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 소식지 신년호(162)
세이브더칠드런이 기후위기를 말하는 이유
2023.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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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여름, 123년 만에 내린 엄청난 폭우로 서울 시내가 잠기던 날 제주에는 폭염이 닥쳤습니다. 지구 반대편 유럽에서는 500년 만의 최악의 가뭄으로 강바닥이 드러나고 물 사용이 제한됐습니다. 어쩌다 날씨가 좋지 않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기후가 바뀌고 있는 상황이 이제는 피부에 직접 와 닿습니다.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위기라고 불러야 할 정도로 심각해진 상황은 우리의 삶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인 아이들에게 실제적인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환경단체가 아님에도 기후위기에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입니다.
날씨: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부는 등 매일의 기상현상
기후: 오랜 기간의 날씨 정보가 모인 것으로 보통 30년 동안 나타난 평균 날씨
기후변화: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자연적인 변화 이상으로 기후가 바뀌는 것
기후위기: 기후가 단순 변화를 넘어 예측할 수 없는 위기상황이라는 것을 더 잘 전달하기 위해 쓰는 표현. 기후 비상사태, 기후실패라는 단어도 사용
기후위기는 곧 아동권리의 위기
파리협정에서는 2020년생 아동이 1960년생에 비해 산불과 흉작, 가뭄, 홍수, 폭염을 경험할 확률이 각각 2배 이상 높을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물론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난을 모두가 똑같이 경험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지역에 사는지에 따라,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그 피해가 다르게 나타납니다. 하지만 대개 기후위기는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고 일상 곳곳에서 아동의 권리를 침해합니다. 특히 경제적으로 더 열악한 상황에 처한 아동은 더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먼저, 기후위기는 아동이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삶을 누리기 위한 생존권을 위협합니다. 홍수 발생으로 식수가 오염되면 아이들은 설사와 말라리아 등 관련 질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고, 가뭄으로 식량이 부족해지면 영양실조로 사망하는 아이들이 늘어납니다.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이들의 성장발달을 저해하고 폐 손상과 폐렴의 주요 원인이 되는 미세먼지는 이미 몇 년 전부터 한국에서 심각한 문제가 되는 상황입니다. 이번 겨울, 기후이변으로 몰아친 한파는 난방비와 난방용품이 부족한 저소득가정 아이들의 일상에 실제적인 어려움으로 다가왔습니다.
기후위기는 아동이 배우고 성장할 권리인 발달권과 폭력, 위험에서 안전하게 보호받을 권리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자연재해로 생계가 어려워지면 아이들은 학업을 중단하고 집안일을 돕거나 일터에 나가기 쉽습니다. 삶의 터전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이주해야 하는 기후난민*이 되면 생활이 불안정해지고 장기간 학교에 다니지 못하기도 합니다. 여자아이들에게는 조혼의 위협이 가중됩니다.
파리협정: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국제사회가 채택한 기후변화협정으로 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에 비해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모든 국가가 실천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후난민: 기후변화로 삶의 환경이 변화하면서 자신이 살던 고향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사람들
어른들이 만든 문제를 떠안아야 하는 아이들
아이들의 삶을 실제로 위협하는 기후위기는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닙니다. 산업화 이후 화석연료를 사용할 때, 쓰레기를 태우고 매립하는 과정에서, 대량으로 가축을 사육하면서 나온 이산화탄소, 메탄가스, 오존 등 온실가스가 지구의 온도를 계속 높여왔습니다. 당장의 편의와 금전적 이익 앞에서 다음 세대가 감당할 부작용은 우선순위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지구의 온도가 1도 높아지자 단순히 날이 더워지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태풍과 산불, 가뭄, 홍수, 폭염, 해수면 상승 등의 다양한 기상이변이 나타났습니다. 무분별한 과잉 생산, 대량소비, 쓰레기 배출이 만들어낸 기후위기는 어른들로부터 시작됐지만, 이제 태어난 아이들이 평생 살아가면서 해결해야 할 문제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기후위기 대응에 목소리를 높입니다.
‘모든 아동은 자신의 삶과 관련이 있을 수 있는
환경적 의사결정 과정을 포함해
아동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모든 문제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할 권리를 가진다’
-2020년 유엔인권이사회 결의안
전 세계 곳곳에서 아이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등교를 거부하고, 거리 시위에 나서고, 헌법소원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목소리를 높입니다. 어떤 어른들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과소평가하지만 기후위기 당사자인 아이들은 문제를 훨씬 더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에서 2022년 8월 국내 아동·청소년 900명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기후위기 인식에 관해 조사한 결과, 응답한 아동·청소년의 92.9%가 기후위기의 의미를 이미 알고 있었으며, 아동 79.9%가 기후위기가 본인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답변했습니다. 또한 ‘아동·청소년이 기후위기 대응활동에 참여해야 한다’는 의견에 찬성하는 아동의 비율은 86.0%였습니다.
기후위기에 목소리를 내는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를 위해 지난 100여 년간 힘써온 세이브더칠드런도 다양한 방식으로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당장 기후변화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에서는 재난 위험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농업 생산량이 줄어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대체 작물을 재배하는 등 아이들과 지역 주민들이 겪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활동을 펼칩니다. 또 한편으로는 기후위기 문제를 아동권리의 관점에서 근본적으로 다루기 위해 아동과 함께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고 정책변화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너무 거대한 문제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100년 전 아동권리가 없던 세상에서 아동권리를 가장 먼저 말했던 세이브더칠드런의 움직임이 아동의 삶에 변화를 가져왔던 것을 기억하며, 기후위기 문제에서도 작지만 힘 있는 발걸음을 내딛으려고 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과 아이들의 목소리에 함께 힘을 보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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