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소식지 150호
[기획특집] 마음의 상처를 아물게 합니다 - 전문가정위탁 이야기
2019.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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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부터 아이를 입양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최은미 씨는 남편의 제안으로 전문가정위탁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8년 전에도 갓난쟁이 여자애를 3개월간 위탁했었거든요. 이번에 다시 위탁하려고 하니까 처음에는 고3 아들이 반대했어요. 그때 그렇게 힘들었으면서 또 하려고 하냐고 물어보더라고요. 다른 게 아니라 헤어지는 게 힘들어서요. 저희 애들이 초등학생이었는데 정이 많이 들었던 거죠. 저도 자식을 보내는 마음이었고요.” 하지만 진하가 집에 온 후 가족들은 헤어짐을 미리 걱정할 겨를도 없이 진하에게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진하는 친아빠의 잦은 폭력으로 이혼하게 된 엄마가 진하를 기를 수 없어 위탁가정에 오게 되었습니다. 아빠가 엄마를 때리는 걸 목격하며 정서적 학대를 당한 진하는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습니다. 진하는 은미 씨 집에 온 후 6개월 동안 잠도 잘 자지 못하고 잘 먹지도 못했습니다.

친아빠가 종종 진하에게도 소리를 질러서인지 진하는 불안할 때면 크게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집어 던지기도 했습니다. 다른 아이들이 투정부리는 것과 다르게 진하의 짜증에는 적개심과 분노가 섞여 있었습니다. 하지만 은미 씨는 그런 진하를 달래고 받아줬습니다. 진하의 변화를 위해 은미 씨와 진하를 돕는 손길들도 있었습니다. 은미 씨는 가정위탁지원센터에서 학대받은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위탁부모로서 스트레스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를 배웠습니다. 위탁부모 자조 모임을 통해서는 오랜 기간 가정위탁 경험이 있는 선배들의 경험담을 듣고 위로도 얻었습니다.
 
은미 씨와 가족들의 변함없는 사랑과 보살핌을 통해 처음에는 ‘엄마’라는 말도 제대로 못 했던 진하는 이제 자기 생각도 표현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남편하고 내가 사랑한다고 많이 해주거든요. 처음에는 사
랑한다는 말에 공감을 못 했는지 반응을 안 하다가 요즘은 손으로 하트를 만들어서 사랑한다고 해요.”

진하가 아주 어린 나이에 경험했던 학대와 폭력의 기억을 내버려두었다면 잔뜩 곪아서 진하의 삶에 아물지 않는 상처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전문가정위탁을 통해 진하의 상처에도 조금씩 딱지가 앉기 시작했습니다. 진하의 행동과 말, 표정에 은미 씨 가족의 사랑이 묻어납니다.

진하처럼 전문적인 보호가 필요한 아이들이 여전히 많이 있습니다. 전문가정위탁이 제도적으로 잘 정착되어 많은 아이들이 따뜻한 위탁가정에서 마음의 상처를 회복하고 건강하게 성장하기를 기대해봅니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부 한국화   

그림 일러스트레이터 박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