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 소식지 156호
학대피해아동 15%만 심리치료를 받는 이유
2021.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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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하루 평균 82명의 아이들이 학대받고, 지난해 최소 42명의 아이들이 죽어서 집을 나왔습니다. 돌려보낸 아이 8명 중 1명은 다시 학대 위험신고가 들어옵니다.* 
* 보건복지부 아동권리보장원, 『2019 아동학대 주요통계』, 2020.

잊을 만하면 뉴스에 나오는 아동학대 사건, 왜 자꾸 반복되는 걸까요? 아동을 소유물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나 체벌을 훈육으로 인식하는 것이 큰 원인이지만, 아동학대 관련 법과 제도가 미비한 이유도 있습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문제는 더 심각합니다. 아동학대 대응을 위한 예산도, 아동보호전문기관도, 전문상담인력도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 산하시설 경기부천아동보호전문기관의 임진 팀장을 만나 아동학대의 최전선에서 겪는 어려움을 들어봤습니다.

팀장님,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경기부천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일하는 임진이라고 합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업무는 신고접수 후 아동학대 현장을 조사하는 업무와 아동학대 사례 가정을 관리하는 업무로 나뉘는데요. 예전에 두 업무가 분화되기 전에는 현장조사와 사례관리 업무를 모두 했고, 지금은 사례관리 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아동복지법」에는 전국 각 시군구에 아동보호전문기관(이하 아보전)을 설치해야 한다고 나와 있는데 실제 현황은 어떤가요?
전국에 229개의 시군구 중 69곳만 아보전이 있어요. 30%밖에 안 되는 거죠. 복지관이라든가 건강가정증진센터 같은 사회복지 시설은 시군구에 적어도 하나씩 있는데요. 아보전은 아동의 생명과 안전을 다루는 기관인데도 관할 시에 하나도 없는 경우가 많아요. 저희만 해도 부천시와 김포시 두 곳을 담당하고 있어요.

아보전이 하나도 없는 지역이 있군요. 아보전이 2개 이상의 지역을 관리할 때 생기는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경기부천아보전은 부천시에 있는데요. 김포시까지 같이 관리하다 보니까 이동시간이 길어서 어려움이 있어요. 신고를 받고 즉시 출동해서 조치해야 하는데, 이동시간만 한 시간 이상 걸리니까 빠르게 대응할 수 없어요. 게다가 김포지역의 특성을 부천지역만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아보전이 가정에서 다시 학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다양한 지원을 하는데요. 예를 들어 경제적 어려움이 있어서 학대 행위가 더 자주 일어난다고 하면, 근로나 취업을 돕는 복지관이나 통합사례관리기관을 연계합니다. 이렇게 지역 자원을 연계할 때, 아무래도 저희가 속해 있는 부천시보다는 김포시에 대한 정보가 적어서 어려움이 있어요.

아보전도 부족하지만 아동학대 사례를 담당하는 상담원(사회복지사) 수도 부족하다고 알고 있어요.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까 한 사람당 맡고 있는 사례가 엄청 많아요. 신고 건수에 맞춰서 지역마다 인력이 배정되는 것도 아니고요. 평균적으로 보면 상담원 1인당 서울은 43건, 인천은 143건, 부천에서는 100건 정도 사례를 맡고 있어요. 전국 평균으로는 1인당 약 76건을 담당합니다. 100건의 사례를 맡는 건 이번 달에 만나야 하는 가정이 100가정이라는 의미예요.

업무가 너무 많으면 금세 지칠 것 같은데요.
담당하는 100가정에 관한 기록을 상세하게 다 남겨야 해서 업무가 많기도 하지만 업무 자체의 어려움도 커요. 학대행위자가 상담을 거부하고, 욕설이나 폭언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요. 보호자의 동의 없이는 아동을 만날 수 없는데요. 그 사이에 아동이 학대로 사망하게 되면 아보전에 책임이 돌아가요. 아동의 안전을 위해 상담을 거부하는 가정도 억지로 뚫고 들어가야 한다는 중압감이 심하고, 학대행위자와 부딪치면서 발생하는 피로감도 상당합니다. 열정으로 일하는 것도 한계가 있잖아요. 그래서 채 1년을 버티지 못하고 나가는 상담원이 많아요.

