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사업

설계부터 감리까지, ‘아동감리단’과 함께 짓는 신안지역아동센터

2019.10.07

설계도를 보는 눈빛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슬쩍 보기만 해도 복잡한 기호들로 가득한데 아이들은 한 장 한 장 꼼꼼히 종이를 넘겨봅니다. 신안지역아동센터 아동감리단 활동을 하는 아이들이 도면을 보고 있습니다. '도면'도, ‘감리’라는 단어도 낯설어서 물어보니 6학년 현우가 수줍게 대답합니다.  

“아동감리단은 다른 애들을 대신해서 건물이 잘 지어지는지, 그리고 의견이 잘 반영됐는지 보는 거예요.” 


▲ 설계도를 보고있는 아동감리단 아이들


세이브더칠드런은 전남 신안군과 함께 아이들이 원하는 지역아동센터를 만들기 위해 지역아동센터에 관한 아이들의 의견을 들을 뿐만 아니라 건축 과정에도 함께하도록 아동감리단을 운영했습니다. 먼저 신안 지도초등학교 아이들은 지난 4월, 2차에 걸친 워크숍에서 ‘우리가 가고 싶은 지역아동센터’에 대해 토론하고 직접 그림으로 그렸습니다. 건축사사무소 숲에서는 아이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설계도를 만들었고, 워크숍에 참여했던 아이들 중 5명이 아동감리단으로 7월과 9월, 건축감리에 참여했습니다. 

▲ 지역아동센터 의견수렴을 위한 참여워크숍에서 가고 싶은 지역아동센터를 그리는 아이들


워크숍부터 설계, 감리까지 함께한* 건축사사무소 '숲’ 김성일 대표는 감리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시공자가 건축할 때 도면을 보고 짓거든요. 그런데 시공자가 도면에 있는 내용을 놓치는 경우가 있어요. 감리라는 건 우리가 원하는 도면대로 시공자가 잘 짓도록 감독하고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거죠. 그리고 감리를 보면서 요구조건을 변경할 수도 있거든요. 도면상으로 봤을 때랑 실제로 건물이 지어졌을 때랑 느낌이 다를 수 있으니까요. 우선 아이들의 의견이 도면에 잘 반영되었는지 확인하고, 다른 내용이 있다고 하면 수정하는 과정을 거칠 거예요.


*소규모건축물 건축시 설계자와 감리자가 분리되어 있으나 건축사가 공모전에서 입상한 실적이 있는 경우 설계자가 감리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건축법 제25조) 건축사사무소 ‘숲’은 2016 제주 건축문화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곳으로 신안지역아동센터의 설계와 감리를 함께 진행했습니다.

▲ 아동감리단에게 지역아동센터 구조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건축사사무소 '숲' 김성일 대표

 

7월에 아동감리단은 도면에 관한 설명을 듣고 지역아동센터가 지어질 땅을 보러 갔습니다. 

"저희가 얘기했던 게 다 도면에 있어요. 신발장, 길가에 나무, 벤치까지도 기억나요." 아무것도 없는 땅을 보면서 현우는 어떻게 지역아동센터가 지어질지 머릿속으로 그려봤습니다. 

“의견 낸 게 도면으로 보니까 신기해요. 어렸을 때부터 건축하는 거 관심 있었거든요. 저는 못 다녀도 저희 후배들이 다닐 거니까 잘 지어졌으면 좋겠어요.” 6학년 우찬이도 신이 나는 표정입니다. 

혹시 무언가 추가하거나 수정했으면 좋겠냐고 물어봤더니 조금 머뭇거리다가 현우가 말을 이었습니다. 

“처음에 만났을 때도 얘기했는데요. 자전거 주차장이 있으면 좋겠어요. 5대 정도 주차할 수 있게요. 주변에 친구들이 자전거 많이 타요.” 

김성일 대표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었습니다. “어? 그러게. 왜 반영이 안 됐지? 자전거 거치대를 꼭 만들어야겠다.”

