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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더칠드런 “아동이 다시 태어나고 싶은 나라는 삶 만족 높은 곳”
- 인구의 날 맞아 아동 1천 명 설문… 삶의 만족도·안전·보건이 핵심
2025. 7. 11.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7월 11일 ‘인구의 날’을 맞아 ‘아동이 태어나고 싶은 나라’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3월 21일부터 30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와, 4월 15일부터 18일까지 진행한 청소년 집단면접조사를 통해 이뤄졌다. 설문조사는 전국 17개 시도의 만 10~18세 아동·청소년 1,000명과 만 69세 미만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했으며, 면접조사는 수도권과 인구소멸지역 청소년을 중심으로 진행했다.
이번 조사는 철학자 존 롤스의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 이론을 적용해, 참가자들이 자신이 어떤 가족, 지역, 조건에서 태어날지 모르는 상황을 가정하고 다시 태어나고 싶은 나라를 선택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아동과 성인이 바라는 사회의 모습과 삶의 조건을 파악하고자 했다.
조사 결과, 가장 많은 아동(39.6%)이 ‘삶의 만족도가 높은 나라’를 가장 태어나고 싶은 나라로 꼽았다. 성인 역시 40.4%가 이같이 응답했다. 아동이 선택한 나라의 주요 특징으로는 삶의 만족도가 높고, 안전사고나 범죄 위험이 적은 나라(38.6%), 보건의료 체계가 잘 갖춰진 나라(21.9%),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른 차별이 없는 나라(18.8%), 성공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나라(16.8%) 등이 있었다.
출산을 긍정적으로 고려하게 만드는 조건으로는 아동과 성인 모두 삶의 만족도, 잘 갖춰진 의료 환경, 질 높은 교육, 자연과 도시가 조화를 이루는 환경을 들었다. 반면 출산을 망설이게 하는 이유로는 자녀를 돌볼 시간이 부족한 점, 사회가 안전하지 않은 점, 아동 관련 편의시설 부족이 지적됐다. 이는 경제력이나 가족 구조보다 사회 시스템과 일상 인프라가 양육 의향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여준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면접 조사에서는 한국 사회의 장점으로 보편적인 건강보험 제도, 낮은 중범죄율, 좋은 치안 수준이 언급됐다. 반면, 계층 상승 기회의 부족, 과도한 경쟁과 비교 중심의 사회문화, 실패 후 회복할 기회의 부족이 문제로 지적됐다. 청소년들은 “친구들보다 뒤쳐지면 열등감이 들고 다급해진다.”, “성적이 좋아도 나중에 떨어질까봐 계속 불안하다.”고 말하며 경쟁과 불안이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특히 여성 청소년들은 늦은 시간 귀가 시 불안, 디지털 범죄 경험 등을 통해 안전에 대한 걱정을 드러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번 조사 결과가 아동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인구 소멸 위기를 해결하는 열쇠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아동이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미래에 대해 희망을 가질 때, 향후 출산과 양육 의향도 자연스럽게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8일, 아동 기본소득 도입, 영유아 가정방문 서비스 의무화, 영유아 발달 지원 서비스 전국 확대, 보편적 출생 등록제도 도입, 아동기본법 제정, 디지털 환경에서의 아동 보호, 전문상담교사 법정 배치 기준 마련, 아동사망검토제도 도입 등 8가지 정책 과제를 국정기획위원회에 제안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조민선 권리옹호사업부문장은 “이번 조사는 아동이 어떤 사회에서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을 통해,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을 보여준다.”라며, “아동이 삶에 만족하고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출산과 양육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아동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이 곧 인구 위기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