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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고래 7호 「기후 위기 속에서 태어나다 2」로 들여다보는 기후 위기 속 아동의 삶
긴급구호
2025.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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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면 꽃이 피고, 여름이면 매미 소리가 가득하고, 가을이면 낙엽이 흩날리고, 겨울이면 눈이 내리던 계절의 질서는 이제 더 이상 내일에도 존재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작년보다 더운 여름, 예측할 수 없는 계절의 날씨, 홍수와 가뭄으로 늘어나는 황폐지와 줄어드는 작물 수확량,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산불과 열대성 저기압까지… 기후위기는 이제 매일의 뉴스가 되었고, 우리는 이를 더는 “미래 세대의 문제”라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마주한 이 전례 없는 기후위기의 현실, 그 한가운데에는 언제나 아이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기후위기에 거의 책임이 없지만, 가장 크게 그리고 가장 오래 영향을 받는 세대입니다.


 태풍으로 무너진 교실 창가에서 밖을 바라보는 11세 바누아투 아동 마들린



청소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여러분은 이 싸움에서 혼자가 아니에요. 여러분의 목소리를 내는 일을 멈추지 마세요!
우리 가운데 단 한 사람이라도 이런 문제를 계속 이야기하는 한, 이 싸움은 끝나지 않아요! 그리고 어른들에게도 말할게요.
지금 당신들이 이 세상의 어른이잖아요. 정신을 차리고, 정말 어른답게 행동해 주세요
.

— 14세 알바니아 아동 베사(Vesa)



세이브더칠드런 인도적지원 보고서 시리즈 『인지고래』 7호 「기후 위기 속에서 태어나다 2 전례 없는 삶: 변화하는 기후 속 아동권리 보호」는 2020년에 태어난 아이들이 1960년에 태어난 조부모 세대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수준의 기후위기를 평생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보고서는 연구 데이터와 다양한 사례를 바탕으로 아동이 생애 전반에서 경험하게 될 극한 기후 현상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아동의 목소리를 통해 기후 위기가 아동권리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생하게 전하며, 지금 바로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절박한 경고를 던집니다.


이 숫자가 무시무시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여러분 주변에 있는 아이들을 비롯해 실제로 존재하는 아이들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절망하며 슬퍼하지 마세요. 그 대신 교육, 공공시설, 재난 대비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구체적인 변화를 요구하세요. 이 기후 위기의 심각성은 결국 우리 모두의 행동에 따라 달라지니까요.

— 18세 중국 아동 윈통(Yuntong)



기후위기, 아동들의 ‘전례 없는 극한 기후 현상 평생 노출’


인지고래 7호의 기반이 된 지구적 차원의 전례 없는 극한 기후 현상 평생 노출(Global emergence of unprecedented lifetime exposure to climate extremes)」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0년에 태어난 아동은 1960년에 태어난 조부모 세대에 비해 폭염, 하천 범람, 가뭄, 흉작, 산불, 열대성 저기압에 최소 2배에서 많게는 7배까지 더 자주 노출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보고서에서 말하는 ‘전례 없는 극한 기후 현상 평생 노출’은,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한 사람의 평생 동안 실제로 겪을 가능성이 거의 없을 정도로 희귀했을 수준의 극한 기후 현상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상황을 뜻합니다. 아이들의 평생이, 이런 위험을 “당연하게” 안고 시작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전 세계가 함께 기온 상승을 1.5°C 이내로 억제한다면, 2020년에 출생한 아동 1억 2천만 명 가운데 약 5,800만 명, 즉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아동이 평생 전례 없는 극한 기후 현상에 노출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습니다.

 

 지구 기온 상승폭 1.5℃로 제한 시, 전례 없는 극한 기후 현상 평생 노출을 피할 수 있는 2020년에 출생한 아동의 수


지구 기온 상승폭을 파리 협정에서 합의한 1.5도로 제한하는 경우, 아래와 같은 극한 기후 현상 피해에 대한 평생 노출을 막을 수 있습니다.

