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브더칠드런 소식지 가을호(164)
[알아보기]아동의 잊힐 권리: 지울수 있으면 지킬 수 있습니다
2023.11.15
공유하기
아동의 삶이 ‘디지털 발자국’으로
2022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10세~19세 청소년의 99%가 인터넷을 사용했습니다. 청소년만이 아닙니다. 3세 이상 9세 이하 아동 역시 10명 중 9명이 온라인 세상에 접속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 디지털 기기를 일상적으로 접하는 아동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아동은 온라인 세상에서 공부하거나 필요한 정보를 찾고, 게임을 하면서 친구를 사귀며, 사람들과 소통합니다. 이 과정에서 아동은 ‘디지털 발자국’이라고 일컫는 다양한 기록을 남깁니다. 아동이 남기는 기록만 있지 않습니다. 아동의 보호자나 주변 사람들이 올리는 글이나 사진, 영상을 통해서도 아동의 다양한 삶의 흔적이 디지털 발자국으로 ‘박제’됩니다.
이미 태어나기 전부터 태내 초음파 사진으로 온라인 세상에 ‘데뷔’하는 아동들은 12세면 평균 1,165장의 사진이 온라인에 게시됩니다. 그리고 나날이 발전하는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더 자주, 더 많이, 더 오랫동안 디지털 발자국을 남기며 살아갈 것입니다. 그만큼 디지털 환경에서 자신의 정보가 원하지 않게 노출되는 일을 겪을 위험도 커집니다. 이미 10대 청소년 94.2%가 개인정보 유출의 경험이 있습니다.
원치 않는 개인정보 노출의 위험성
아동은 개인정보의 ‘주체’로서 자신에 관한 정보를 누가 언제 어떤 목적으로 어느 범위까지 사용해도 좋은지 결정할 권리가 있습니다. 아동이 원하지 않는 개인정보 노출은 그 자체로도 아동의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지만, 노출된 정보가 신분도용이나 사이버불링, 성범죄 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입니다. 온라인에 공개된 아동의 정보를 이용해 아동 본인이나 보호자인 척 행세하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2016년 미국과 2011년 일본에서는 인터넷에 공개된 아동의 개인정보를 이용해서 아동을 유괴하는 사건도 있었습니다. 호주 사이버안전국에서는 소아성애 성향을 가진 성범죄자들이 자신들의 커뮤니티에서 공유하는 아동의 사진 중 절반 이상은 일상을 기록하고 공유하기 위해 올렸던 평범한 사진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서 아동의 사진 몇 장만으로도 성범죄물을 만들고 거래하는 일까지 일어나고 있습니다.
‘잊힐 권리’로 지키는 아동의 삶
아동을 개인정보 보호의 대상에서 나아가 주체로 바라보고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2022년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아동·청소년 개인정보보호 기본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올해 4월에는 아동·청소년의 개인정보가 담긴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노출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지우개’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아동의 ‘잊힐 권리’를 실현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 지원하는 사업이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뜻깊은 일이지만, 아직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 보니 아동 본인이 아닌 제3자가 아동의 개인정보를 노출한 게시물을 삭제하거나 검색되지 않게 가려줄 수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또한 손쉽게 퍼져나가는 온라인 게시물의 특성상 아동은 자신의 정보가 어디까지 퍼져나가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아동이 삭제를 요청한 게시물뿐만 아니라 온라인상에 배포된 관련 게시물도 삭제나 검색되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이뤄져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아동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아동과 보호자의 노력만이 아니라 아동의 잊힐 권리를 보장하는 법령과 제도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의 잊힐 권리를 위한 제도를 국가가 마련하도록 요구하며 딜리트더칠드런(Delete the Children) 캠페인을 통해 시민들의 지지 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지지 서명은 정부와 국회에 전달하여 아동의 잊힐 권리 제도화를 앞당기는 데 소중하게 사용될 예정입니다. 아동이 디지털 환경에서도 안전하게 자신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지금 바로 함께 해주세요.
[디지털 환경과 아동 삶의 질 국제심포지엄 후기] 온라인 속 아이들, 안녕한가요?
1.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터넷이용실태조사(2022)
2. AI image generators giving rise to child sex abuse material, BBC News, https://www.youtube.com/watch?v=uq51kAFYa10, 마지막 접속 2023.10.5.
3. 유엔아동권리협약 제16조 제1항 및 제2항
미디어팀 문지은
사진 세이브더칠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