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 소식지 154호
[집중조명] 다 같이 놀자
202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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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장애인종합복지관과 광주광산구장애인복지관에 장애아동을 위한 놀이공간 ‘라라꿈터’와 ‘도담노닐터’가 생겼습니다. 장애아동의 놀이공간은 뭔가 특별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사진을 꼼꼼히 살펴봐도 우리가 알고 있는 놀이공간과 다른 점을 찾기 어렵습니다. 형태도 기능도 비슷하다면, 세이브더칠드런은 왜 장애아동을 위한 놀이공간을 만들었을까요?


밤에만 놀이터에 갈 수 있는 아이들

아무도 없는 시간, 이른 아침이나 밤에만 아이를 놀이터에 데려갔습니다. 처음에는 용기를 내어 낮에 놀이터에 갔지만, 차가운 시선을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장애아동만 나타나면 모든 사람의 눈길이 쏠렸습니다. ‘아갸갸갹’ 소리를 내거나 손발을 흔드는 행동에 비장애아동 부모님들은 황급히 아이들을 불러 집으로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장애아동이 같이 놀려고 다가가면 슬금슬금 피하는 모습에 우리 애가 나쁜 애가 아니라 좀 느려서 그런 거라고 설명해야 했습니다. 짓궂은 아이들의 장난에 몸과 마음이 다치기도 했습니다.




똑같은 아이들 똑같은 놀이

세이브더칠드런은 장애아동이 낮에도 눈치 보지 않고 놀 수 있도록 장애인복지관에 놀이공간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다른 놀이공간을 만들 때처럼 부모님과 아동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참여형 워크숍을 열었습니다. 발달장애아동이 생각을 명확하게 전달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블록을 활용해서 노는 모습을 관찰했습니다. 부모님들은 따로 모여서 모형으로 놀이공간을 만들었습니다. 워크숍 결과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의 놀이는 다르지 않았습니다. 놀이공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장애아동도 신나게 놀 수 있는 곳이 필요했습니다.




비장애아동도 함께하는 공간

장애인복지관의 놀이공간은 장애아동의 놀 권리를 지키는 것을 넘어 편견과 차별을 해소하는 역할을 합니다. 비장애아동이 노는 놀이공간에 장애아동이 가기 어렵다면, 반대로 장애아동의 놀이공간에 비장애아동이 와서 같이 어울릴 수 있습니다. 장애아동의 놀 권리를 보장하면서, 비장애아동이 장애아동과 자연스럽게 함께하는 기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놀이공간에서 자주 만나다 보면 낯선 모습들이 익숙해지지 않을까요? 너의 놀이터나 나의 놀이터가 아닌 우리의 놀이터에서, 모든 아동이 차별없이 마음껏 놀 수 있는 시간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커뮤니케이션부 한국화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우리 아들이 여기 복지관에서 10년간 치료를 받았는데요. 이렇게 복지관에 놀이공간이 생긴 게 기적 같아요. 정말 감사해요. 태용이는 또래아이들이랑 놀아야 하는 시간을 건너뛰어 버렸어요. 서로 불편하니까 놀이터에 사람 없을 때를 찾아서 놀았어요. 키즈카페도 가 봤지만, 상처주는 말을 들으면 다시 안 가고 싶더라고요. 실컷 놀아본 적이 없었어요. 놀이공간이 엄청 필요했죠. 우리는 떳떳하다고 생각하지만 주눅들게 하는 시선들이 있잖아요. 그 눈길을 조금만 더 부드럽게 해준다면 우리애들도 함께 스며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더불어 살아야 하니까요.” 최태용 아동의 어머니 방민영 씨

“장애·비장애 관계없이 아이들이 노는 방식은 똑같았어요. 앉아서 꼼지락거리고, 어딘가 안에 들어가려고 하고요. 똑같다는 게 오히려 새로웠죠. 아이들은 아이들이더라고요. 장애아동에게나 비장애아동에게나 놀이는그 자체로 힘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장애아동 놀이공간의 차이점을 굳이 꼽자면 보호자가 앉아 있을 공간을 마련한 거예요.” 라라꿈터와 도담노닐터를 설계한 강미현 건축사

“장애인복지관을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통합하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를 위한 프로그램을 열거든요. 비장애아동이 복지관에 놀이공간이 생긴 걸 보고 여기서 놀 수 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장애인복지관의 놀이공간이 장애아동과 비장애아동이 같이 어울릴 수 있는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광주광역시장애인종합복지관 박정화 사회복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