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 소식지 가을호(161)
놀이터, 어디가 아픈지 알려줄게요
2022.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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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 한 곳이 바뀌면 그 동네 아이들 전체의 놀이가 달라집니다. 하지만 조금 멀리 떨어진 곳에 사는 아이들은 결국 집 앞에 있는 놀이터에 가게 되죠. 그렇다고 세이브더칠드런이 수많은 놀이터를 다 새로 짓거나 바꾸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동네를 넘어 지역에 있는 모든 아이들의 놀이환경이 좋아지는 방법은 없을까요? 지금 있는 놀이터를 더 잘 사용하는 방법은 뭘까요? 세이브더칠드런은 지역사회의 놀 권리 인식을 향상하고 지자체와 함께 지역 내 놀이환경 전반을 개선하기 위해 ‘놀이환경진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놀이터에서 안 놀고 뭐해요?
신나게 그네를 타다가 한 번씩 놀이터를 유심히 살펴봅니다. 종이에 뭔가 쓰기도 하고,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기도 합니다. 아동조사원이 지역 내 공공어린이공원을 조사하는 모습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 놀이환경진단의 핵심은 시민이 직접 놀이터를 전수조사하는 것입니다. 놀이터를 시간대별로 방문해 놀이터에 가는 길이 안전하고 편리한지, 놀이터와 놀이기구가 잘 관리되고 있는지, 아이들이 다양하게 놀 수 있는지 50~80여개의 문항을 보며 점검합니다.

한 사람이 너무 많은 놀이터를 조사하기는 어려우니, 지역의 놀이터 개수에 맞게 성인조사단과 아동조사단을 모집합니다. 물론 전문조사원이 놀이터에 관한 정보를 파악하기도 하지만, 지역 주민들만이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 있습니다. 특히 직접 놀이기구를 이용하는 아이들이 내는 의견은 어른들이 놀이터의 겉모습만 보고 진단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이천시 놀이환경진단 아동조사원으로 참여한 김윤섭 아동은 평소 놀 때랑은 다르게 놀이기구를 자세하게 보게 되는 것 같다며 “미끄럼틀이나 그네 말고도 조금 더 스릴있는 놀이기구가 있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놀이터에 대한 의견을 적었습니다. 직접 조사원이 되어보니까 어른이 된 것 같았다는 석유찬 아동은 “어른들만의 생각 말고 아이들의 생각도 포함해서 더 좋은 놀이터를 만들어 가는 게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라고 아동조사원으로 활동한 소감을 밝혔습니다.
놀이환경진단에 참여한 김윤섭 아동(위), 석유찬 아동(아래)
놀이환경진단 직접 해보기!
여러분이 살고 있는 곳에서 자주 이용하는 놀이터가 깨끗하게 잘 관리되는지 아래 내용을 잘 읽어보고 내가 생각하는 것과 가장 가까운 점수에 √ 표시 해보세요.
* 세이브더칠드런은 벤처기부펀드 씨프로그램(C Program)과 함께 놀이환경진단도구를 개발했습니다. 아래 내용은 실제 아동조사원이 놀이터에 가서 조사하는 설문의 일부입니다.
접근성
놀이터까지 가는 길이 안전한가요?
1점: 놀이터까지 걸어가는 길에 자동차나 오토바이가 많이 다니는 교차로가 있고, 도보가 놀이터까지 제대로 이어지지 않아 어린이 혼자 놀이터까지 걸어가기에 매우 위험하다.
5점: 놀이터까지 교차로가 없거나 도보로 잘 연결되어 있어 어린이 혼자서도 걸어서 놀이터에 가기에 매우 안전하다.
환경 현황
놀이터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어른이나 (담배꽁초 등의) 담배를 피운 흔적이 없나요?
1점: 놀이터 안에서 잠깐이라도 휴식을 취하면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거나 주변에 청소가 잘 되어 있지 않고 담배꽁초가 여기저기 버려져 있어 지저분하다.
5점: 놀이터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나 담배꽁초가 전혀 없이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다.
놀이기구
놀이기구가 부서지거나 녹슨 부분이 없이 잘 관리되고 있나요?
1점: 놀이기구 시설물이 부서지거나 녹슨 부분이 많아 매우 위험한 편이다.
5점: 놀이기구 시설물이 부서지거나 녹슨 부분이 거의 없이 잘 관리되고 있는 편이다.
놀이성
놀이터가 유아, 저학년, 고학년 친구들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각각 마련되어 있나요?
1점: 놀이공간이나 시설이 특정 연령대의 놀이욕구만 충족하거나 충분하지 않아서 서로의 놀이에 방해가 되거나 안전하지 않다.
5점: 유아부터 초등학교 고학년을 포함한 어린이들의 놀이 공간이 구분되어 있어 모두의 놀이욕구를 충족한다.
놀이터를 보는 눈이 생겨요
한 곳 한 곳 놀이터에 관한 정보를 모으고 나면 지역 전체 놀이터의 정보가 담긴 지도와 놀이환경진단 분석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만듭니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세이브더칠드런은 지자체의 유관 부서와 함께 어떻게 지역 내 놀이환경을 개선할지 계획을 세웁니다.

지역 전체의 놀이터를 한눈에 보면 단순히 놀이시설을 바꾸거나 새로 짓는 것을 넘어 환경을 개선하고 안전 구조물을 늘리는 등 한정된 지자체의 예산을 더 효과적으로 쓸 수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개선 계획이 실제 예산 편성으로 이어지도록 프로젝트 일정을 세우고 잘 실행되는지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지금까지 놀이환경을 진단한 지역은 총 15곳으로 전국의 놀이터 1038개를 진단했습니다.
놀이터에 대한 마음이 자라납니다
자녀 오하나 아동과 함께 이천시 놀이환경진단 성인조사단에 참여한 신동화 씨는 “놀이환경을 조사하면서 이천시의 놀이터 전반에 관심이 생기는 것 같아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어떤 환경이었으면 좋겠는지, 어떻게 만들어지면 좋겠는지 전에는 크게 생각하지 못했거든요”라고 말했습니다.
놀이환경진단에 참여한 오하나 아동(오른쪽)과 동생 오하람, 오하늘 아동
과거 놀이환경진단을 담당한 서울 동작구 아동정책팀의 김소영 주무관은 “놀이터가 단순히 구청에서 만든 시설이 아닌 아이들의 일상에 꼭 필요한 공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사업을 하면서 정책적인 측면에서 아이들을 생각할 수 있어서 의미있는 시간이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동작구는 놀이성 향상을 위해 놀이터 안에서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마련하고, 몇몇 놀이터를 물놀이 놀이터로 바꾸는 계획을 수립해서 이행하고 있습니다. 놀이터 가는 길이 더 안전해지도록 차량 진입을 막는 구조물을 세우고 CCTV를 추가로 설치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놀이터를 가까이에서도 들여다 보고 멀찌감치도 보면서 놀이터에 대한 생각들을 하나씩 바꾸어 나갑니다. 놀 시간이 없다는 막연한 추측과 새로운 놀이시설만 있으면 된다는 오해를 넘어 놀이터가 진짜 아이들의 공간이 되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아이들이 친구들과 함께, 실컷, 맘껏 뛰놀 수 있는 공간이 전국에서 점점 더 늘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세이브더칠드런은 계속해서 아동의 놀 권리를 지켜가겠습니다.
커뮤니케이션부문 한국화
사진세이브더칠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