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 소식지 154호
[집중조명] 지금까지 이런 돌봄은 없었다
202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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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학교도 못 가고, 장애인복지관이나 치료실도 문을 안 여는 때가 많거든요. 온라인학습은 거의 불가능하고요. 애가 집에만 있다 보니까 기력이 없더라고요. 집에서 노는 것도 한계가 있고. 맞벌이라 주말에는 아이를 데리고 나가지만 평일에는 어려워서요.”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시간을 견디고 있습니다. 장애아동도 예외는 아닙니다. 변화에 적응하는 데 더 많은 어려움을 겪는 발달장애아동은 학교에 가는 날이 불규칙해지자 혼란스러워했습니다. 밖에 나가기 어려워지면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스마트폰을 하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아이들도, 부모님도 지쳐갔습니다.

2020년 4월 전국장애인부모연대가 발달장애 자녀를 둔 부모 158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방역된 안전한 장소에서 개별 및 소수 교육과 돌봄’이 가장 시급한 지원이라는 응답이 42.2%가 나왔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발달장애아동의 학습권과 놀이권을 보장하기 위해 광주동구장애인복지관과 함께 놀이를 기반으로 한 돌봄 사업을 2020년 11월 2일부터 12월 19일까지 시범 운영했습니다. 장애아동의 발달과 재활을 돕는 전문 치료사 선생님이 각 가정에 방문하여 아동의 놀이와 학습을 돕는 방식으로, 가정당 일주일에 3회, 한 번에 3시간까지 최대 48시간을 지원했습니다.

두 달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돌봄선생님도, 장애아동 부모님도 지금까지 이런 사업은 없었다며 꼭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는데요. 돌봄선생님과 부모님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어떻게 놀이와 학습을 지원하나요?

공설화 가정에 방문해서 부모님의 이야기를 듣고, 아이의 상태에 맞춰서 아이가 좋아하는 걸 같이 했어요. 아이의 편에 서서 아이에게 도움을 주는 자유로운 시간이라고 해야 할까요? 치료실에서 하는 수업과는 달라요. 예를 들어 언어치료가 언어 발달을 위한 수업이라면, 놀이학습지원은 과업 중심이 아닌 놀이와 학습의 전반적인 부분을 봐주는 거예요. 


국지영 장애아동은 특성이 다양해요. 아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걸 살펴보면서 아이에게 맞는 방법으로 같이 놀아주고, 부족한 부분을 배울 수 있게 도와줍니다. 제가 맡았던 어떤 아동은 글을 잘 못 읽는데 학교에서 도움을 받기 어렵다고 해서 그 부분을 집중해서 알려주기도 했어요.


아이들 반응이 어떤가요?

안지숙 애들이 낯을 가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요. 정말 좋아하더라고요. 다양한 놀이를 하면서, 선생님이 오늘은 어떤 걸 가져오실지 기대하고요. 선생님이 가방을 들고 오시면 그 안에 뭐가 있나 빼꼼히 쳐다봐요.


안연희 아이가 말을 잘 못해서 사진을 붙여놓고 매일 누가 오는지 알려주는데요. 선생님이랑 찍은 사진을 보면서 아이가 좋아하고 기대하더라고요.


국지영 문 앞에서 아이가 저를 기다리고 있어요. 수업이 끝나기 30분 전부터는 시간을 재면서 ‘선생님 이제 가는 거예요?’라고 물어봐요. 처음 만났을 때는 블록놀이 조금 하다가 재미없다면서 텔레비전이 좋다고 했던 아이거든요. 그런데 만들기를 하면서 집중하고 즐거워하더라고요.




선생님과 아이가 함께한 활동 중에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나요?

윤은화 점토로 만들기도 하고, 레고 조립도 하고. 놀 수 있는 걸 여러 개 가져오시더라고요. 집에 있으면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는데요. 선생님이랑같이 시간을 보내니까 휴대폰 말고 다른 것에도 흥미를 높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선생님이 오신 후 아이가 말하는 게 확 늘었더라고요.


안지숙 혼자서 아이 둘이 온라인 수업을 듣도록 하는 게 힘들었는데 선생님께서 아이들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주셨어요. 공원에도 데려가주시고, 책 읽고 그림 그리기 활동도 하고요. 아이들이 처음 접해보는 활동이 많았어요.


안연희 아이가 지역사회 안에서 살아갈 때 실제 필요한 활동을 해주셨어요. 수업에서 아이가 결정할 수 있는 폭이 엄청 크더라고요. 횡단보도도 건너고, 슈퍼에 가서 뭔가 사보고요. 치료실에서는 선생님이 과업을 제시하고 아이가 수행하는 형태잖아요. 치료실 밖에서 실생활에 적용해 보는 활동이 정말 필요했거든요. 그리고 제가 생각해보지 못한 놀이도 많이 해주셨어요. 킥보드 타기, 사진찍기, 식물 관찰하기…. 애가 못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동안 아이를 바라보는 시야가 좁았나 봐요.



놀이학습지원, 어떤 점이 좋았나요?

안지숙 아이들이 평소에 할 수 없었던 것들, 치료할 때는 못 해본 새로운 것들을 선생님이 함께 해주셔서 좋았어요. 쌍둥이인데 둘 다 장애가 있다 보니 한 번에 데리고 나가는 게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그런데 선생님과 함께 외부활동을 체험하고, 집에서도 다양한 놀이를 하면서, 아이들이 ‘아, 이런 세상도있구나’ 하고 새로운 것들을 접해봤어요.


안연희 아이가 나를 엄마라고 한 번만 불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아이가 사회성이 떨어지니까…. 그런데 두 달이 짧은 시간이었지만, 선생님이 아이와 의미 있는 눈 맞춤을 해주셨어요. 기적까지는 아니지만, 진짜 놀랍고…. 아이가 가족이나 치료실 선생님 말고는 만나는 사람이 없었거든요. 그런데 돌봄선생님이 오셔서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사회적 경험을 한 게 좋은 작용을 한 것 같아요. 그리고 아이가 밖에서 활동하니까, 지역사회에서도 장애아동을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거둬지는 것 같아요. 두세 번 슈퍼에 가서 물건을 산 후로는 아이를 기억하고 이해하시더라고요. 


고승 비장애아동은 친구들을 만나서 놀 수 있지만 장애아동은 치료실에 다녀오면 제가 또 놀아줘야 하거든요. 그런데 선생님이 오시고 나서 아이가 충분히 놀았는지 떼를 안 쓰더라고요. 심심하다고 하지 않고요. 엄마로서 조금 더 여유가 생겼어요.


국지영 부모님이 아이의 놀이와 학습을 도와주는 게 엄청 어려워요. 비장애아동도 힘든데, 장애아동은 특성이 다르기도 하고, 그때그때 컨디션이 달라져서요. 코로나19와 상관없이 전문가가 한 시간이라도 아이에게 맞춰서 놀이와 학습을 지원하는 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커뮤니케이션부 한국화    사진 세이브더칠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