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 소식지 여름호(163)
튀르키예, 우크라이나 사무소장에게 듣는 아동의 오늘과 내일
2023.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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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튀르키예 상황은 어떻습니까?
지진 발생 직후에 비해 나아졌지만, 지난 3월에 발생한 폭풍과 홍수로 임시 거주지에 머물던 수많은 아동과 지역주민들이 또 한 번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홍수로 수도 시설이 망가지면서 임시 거주지에 안전한 식수가 부족해지고, 수인성 전염병도 발생했습니다. 아동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정서적 안정을 제공하는 공간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입니다. 여러 차례 반복된 여진 탓에 여전히 불안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번 대지진으로 수많은 인명 피해가 있었습니다.
재난이 사람들에게, 특히 아동에게 끼치는 영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아동입니다. 학교는 붕괴되고, 교사들도 목숨을 잃어 교육시스템이 마비됐습니다. 아이들은 친구, 가족, 이웃을 잃고 큰 충격에 빠져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아동보호와 심리적 회복을 최우선으로 지원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재난으로 달라진 환경에서도 안정된 일상을 되찾고, 아이답게 자신을 표현하고, 다시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아동에게 하고 있나요?
아동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교육 지원입니다. 수많은 아동이 학교에서 선생님, 친구와 어울리던 생활과 교육의 기회를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임시 거주지에 신속히 임시 학교를 만들어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동친화공간도 만들어 미술, 체육, 놀이 등 좋아하는 활동을 통해 또래 친구들과의 사회성을 키우고 심리적 충격에서 회복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 공간에서는 아동심리상담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 이상 지속되고 있습니다. 지금 아동의 상황은 어떤가요?
전쟁을 경험한 우크라이나 아동은 불안과 공포를 안고 살아가게 됩니다. 현재도 미사일 투하, 드론 공격 등 위험 상황이 반복되면서 늘 불안정하다는 두려움을 느낍니다. 아동들은 불투명한 현실 속에서 악몽을 꾸는 등 트라우마를 겪고 있습니다. 저희는 아동보호, 교육 지원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전쟁으로 전기 공급이 끊겨 지역에 따라서는 온라인 교육도 받을 수 없는 아동이나 트라우마에 대한 적절한 의료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아동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어떻게 아동을 돕고 있나요?
저는 세이브더칠드런이 우크라이나에서 수행하는 일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우크라이나에서 우리가 하는 일을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세이브더칠드런’이라는 이름처럼, 우리가 아동을 구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지난 겨울에는 전쟁으로 여러 시설이 망가지면서 전기 공급이 어려워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추위보다 심각한 것은 교육 단절로 인한 아동의 교육권 피해였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50개 이상의 디지털학습센터*를 개설하고, 이를 위한 발전기도 지원했습니다. 디지털학습센터에는 어린 아이들부터 청소년까지 많은 아동이 찾아옵니다. 아이들은 디지털학습센터에서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고, 공부할 수 있어서 행복해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인도적지원 상황에서 유엔과 함께 교육 분야를 이끄는 유일한 비정부기구로서, 파트너 기관들과 교육 수요를 조사해 아동의 교육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지 공습 피해를 본 학교 재건 작업에 동참하는 한편, 교사를 대상으로 심리적 응급처치법을 교육해 아동의 심리·사회적 안정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두 분에게 공통 질문을 드립니다.
지금까지 아동들과 만나오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아동이나 사례가 있나요?
사샤 에카나야케 네, 저는 알리(10세)라는 소년이 기억에 남습니다. 알리도 튀르키예의 수많은 아이들처럼 지진으로 집을 잃고, 가족들과 임시 거주지에서 지냈습니다. 알리를 처음 만났을 때는, 여느 아이들처럼 집과 자기 물건을 잃고 슬퍼했습니다. 저는 알리와 무너진 잔해 사이에서 물건을 같이 아주기도 하고, 지원 물품을 전달하며 곁에서 지켜봤습니다. 슬픔 속에서도 열정적인 성격을 가진 긍정적인 어린이였습니다. 알리는 달라진 환경에 적응해가며 어린 동생을 돌보기 시작했고, 주변 아이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저는 알리를 보며 아동이 가진 놀라운 회복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샤 에카나야케 우크라이나 동부 드니프로의 아동친화공간에서 만난 올가(6세)라는 소녀가 기억에 남습니다. 올가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전쟁으로 몇 년간 집에서만 지냈습니다. 그래서 가족 이외에 다른 아이들이나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적었습니다. 올가는 세이브더칠드런이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아이들과 어울리는 법을 배우고, 자신감 넘치고 사랑스러운 아이로 성장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아동친화공간에서는 아동에게 온라인 학습, 심리 상담, 예술과 체육 활동, 독서 등을 지원합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동들은 스스로 감정을 표현하고, 자신감을 쌓아가며, 트라우마를 회복합니다. 저는 올가의 사례가 아동친화공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러한 공간이 아이들을 어떻게 돕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사샤 에카나야케 사무소장과 소니아 쿠쉬 사무소장이 전해준 아동의 오늘은 절망보다는 희망이 보입니다. 아이들은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음에 좌절하기보다, 현재에 적응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생존은 시작일 뿐입니다. 마지막 한 아이까지 구해내는 그날까지, 후원자분들과 함께 아동 곁에 있겠습니다.
커뮤니케이션부문 문지은
인터뷰커뮤니케이션부문 신지은·강민구
사진세이브더칠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