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로힝야족 아동에게 찾아온 겨울
"너무 추워서 밤에 잠들기가 어려워요"
세계에서 가장 덥고 비가 많이 오는 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방글라데시에도 겨울이 왔습니다. 지난 8월 이후 로힝야 난민 약 65만 5,000명이 극심한 폭력을 피해 피난 온 방글라데시. 한 해 중 가장 추운 1월과 2월에는 최저기온이 밤사이 10도까지 내려갑니다. 겨울에도 기온이 영하로는 잘 내려가지 않는 방글라데시지만, 기후변화와 이상한파로 2013년엔 최저기온이 3도까지 내려가 약 80명이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이나 다른 곳의 겨울과 비교하면 그리 춥지 않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로힝야 난민들은 다급한 상황에서 옷가지 몇 개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집과 마을을 떠나 방글라데시로 도망쳐왔습니다. 고향을 떠나온 지도 5개월, 난민캠프에서는 얇은 면티와 반바지를 걸친 채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피난한 로힝야 난민 중 약 37만 8,000명은 아동으로 추정됩니다.
앞으로 기온은 더 떨어질 텐데, 따뜻한 옷은 부족하고 대나무와 비닐로 만들어진 텐트는 조악하기만 합니다. 이렇게 견디기 어려운 날씨에도 많은 아이들이 텐트에서 비닐 시트와 얇은 담요만 바닥에 깔고 잠을 잡니다. 방글라데시 난민캠프에 있는 로힝야 아동들에게 따뜻한 겨울옷과 담요 같은 겨울용품 지원이 시급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바루칼리 캠프에 만난 11살 칼레다는 “너무 추워서 밤에 잠들기가 어려워요. 흙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자는데 담요는 4개 밖에 없어요. 2개는 여자 형제들이, 나머지 2개는 남자 형제들이 덮는데 가족 11명이 모두 덮기엔 부족해요. 아침에는 서리 때문에 천장에서 맨날 물이 떨어져 전부 다 젖어요.”라며 어려움을 전했습니다.
캠프에 있는 로힝야 아동 약 200명을 대상으로 한 세이브더칠드런 조사에 따르면 많은 수의 로힝야 아동들이 밤마다 추위에 떨고 있습니다. 조사에 참여한 쿠투팔롱 캠프의 16살 소년은 “입을만한 따뜻한 옷이 하나도 없어요. 담요도 없고요. 날씨는 추운데, 기침하고 열도 나서 힘들어요”라고 답했습니다.
5세 미만 아동 4명 중 1명은 극심한 영양실조로 고통받고 있는 로힝야 난민캠프. 추운 날씨에 많은 아이들의 면역체계는 더욱 약해졌고, 열악한 위생상태 때문에 상기도감염과 같은 질병에 걸리기도 쉽습니다.
한편, 최근 자료에 따르면 올해 방글라데시에서 로힝야족 난민 아동 약 4만 8,000명이 새로 태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하루에만 약 130명이 태어난다는 말인데, 지금 상태로는 130명 중 대부분이 의료시설이 아니라 난민캠프에 있는 열악한 텐트에서 태어날 것입니다. 난민캠프에는 임산부가 긴급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24시간 운영 의료시설이 부족합니다. 게다가 위생관리도 잘되지 않아 캠프는 이미 콜레라, 홍역, 디프테리아 같은 질병의 온상지입니다. 여기는 아이가 태어날 만한 곳이 아닙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작년 9월 이후 로힝야족 난민 약 38만 명을 도왔습니다. 아이들이 놀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아동친화공간(Child Friendly Space)을 50군데 넘게 운영하고 있으며 음식과 거주지 물품, 위생 도구와 생필품도 나눠주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말에는 한겨울을 대비해 약 7,000가족(약 31,000명)에게 담요, 어른용 숄, 아동용 스웨터, 매트와 슬리퍼가 포함된 겨울키트를 나눠줬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추위에 가장 취약한 아동과 여성을 돕기 위해 만성질환 환자, 장애인, 임부나 아동이 있는 가족, 노인이 있는 가족에 우선적으로 겨울키트를 배분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을 비롯한 국제 구호개발 NGO들은 로힝야족 아동을 도우려 모든 역량을 다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도움이 필요한 로힝야족 난민의 수가 많고, 임산부나 아동 모두가 필요한 서비스와 물품을 받기엔 자금과 재원이 여전히 부족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어려운 상황에 놓인 로힝야족 아동과 그 가족들이 필요로 하는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서길 강력히 촉구하고 있습니다.
면티와 반바지 그리고 맨발로 맞게 된 방글라데시 로힝야 난민캠프의 겨울. 추위와 질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로힝야 아동을 돕는 데 힘을 보태주세요.
글, 번역 김도화(커뮤니케이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