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 소식지 154호
[문화로 보는 아동권리] 학교에 다니는, 그 평범함에 대하여
2021.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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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더(Wonder)’는 안면장애가 있는 주인공 ‘어기’가 홈스쿨링을 그만두고 학교에 입학하면서 겪는 일을 담아낸 작품이다. 어기는 남다른 외모 때문에 따돌림을 당하지만, 곧 친구도 생기고 그럭저럭 학교생활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친구라 믿었던 ‘잭’이 교장 선생님 부탁으로 친한 척했던 사실을 알게 되면서 위기를 맞는데…. 학교란 원래 그런 곳이라며, 네가 진짜 평범해지고 싶다면 모든 것을 받아들이라는 누나의 조언에 어기는 눈이 번쩍 뜨이고 다른 아이들처럼 평범한 학교생활에 서서히 적응해간다.




이 영화는 해피엔딩이다. 어기는 종업식 날 용기 있는 자에게 부여하는 헨드워드비처 메달을 받고 모두에게 박수를 받는다. 영화 제목이 왜 원더(Wonder, 경탄 또는 경이)인지 알 수 있는 장면이기도 하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어기가 평범한 학교생활을 하는 것이 경이로운 일이라 박수받는 현실에 마음이 묵직해졌다. 나 또한 발달장애가 있는 초등학생 아들을 키우는 엄마이기 때문이다.


학교에 다니는 것. 그것은 이 세상 모든 아동이 해야 할 의무이자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다. 누구에게나 당연한 이 현실이 장애가 있는 아동에겐 넘어야 할 벽이 된다. 그 일을 해냈을 때 그것은 경탄(Wonder)할 일이 된다. 장애에 대한 세상의 편견이 단지 학교에 다니는 평범한 일조차 평범하지 않게 만든다.





아들은 일반 초등학교에 입학했다가 2학년 때 특수학교로 전학했다. 많은 일을 겪었다. 그저 학교에 다니길 바랐던 것뿐이었는데…. 남들에겐 그토록 당연한 일이 아들에겐 왜 이리 어렵기만 한 건지 많이도 울었다.


장애인은 특별한 누군가가 아니다. 외계에서 온 괴생명체도 아닐뿐더러 ‘코로나19’처럼 장애는 타인에게 전염되는 병도 아니다. 하지만 어기의 친구들은 어기와 손을 잡는 것조차 기겁했다. 장애가 옮는다고. 어기가 걸어가면 모세가 바다를 가르듯 길이 열렸다. 아들도 늘 겪는 일이다. 아들 주변엔 언제나 공간이 남는다.


나는 아들의 엄마이기도 하지만 쌍둥이 엄마이기도 하다. 비장애인 딸과 발달장애인 아들을 동시에 키우면서 둘은 전혀 다른 것 같지만, 알고 보면 다를 게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매일 깨닫는다. 장애가 있든 없든 두 녀석 모두 말 안 듣는 열두 살 초등학생일 뿐이다. 다만 표현방식이, 생각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나와 내 남편이 다르고, 내 친구와 이웃이 다르듯.


아들은 그냥 제 나이대로 잘살고 있는 어린이다. 단지 장애가 있을 뿐인. 누군가는 곱슬머리가 있고, 누군가는 땅콩 알러지가 있듯 아들은 단지 발달장애가 있을 뿐이다. 나는 삶을 통해 힘들게 알게 된 이 사실을 모두는 나처럼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마땅히 알게 되길 바란다.




영화에서 마음에 남았던 대사가 있다. “어기의 외모는 바꿀 수 없어요. 그러니 우리의 시선을 바꿔야죠.” 아들의 장애는 없어지지 않는다. 극복되지도 않는다. 장애는 한 개인을 구성하는 특성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바뀌어야 하는 건 아들의 장애가 아니라 그 장애를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일 터. 어기의 친구들이 바뀌었듯 우리의 시선도 바뀔 수 있길 바라본다. 그것이 모두가 지향하고자 하는, 더불어 사는 사회의 참모습일 테니까.



류승연    사진제공 CGV 아트하우스, 그린나래미디어㈜

작가소개 전직 기자, 현직 작가. 이란성 쌍둥이 중 아들이 발달장애인이 되면서 삶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다. ‘한겨레21’에 칼럼을 연재 중이며 글과 강연을 통해 장애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다시보기’ 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있다. 저서로는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다르지만 다르지 않습니다’ ‘배려의 말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