신안지역아동센터가 지어질 땅을 보고 있는 아동감리단


더운 여름이 지나가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면서 지역아동센터의 윤곽이 보입니다. 아동감리단은 9월에 본격적으로 설계도와 건물 내부구조를 비교하는 활동을 했습니다. 아이들은 7월에 봤던 설계도보다 훨씬 더 자세한 도면을 보면서, 실제 건물이 도면에 나온 대로 지어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역아동센터로 갔습니다.

 아이들이 감리를 본 신안지역아동센터


건물에 들어가기 전, 먼저 안전교육을 받았습니다. 

“나무로 된 합판은 밟아서도, 만져서도 안 돼요. 못이 있기도 하고, 다칠 수도 있거든요. 안전모는 꼭 써야 해요. 쇠파이프에 머리를 부딪칠 수 있어요.” 아이들의 눈빛이 진지해집니다.

“건물이 완성되기 전에 처음으로 보는 거잖아요. 그래서 설레요.” 긴장 반 설렘 반의 표정으로 5학년 지명이가 말했습니다.

▲ 감리를 보기 전 안전교육을 받는 아이들


“이 공간은 어딜까요?”
“식당이요!”
“여기가 책상 놓고 공부하는 곳이에요?”
“맞아요. 여기가 학습 공간이에요.”

도면 설명을 듣고 와서 머릿속에 공간이 척척 그려지는지 아이들은 모두 씩씩하게 대답했습니다. 공간의 길이와 너비가 도면에 있는 그대로인지 레이저측정기로 거리를 재기도 합니다. 

"건물이 진짜 설계도처럼 나와 있어서 신기해요. 거리 재는 것도 신기하고요.” 우찬이는 방 이곳저곳의 크기를 확인했습니다.

▲ 레이저 측정가로 거리를 재고 있는 6학년 우찬이


“다락방은 어디 있어요?”

“원래 이 공간에 다락방을 만들 예정이었는데요. 다락방은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없잖아요. 장애인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서 아쉽게도 다락방을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여러분들이 아주 많이 원하는 공간이었는데 아쉽게 되었어요.” 

공립 지역아동센터는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제도인 BF(Barrier Free)인증을 받아야 해서 아이들의 의견을 빠짐없이 반영해서 설계할 수는 없었습니다. 장애인도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을 만들기 위해서 다른 공간이 조금씩 줄어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표정을 뒤로하고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언젠가 단 한 명이라도 장애아동이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게 된다면, 지금 공간을 포기하는 게 아쉬운 일이 아니라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 도면을 보면서 질문하는 아동감리단 아이들


“건물을 실제로 보니까 좋았어요. 우리가 얘기했던 게 이렇게 만들어지니까요.”

“다목적실이 제일 좋아요. 크고 넓은 공간이라서요.”

“다락방이 없어져서 조금 아쉽긴 해요. 

“지역아동센터가 모두 함께 노는 공간이 되면 좋겠어요.”

오늘 감리를 직접 본 소감을 이야기하는 아이들은 마지막까지 지역아동센터의 작은 부분 하나하나까지 질문하고, 관심있는 눈으로 살펴보았습니다.  

▲ 지역아동센터를 꼼꼼히 살펴보는 아동감리단 아이들


어른들이 훌쩍 뛰어넘을 수 있는 공간도 아이들은 걸려 넘어질 수 있기 때문에, 아동의 눈높이에서부터 시작한 신안지역아동센터. 아동감리단 활동을 통해 아이들의 의견이 더해져 ‘아이들 맞춤형’ 공간으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어른들이 일방적으로 만든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의 목소리와 눈길이 담긴 곳이기에 현관부터 창문, 나무 한 그루까지 더 특별한 느낌입니다. 올 12월 완공을 앞둔 신안지역아동센터가 어떤 모습일지 기대됩니다.


 한국화 (미디어커뮤니케이션부)    사진 세이브더칠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