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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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나답게 만드는 시간 – 가족돌봄청소년 지원사업 ‘우미희망케어’
2024.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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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원이(가명, 17세)의 일상은 또래 친구들과 조금 다릅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동생이 소풍을 가는 날엔 직접 김밥을 싸서 보낼 줄도 압니다. 주중에 한 번은 골절 합병증이 있는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 갑니다. 최근엔 주말 아르바이트를 하나 더 시작하게 되어 친구들을 만날 시간도 없어, 친했던 친구들과의 사이가 조금 멀어진 것을 느낍니다.




승원이처럼 장애, 질병, 사고 등으로 일상생활에 제약이 있는 가족을 돌보거나, 생계까지 책임지는 만 13세~34세 청소년과 청년을 ‘가족돌봄청(소)년’(이하 돌봄 아동)이라고 정의합니다. 해외에서는 '영 케어러(Young Carerer)'라는 단어로 부르고 있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 들어서 이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으나, 새로운 가족 형태의 등장, 고령화 등의 사회 현상을 먼저 겪은 선진국에서는 90년대부터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마련되어 왔습니다.


우리 곁에 있어도 보이지 않는 아이들

우리나라에서는 2022년에 보건복지부에서 가족돌봄청(소)년에 대한 실태조사를 처음 진행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20~30대 청년을 위주로 진행되었고, 다수의 공공 지원은 ‘청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아직까지 돌봄 아동에 대한 정확한 숫자와 실상을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아동청소년 인구의  대략 5~8% 정도가 가족을 돌보고 있다는 해외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그 숫자를 어렴풋이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입니다. 가족의 품안에서 보호를 받아야할 시기에 가족을 책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돌봄아동은 가족돌봄, 생계, 진로 문제라는 3가지 고충을 함께 짊어집니다. 나에 대해 탐구하고, 새로운 경험에 도전해야 할 시기에 가족을 돌보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쓰느라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마음의 여유가 없습니다. 


제가 엄마랑 같이 집안일을 하는 시간에 다른 친구들은 공부를 하고 있는데,

학교에서 공부를 쫓아가려니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우미희망케어 참여 아동 지희(가명, 17세)


📰 함께 읽을 기사 👉 곁에 있지만 투명한, ‘돌보는 아동’을 찾아서 (2023. 12. 07. 시사 IN)



아이들을 위한 비빌언덕을 만들어 주자 

이에 세이브더칠드런은 2023년부터 우미희망재단과 함께 가족돌봄청소년 통합지원 사업 ‘우미희망케어’를 시작했습니다. 돌봄 아동의 생계 부담을 완화하고 향후에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사업의 목표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생활비 장학금 지원, 자조모임 운영, 아이들과의 정기적인 1:1 미팅을 진행했습니다.

명확하게 우리 주변에 존재하지만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돌봄 청소년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던 중, 

뜻이 같은 후원사인 우미희망재단과 연결이 되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어요. 

– 세이브더칠드런 광주 아동권리센터 이명서 대리


사실 시작은 쉽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을 찾는 것부터 난관이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유관기관과 사업 참여 아동에게 '가족돌봄청소년'이라는 생소한 개념을 알리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유관기관을 대상으로 한 사업설명회 현장


세이브더칠드런은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시교육청, 지자체, 복지관, 대안학교, 돌봄센터 등의 유관기관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이렇게 학교 선생님의 추천, 사회복지사의 제안 등 여러 이유를 통해 모인 총 15명의 아동과 지난 8개월 동안 우미희망케어 프로그램을 함께 했고 지난 6월 8일, 그간의 활동을 정리하는 시간이 있었는데요. 총 5명의 아동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자신의 일상에 일어났던 변화의 이야기를 나눠주었습니다.


 지난 6월 8일, 서울에서 진행된 우미희망케어 결과공유회


내 삶의 1순위는 ‘가족’이 아닌 ‘나’

우미희망케어에 참여한 아동들은 자기 자신을 1순위로 돌보는 법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생계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되니 아르바이트 대신 평소에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일에 도전해볼 수도 있었습니다.


 지난 8개월 간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우미희망케어 참여아동 준영


준영이는 가정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아르바이트를 해왔습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에 시간을 빼앗겨 정작 정말 하고 싶은 공부에는 집중하지 못했는데요. 생활비 장학금을 받고 공부에 훨씬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원하던 대학교 조기 입학에도 성공하게 되었고요. 평소 정말 배우고 싶었던 피아노도 배우고, 네일아트도 배우면서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자신에게 어떤 재능이 있는 지를 잘 알게되었다고 합니다.

일단 내가 편안해야 가족도 편안하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좋아하는 걸 하나씩 하다 보니까

나를 위한 시간이 제게 얼마나 필요했는지를 더 잘 알게 됐어요.

– 우미희망케어 참여아동 준영(가명, 19세)



돌봄, 스트레스가 아닌 나를 성장시키는 경험으로

사업에 참여한 아동들은 돌봄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시행한 가족돌봄청(소)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족돌봄청년은 주당 21.6시간 가족을 돌보고 있었고, 평균 돌봄기간은 46.1개월이었습니다. 일반 청년보다 삶의 만족도가 낮고, 미래를 계획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삶에 대한 불만족도는 일반 청년대비 2배 이상, 우울감은 7배 이상 높게 나타났습니다.



가족을 돌보다 너무 지치면 우울하고, 불안감이 높아졌다던 아동도 지원을 받은 후 안정적으로 가족을 돌볼 수 있게 되니 돌봄이 보람과 기쁨으로 느껴졌다고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장애를 가진 가족을 돌보는 한 아동도 돌봄 부담이 책임감과 스트레스로만 느껴졌었는데 돌아보니 자신을 성장시키는 경험이었다고 말하기도 했고요.


친구를 만나고 마음의 벽을 허물다

우미희망케어가 진행되는 기간 동안 총 6번의 자조모임을 가졌습니다. 첫 모임에서 아이들은 모두 매우 조심스러웠고,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불편하고 어색했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서로에 대한 경계를 허물게 되었는데요. 올해 2월에는 함께 캠핑도 가며 서로의 마음을 터놓고, 함께 기타도 치고 춤도 추며 가슴 따뜻한 추억도 만들었습니다.

 자조모임으로 함께 다녀온 캠핑


지원을 받기 전에는 항상 불안하고 우울하며 나 자체가 붕 떠있는 상태의 느낌을 받았었어요. 

또래친구와의 관계 자체가 내 자신이 만든 벽에 막힌 느낌이었지만, 

지금은 드디어 땅을 딛고 있는 상태라는 생각이 들어 벽을 많이 허문 것 같아요.

 – 우미희망케어 참여아동 성철(가명, 19세)


여전히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을 위해

공공과 민간에서 가족돌봄청(소)년을 위해 각종 복지서비스를 지원하기 시작했지만, 아동은 청년보다 복지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이는 13~18세 청소년이 19~34세 청년보다 복지 서비스를 이용해본 경험이 낮다는 보건복지부의 실태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납니다. 또한, 2023년 서울시에서 실시한 서울시 가족돌봄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링크), 가족돌봄을 위한 외부 도움 경로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응답한 19세 이상 청년은 26.7%인데 반해 18세 이하 청소년은 40.9% 였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2024년 우미희망케어는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또 다른 아이들을 찾아 나섭니다. 


가장 취약한 아동, 도움이 필요한 아동을 위해 세이브더칠드런은 필요한 지원을 이어나갈 것입니다. 가족돌봄청소년 지원사업에 대한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취재·글  커뮤니케이션부문 이예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