시 치료가 이뤄져야 해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이 시기에 치료받아야지만 이 아이는 구조되는 거죠. 세이브더칠드런 사업은 이런 아이들에게 ‘오아시스’입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주는 거죠. 


정말 꼭 필요한 사업이란 걸 다시 느껴요. 몇 년간 열심히 일해오신 사회복지사로 주변에서 칭찬이 대단한데요, 세이브더칠드런과일하면서 소감도 궁금합니다.

심리적, 정신적 문제로 고통받는 아이들은 표가 나지 않아요. 눈에 보이는 게 아니면 치료라 생각 안 한단 말이죠. 그래서 지원도 전무하고 생소한 분야예요. 아동학대나 방임 등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에겐 세이브더칠드런의 이 사업이 정말 중요한 거죠. 이마저도 없으면 정말 없는 거예요. 


실제로 아이들이 몇 개월 치료로도 나아지나요?

4, 5개월 지나면 확실히 좋아지니까 보람 있어요.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해요. 그래서 저희는 6개월 지원 기간이 지나면 지역사회를 연계해 지속해서 치료받을 수 있게 돕고 있어요. 실제로 이 지원을 받은 아이 한 명이 결석, 도둑질, 거짓말 등 문제가 있는 행동을 보였는데 치료받으면서 자기조절이나 정서 문제가 해결되기 시작했고, 긍정적인 행동이 많아지고 성취감도 느끼게 됐어요. 그 결과 꿈이 없던 아이가 꿈을 가지게 됐죠. (웃음)




대개 치료는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나요?

먼저 의사–아동 환자 면담을 해요. 아이를 먼저 만나요. 그 후 보호자나 주변인 정보확인, 검사로 진행해요. 아이들 이야기를 우선으로 들으면서 면담치료를 기본으로 하죠. 그 후 아동 특성을 분석해 치료계획을 세워요. 자폐증이면 약물치료를 한다든지, 심하면 심리검사와 약물을 병행한다든지, 언어문제면 언어치료와 놀이치료를 연계한다든지, 사례별로 달라져요. 이 과정에서 보호자 상담도 필수예요. 


그간 기억에 남는 기쁜 일이나 보람도 나눠주세요.

아무래도 제겐 첫 사례라 특별한 일이었는데요, 선천성 심장판막증으로 태어난 아이가 있었어요. 온종합병원에서 심리검사를 받았는데, 사회성과 또래 관계에 문제가 있었어요. 당시 세이브더칠드런과 지원방법을 같이 고민하다가 6개월간 이 사업의 지원을 받았죠. 예전엔 집단생활, 학습능력, 의사소통 능력도 많이 떨어졌는데 지금 유치원에 잘 다니고 있어요. 그래서 엄마가 억수로 좋아해요. (웃음) 보람이라면 이젠 지역사회로부터 이런 아이들을 지원해달라는 의뢰를 우리 병원이 많이 받는다는 것, 즉 이 사업이 많이 알려진 거라 할 수 있어요. 그만큼 아이들에게 필요한 일이고요. 



▲  세이브더칠드런 ‘검사 및 외래비 지원사업’으로 치료받고 있는 차민수 (가명, 7살) 아동과 엄마가 내원해, 주치의 김상엽 전문의(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를 만나러 가고 있습니다.


나중에 어떤 사회복지사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그냥 그분들이 힘들 때 제 이름이 생각났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살아가면서, ‘아, 그때 누구 때문에 우리 OO가 괜찮아졌지’ 하는 마음이 들면 기분 좋을 것 같아요. (웃음) 그렇게 되려고 노력해요. 아이는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부모님이나 교사는 기억하겠죠. 또 ‘온종합병원 가면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런 마음이 들면 좋겠어요. 그것만으로도 아이들 사례가 ‘발굴’되는 거니까요. 그렇게 찾아오게끔 하고, 사람들 입에서 ‘거기 가서 우리 아이가 잘 치료받았다, 멋진 병원이다’, 하면 좋겠습니다. (웃음) 


세이브더칠드런 후원자님들에게 소감 한마디 나누신다면?

늘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 아이들은 후원자들, 후원금으로 인생의 전환기를 맞아요. 아이들 인생이 바뀌어요. 특히 만 5~7세 아이들에겐 인생의 구세주나 다름없는 거예요. 후원해주셔서 우리 꼬맹이들을 대신해서 너무 감사드려요. 아까 보신 민수, 처음 우리 병원 왔을 때, 말 한마디 안 하고 수족관 물고기만 봤어요. 말 걸면 도망가고요. 그런 아이가 이젠 웃기도 하고 제 뺨에 뽀뽀도 해줘요, 많이 나았어요. 감사의 마음, 꼭 전해드리고 싶어요. 


윤미란 선생님은 자신도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이기에, 상처 입고 마음을 다친 아이들을 보면 더욱 열심히 일하고 아이들에게 더없이 소중한 이런 기회를 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같은 병원 사회공헌팀장 김명남 선생님은 “세이브더칠드런은 아이들에게 귀하고 현장에서도 각광받습니다. 무엇보다 아이에게 초점을 맞추고, 관련된 모든 분들이 진심과 마음을 다합니다”라며 고마워했습니다. 부산의 한 종합병원, 그 의료현장에서의 뜨거운 성원과 감사를 우리 후원자님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후원자님들의 지원에 힘입어 더 많은 아이들에게 다가가겠습니다.




2017년에만 아이들 384명이 세이브더칠드런에서 검사, 외래, 입원, 수술비 등 1인당 최대 100만 원을 지원받아 건강을 회복했습니다. 질병이 의심되거나 아픈 상태인데도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적극적으로 치료받지 못하는 저소득가정 아이들과 이주·난민가정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이 지원은 바로 세이브더칠드런의 ‘검사 및 외래비 지원사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