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와 와지드는 지난 9월 국회에서 열린 ‘국제 평화를 위한 대한민국의 역할: 유엔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서 분쟁 피해 아동 보호를 위한 역할’ 포럼에서 전쟁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습니다. 두 아동은 전쟁 지역 아동과 한국 아동이 교환 일기를 통해 마음을 나누고, 전쟁에 반대하는 ‘전쟁을 멈추는 동심일기’ 캠페인을 계기로 국회발표까지 하게 됐습니다. 라파와 와지드는 한국에서 태어나 살고 있지만, 전쟁 국가 아동의 이야기가 어쩌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라고 말합니다.
Q 안녕하세요, 라파, 와지드 후원자분들에게 자기 소개해 주세요.
라파 안녕하세요. 저는 라파이고, 지금 초등학교 6학년이에요. 제 이름 뜻은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와지드 저는 한국에서 태어난 아프가니스탄 사람 와지드예요. 저도 초등학교 6학년이에요. (이름 뜻은 뭐예요?) 이슬람어로 ‘발견하신 분’이라는 뜻이에요.
Q 포럼에서 발표하고 싶었던 이유가 있었나요?
라파 제가 수단에서 태어난 건 아니지만, 고향이 수단이잖아요. 그래서 수단 사람들이 (분쟁으로) 힘들고, 고통스러워 하는 걸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더 도와줄 수 있을 거 아니에요. 그래서 알리고 싶었어요. 우리는 지금 이렇게 편하지만 수단 아이들은 이러한 평화를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다고요. ‘우리는 아동의 권리를 보장해야 하니까 수단 아이들을 도와줍시다’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생겼어요.
와지드 아프가니스탄은 제가 태어나기 전에도 전쟁을 했고, 오랫동안 전쟁을 했어요. 아프가니스탄 이야기를 할 기회가 없었는데 할 수 있어서 속이 시원했어요.
Q 전쟁 지역 아동의 일기 중, 라파는 전쟁을 피해 수단의 난민캠프에서 지내고 있는 핫산에게, 와지드는 학교에 다니고 싶어 마을에 남아 군인이 된 DR콩고의 주니어에게 답장을 썼어요. 일기를 쓰고 싶었던 이유나,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와지드 그 어린 나이부터 총을 든다는 게 애초에 말이 안 되니까요. 일기를 읽어보니까 도시에 나가서 음식 같은 거 훔쳐오게 하더라구요. 원래 착한 아이였을텐데 물건을 훔치고 총을 든다는 게 어떻게 그렇게 됐을까? 생각했어요.
라파 저는 핫산에게 말해주고 싶어요. ‘핫산아, 네 여동생이 지금 공황장애 때문에 숨 쉬기도 어렵고 많이 아프잖아. 그리고 너도 지금 밥도 잘 못 먹고 엄청 힘들잖아. 나보다 훨씬 어린 네가 그런 고통을 겪는다니… 나라면 정말 힘들고 매일 울 것 같아. 지금까지 잘 견뎌줘서 너무 고맙고, 나 항상 너와 다른 분쟁 지역에 살고 있는 아동을 위해서 기도할게’, 그리고 전쟁이나 내전 때문에 학교도 다니지 못하고,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아동들에게 약간 미안하기도 해요.
Q 왜 라파가 미안해요?
라파 사실 저도 수단에서 태어났으면 핫산처럼 살았을 수도 있잖아요. 한국에서 태어나서 이렇게 평화롭게 잘 살고 있는 게 너무 감사하기도 하지만, 분쟁 지역 아이들한테 너무 미안하기도 해요. (환경) 그 차이가 심하니까요.
Q 와지드도 주니어의 일기를 읽고 아프가니스탄이 생각 났어요?
와지드 네, 일기를 읽으니까 갑자기 확 느껴졌어요. 부모님 가족들이 위험할 수도 있고 나라가 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까 좀 슬펐죠. 왜 전쟁을 하는 걸까? 너무 슬퍼요.
Q 전쟁을 멈추기 위해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은 뭐라고 생각해요?
라파 어른들은 미래를 생각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사실 전쟁에서 제일 피해 받는 사람은 예전에는 군인들이었지만, 이제는 민간인들이 더 많이 피해 보고, 그 민간인 중에 아동들이 많잖아요. 근데 나중에 아동들이 커서 자기 나라의 큰 발전을 만들 수도 있는데 이렇게 아이들이 많이 죽고 다치면 나중에 지구의 미래도 캄캄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와지드 서로 싸우거나 땅을 뺏거나 하지 말고, 평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른들이 모여서 평화를 위해서 무슨 일이라도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Q 와지드는 동심일기에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아동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어요.
와지드 아이들 때문에 전쟁하는 게 아니잖아요. 아동이 학교를 다닐 수 있게 어른들이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빠는 저에게도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해요.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아이들이 백 명, 천 명이 아니라 훨씬 많다고요. 나중에 그 아이들을 돕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라고요.
Q 두 사람은 평화가 뭐라고 생각해요?
라파 일단은 갈등이 일어나면 서로 싸우지 않고 해결하기 위해서 서로의 입장을 들어보고 소수의 의견도 존중해줘서 그 문제를 잘 해결하는 거요. 그러면 전쟁이 일어나지는 않을 거잖아요.
와지드 한국처럼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고 법을 잘 지키고 이렇게 편안하게 지내는 거요.
Q 그럼, 평화롭거나 행복하다고 느낄 때는 언제예요?
와지드 저는 그냥 엄마가 아프가니스탄 이야기를 들려주면 즐거워요. 엄마가 다니던 학교 얘기나 살았던 집 이야기요. 학교에서 좋아하는 체육 수업을 할 때도 좋아요.
라파 솔직히 제 행복 같은 건 되게 소소한 거예요. 날씨 되게 좋은 날에 학교 가거나 친구들이랑 이야기할 때 정말 감사한 날을 보내고 있다, 진짜 행복하다, 평화로운 날이라고 생각해요.
글/사진 미디어팀 문지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