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소식지 150호
[기획특집] 우리도 위탁가정입니다 - 대리가정위탁 이야기
2019.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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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아이들을 데려온 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예순을 넘긴 나이, 어린아이 둘을 혼자서 잘 키울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습니다. 마음고생 하며 손자 둘을 양육하던 할머니는 어느 날 자신과 손자들도 위탁가정이란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지훈이(가명)는 열 살 때부터 다섯 살 동생 현준이(가명), 할머니와 함께 살았습니다. 지훈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지훈이와 현준이는 엄마와 함께 살았습니다. 얼마 후 엄마는 돈을 벌러 아이들을 두고 다른 나라로 갔습니다. 늦게 소식을 듣고 아이들을 만나러 간 할머니는 수척해진 아이들 모습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밥을 해 먹기에 너무 어린 아이들은 라면을 끓여 먹고 있었습니다.

“내가 지금도 그때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나와(울먹)…. 애들을 봤는데 현준이 쟤가 소리도 안 내고 울고 있더라고” 그 조용한 울음이 할머니 가슴을 더 아프게 했습니다. 아들도, 며느리도, 어린 손자들도 불쌍했습니다. 할머니는 아이들을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잘 먹지 못했던 탓인지 아이들은 음식만 먹으면 설사를 했습니다. 할머니는 지훈이가 스무 살이 넘을 때까지 혼자 식당을 하며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일했습니다. 올해 일흔일곱 살인 할머니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다 해주지 못해 미안합니다.


할머니는 2010년 주민센터에 들렀다 가정위탁을 신청해보라는 이야기를 듣고 세이브더칠드런 가정위탁지원센터에 처음 문을 두드렸습니다. 2016년 할머니는 가정위탁보호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보건복지부에서 주는 표창장도 받았습니다. 해마다 빠짐없이 부모교육에 참여해 받은 수료장만 해도 서류 봉투 하나를 가득 채웁니다. 젊은 엄마, 아빠가 채워줄 수 없는 부분은 가정위탁지원센터에 도움을 청했습니다. 가정위탁지원센터는 지훈이가 대학에 들어갈 때 미래를 설계하는데 함께해주었고, 현재 고3인 현준이가 자립계획을 잘 세울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할머니가 가정위탁지원센터를 처음 알았을 땐 ‘더 빨리 알았더라면’이라는 생각에 아쉬운 마음도 있었지만, 이제라도 가정위탁지원센터의 도움으로 아이들이 하나라도 더 경험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더 큽니다. 앞으로도 세이브더칠드런은 위탁가정과 위탁아동을 지원하고, 위탁아동의 자립을 지원하겠습니다.





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부 이정림   

그림 일러스트레이터 박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