  • 전례 없는 폭염: 아동 3,800만 명
  • 전례 없는 흉작: 아동 800만 명
  • 전례 없는 하천 범람: 아동 500만 명
  • 전례 없는 열대성 저기압: 아동 500만 명
  • 전례 없는 가뭄: 아동 200만 명
  • 전례 없는 산불: 아동 150만 명


우리가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약 7,720만 명의 아동이 “전례 없는 삶”을 피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지구 평균기온이 3.5°C까지 오른다면 2020년생 아동 약 1억 2천만 명이 전례 없는 극한 기후 현상에 평생 노출될 것이라는 매우 어두운 전망도 제시합니다.



기후위기는 ‘불평등한’ 위기입니다


기후위기는 모든 아동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그 영향은 결코 동등하지 않습니다.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해 온 나라는 주로 고소득국이지만, 폭염·홍수·가뭄·식량 위기 등 기후위기의 직접적인 피해는 중저소득국과 취약 지역의 아동에게 집중됩니다.


보고서는 이러한 상황을 기후 부정의(climate injustice)라고 부르며, 불평등의 세 가지 요인을 설명합니다.

 

1.    세대 간 불평등
지금의 아동 세대는 기후 위기에 거의 책임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이전 어느 세대보다 더 자주, 더 강하게 기후 위기의 영향을 겪게 됩니다. “미래 세대의 문제”라는 말은 사실상 “지금의 아이들에게 전가된 문제”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2.    지리적 불평등
같은 기온 상승이라도 지역에 따라 그 영향은 다르게 나타납니다. 해수면 상승과 열대성 저기압이 잦은 섬 나라, 가뭄에 취약한 사헬 지역, 홍수 위험이 높은 저지대 국가의 아동들은 집과 학교, 생계 수단을 반복해서 잃고 있습니다. 이런 국가들 대부분은 기후 위기에 대비할 인프라와 재정이 가장 부족한 곳입니다.

3.    사회·경제적 불평등
한 나라 안에서도 도시 빈민가, 비공식 정착지, 농촌 외곽에 사는 아동일수록 기후 위기에 훨씬 취약합니다. 소득 수준, 젠더, 장애 등 취약성이 겹칠수록 안전망은 더 얇아집니다.

 

결국 기후 위기는 기존의 불평등을 확대하는 ‘증폭기’ 역할을 합니다. 같은 폭염, 같은 홍수라 하더라도 어느 나라의 어떤 아동에게 닥치느냐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태풍으로 집이 무너진 경험을 계기로 기후위기 대응 청소년 활동가로 나선 16세 바누아투 아동 하루카  



우리나라에서는 기후변화가 생애 첫날부터 청소년기에 이르기까지 아동의 건강과 웰빙의 거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기온 상승으로 인한 학업 성취 저하, 가뭄으로 인한 영양실조, 홍수로 인한 부상과 인명 피해, 그리고 출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대기 오염까지 기후 위기는 아동의 건강 전반에 해를 끼치고 있죠.

 — 13세 예멘 아동 네하드(Nehad)


 

기후위기는 곧 아동권리의 위기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약 24억 명의 아동이 기후 위기의 직·간접적 피해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는 아동의 보건의료, 교육, 보호, 식량, 안전한 주거, 깨끗한 환경을 누릴 권리를 위협합니다. 아동은 신체적·심리적 발달이 아직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질병·영양 문제·물·식량 부족과 같은 환경적 스트레스에 어른보다 훨씬 더 크게 타격을 받습니다. 폭염으로 집 안에서조차 숨 쉬기 힘든 상황, 홍수로 무너진 학교, 가뭄으로 멈춰버린 식수 공급은 어른보다 아이들의 삶을 더 크게 흔듭니다.