작년에 아동복지법이 개정되면서* 아보전의 현장조사 업무가 공공영역으로 넘어갔어요. 실제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민간에서 진행하던 아동학대 현장조사 업무를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이 담당하게 되었는데요. 업무 이관에 3년의 유예기간이 있어요. 부천시에는 2월부터 공무원 8명이 배치되어서 업무를 거의 인계한 상황이고, 김포시에는 올해 10월에 전담공무원이 배치된다고 해서 아직 저희가 현장조사를 나가고 있습니다. 적절하게 인력배치가 안 된 지역에서는 공무원 분들도 굉장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어요. 담당 공무원이 1명인 경우도 있거든요. 중앙 부처에서 관리하는 게 아니라서, 개별 시가 아동학대 업무를 얼마나 관심있게 보느냐에 따라 아동학대 대응을 위한 지원이 달라지는 상황입니다.

* 2020년 10월부터 아동복지법이 개정되어 아보전 상담원의 아동학대 현장조사 업무를 시군구의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이 담당합니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업무가 단계적으로 잘 이관되도록 2022년까지 아보전 상담원이 조사 업무를 하거나 돕게 됩니다.

아보전 상담원이 부족한 문제가 예산 부족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네요.
맞아요. 아보전이 사회복지 시설인데도 보건복지부 일반 예산을 받고 있지 않아서 추가적인 예산 확보나 안전성이 떨어집니다.* 현재는 법무부의 범죄피해자보호기금과 기획재정부의 복권기금을 받고 있어요. 벌금이나 복권 기금은 유동성이 있잖아요. 예산 증액을 요청하려고 해도 법무부나 기획재정부 소속이 아니니까 한계가 있죠.

* 인터뷰 이후 아동학대 방지사업 예산이 보건복지부 일반회계로 일원화되어 2022년부터는 아동학대 예방과 대응을 위한 안정적인 예산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정부에서 받는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이나 복권기금 외에 다른 예산도 있나요?
아보전은 민간 기관이라서요. 경기부천 아보전은 정부보조금 외에 경기도에서 지원하는 도비, 부천시·김포시의 시비, 위탁법인 세이브더칠드런의 지원금을 합쳐서 운영하고 있어요. 경기부천아보전의 경우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지원하는 예산이 36%이고, 정부와 시도 보조금이 55% 정도 됩니다.

예산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어려움은 무엇이 있나요?
앞서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상담원의 수가 부족하고요. 심리치료비, 상담교육, 의료비 등 사업비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아보전에서는 학대피해아동의 학대 후유증을 감소시키고 학대행위자가 양육태도를 개선하도록 상담과 교육을 하거든요. 저희가 확보한 예산으로 계산해 보면 대략 15%의 학대피해아동 가정에만 심리치료 사업을 제공할 수 있어요.

15%밖에 심리치료를 못 받는다니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다면 나머지 85%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모든 학대피해아동이 심리치료를 받아야 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예산에 한계가 있는 만큼 위기가정과 고위험가정을 우선순위에 두고 심리치료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심리치료를 받지 못하면 상담원이 꾸준히 가정을 방문해 심리치료에 가까운 직접서비스를 제공해야 해요. 아니면 외부에 의뢰서를 써서 사업비를 추가로 확보하거나 유관 기관으로 연계합니다. 상담원의 역할이 더 많이 늘어나는 상황인 거죠. 업무량이 많은 상황에서 사업비 부족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습니다.

아보전의 예산과 인력, 구조적인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해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아동학대 정책개선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데요. 참여하시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처음부터 아이를 심하게 때리지 않거든요. 조금 때렸을 때는 학대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결국 반복하다 보면 아동이 사망에 이를 수 있어요. 처음 아동학대 신고를 받았을 때 잘 개입해서 더이상 학대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아보전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아보전이 더 효과적으로 학대를 예방하고 대응하도록 관련 정책과 제도를 개선하는 일에 시민들의 관심이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동학대 정책개선 캠페인에 많은 참여 부탁드려요.

아동학대 예산 일반회계 전환 결정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학대 대응체계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
지난 4월 <#당신의 이름을 보태주세요> 서명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서명에 참여하고 함께 목소리를 내주신 덕분에
6월 2일 아동학대 방지사업 예산이 보건복지부 일반회계로 일원화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개선이 필요한 여러 영역이 있습니다.
아동학대 정책개선을 위해 여러분의 이름을 보태주세요!
참여해 주신 서명은 정부와 국회에 전달됩니다.

서명 참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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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부 한국화    사진 세이브더칠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