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소식지 150호
[기획특집] 무슨 사이예요?
2019.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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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사이예요?”

세 아이와 같이 외출하는 날이면, 자주 듣는 말이다. 180cm가 넘는 아들이 막내 은지를 안고 가는 모습은 정말 부녀지간처럼 보인다. 거기에 둘째가 옆에서 졸졸 따라가며 이것저것 챙기는 모습은 일찍 결혼한 학생 부부 같다. 우린 ‘위탁가족’이다.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하고, 입술을 지그시 물기도 하면서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관계를 묻는다. 미간에 잔뜩 궁금함을 얹고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오며 묻기도 한다.

“그럼… 지원금이 많이 나오나요?”

처음엔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 얼버무렸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건 결국 이런 건가 싶어서 파란 하늘을 멍하게 바라보기도 했다. ‘얼마 받으면 하실래요?’ 되묻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나는 오래전부터 입양이나 위탁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에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 그런데 결혼 20년 만에 아파트를 사고 그 행복에 겨워 콧노래를 흥얼거리던 어느 날. 가정위탁에 대한 홍보물을 읽게 됐다. 유난히 각인되듯 읽었던 날이다. 정말 내가 할 수 있을까? 더 좋은 집에 갈 수 있는 아이를 내가 데려오는 건 아닌가? 수백, 수천 번의 고민 끝에 위탁부모가 됐다.


“경제적 형편보다 마음이 더 중요해요!” 

제주가정위탁지원센터 담당 선생님의 이 말 한 마디가 내게 힘이 되었다. 그 후로 정기적으로 교육을 받고, 자조모임에 참석하면서 차츰 가정위탁제도에 대한 이해를 하게 됐다. 그렇게 만난 은지가 올해로 여섯 살이다. 생후 11개월에 만났으니 벌써 햇수로 5년째다. 그사이 걸음을 걷고, 말을 하고, 책을 읽고, 글씨를 조금씩 쓰게 됐다. 


문뜩문뜩, ‘이렇게 예쁜 아이를 어떻게 보내지?’ 하며 고민에 빠진다. 가정위탁제도는 친가정의 회복에 초점이 맞춰진 제도다. 그렇다 보니 10년을 같이 살아도 친부모가 데려가겠다고 하면 보내야 한다. 위탁부모에겐 아무런 법적인 권한이 없다. 

“딸내미 시집보낼 마음으로 키워요!” 

이제는 말할 수 있다. 5년 후가 될지, 10년 후가 될지 모르겠지만 언젠가 은지를 떠나보내야 하는 날이 온다면 그날은 시집보내는 마음으로 보내겠다고…. 


은지 엄마가 되지 않았다면 나는 여전히 교만이나 우울에 푹 빠져 있었을지 모른다. 처음엔 은지를 도와줄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은지가 나를 구한 것 같다. ‘우리가 아이를 구하면 아이가 세상을 구한다’는 세이브더칠드런의 100주년 슬로건이 생각난다. 세상을 구하는 건 거창한 게 아니었구나. 아주 작은 일에서 시작되는 거구나. 혼자 고개를 끄덕인다.  오늘도 잘 살아야겠다!



 배은희 시인

제주도에 사는 시인.  우린 동거인이면서 가족이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위탁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