 

또한, 기후위기는 폭력·학대·착취의 위험을 높이고, 아동의 정신건강에도 깊은 흔적을 남깁니다. 재난이 반복되면 조혼, 아동노동, 강제이주, 무장단체의 납치와 징집과 같은 위험이 증가하는데, 대부분 아동들은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따르게 됩니다. 히 저소득 국가의 아동들은 빈곤과 기후 위험이라는 이중의 부담 속에서 살아갑니다. 약 7억 7,400만 명의 아동이 이러한 복합적인 위협에 직면해 있습니다.

 

새로운 모델링 분석에 따르면, 2050년까지 기후변화로 인해 약 4,000만 명의 아동이 발육부진(stunting)을, 약 2,800만 명의 아동이 만성적 또는 급성 영양실조의 가장 심각한 형태인 체중 저하(wasting)를 겪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여아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극한기후로 생계가 불안정해지면 조혼 위험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매년 전 세계 약 900만 명의 여아가 기후 재난과 조혼의 이중 위험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2023년, 유엔총회는 “깨끗하고 건강하며 지속가능한 환경에 대한 권리는 모든 사람의 인권”이라고 재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아동의 권리와 환경’에 관한 일반논평 제26호를 통해 기후 위기 대응은 곧 아동권리 이행이라는 점을 명시했습니다.


그럼에도 현실의 기후 정책과 재정, 대응 체계 안에서 아동은 여전히 “취약계층 중 하나”로만 언급될 뿐, 동등한 이해당사자이자 변화의 주체로 자리매김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네덜란드 헤이그 평화궁 앞에서 열린 기후행동 시위에 참여한 15세 바누아투 아동 베파이아멜레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요?


보고서는 각국 정부, 국제기구, 원조지원기관, 민간 부문, 시민사회가 함께 실천해야 할 핵심 방향을 제시합니다. 그중 특히 중요한 다섯 가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1.5°C 목표를 지키기 위한 강력한 감축 행동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C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각국은 화석연료 생산과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해야 합니다. 역사적으로 배출 책임이 큰 고소득국이 앞장서야 하며,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른 책임 이행이 필요합니다.


2.    기후 정의에 기반한 재정 확대
기후위기 적응과 ‘손실과 피해’를 감당할 여력이 부족한 국가와 지역에 보조금 및 양허성 자금 형태의 재정 지원이 크게 확대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새로운 기후 재원’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아동과 취약계층을 우선 고려한 재원 배분이 중요합니다.


3.    아동 중심 기후 적응과 사회보호 강화
기후 충격의 전·중·후 모든 단계에서 아동이 보건의료, 영양, 교육, 아동보호, 식수·위생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아동 중심 적응 조치를 시급히 확대해야 합니다. 예측 기반 조치, 충격 대응형 사회보장제도, 아동·가족 대상 현금지원은 아동의 회복력을 높이고 장기적 빈곤을 막는 중요한 수단입니다.


4.    아동 참여의 제도화 – 아동을 기후행동의 주체로
아동을 기후·환경 위기 대응의 동등한 이해관계자이자 핵심 변화 주체로 인정해야 합니다.

o   국가 기후계획과 정책 수립 과정에서 아동 참여 절차를 공식화하고,

o   국제 협상과 회의에서 아동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마련하며,

o   아동·청소년이 주도하는 기후 행동과 캠페인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5.    아동권리 기반의 정책과 법·제도 정비
유엔아동권리협약과 일반논평 제26호에 따라 기후·환경 정책의 목표와 과정에 아동권리 원칙이 반영되도록, 국가 법·정책·예산 체계를 정비해야 합니다. 표현·집회·정보 접근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제도 역시 아동·청소년이 안전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합니다.

 

보고서는 “지금의 선택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태어날 아동 세대의 삶의 궤적을 바꿀 것”이라고 말합니다. 기후위기를 늦추고, 이미 닥친 피해를 줄이고, 아이들이 스스로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게 하는 일, 그것이 우리가 함께 나아가야 할 방향입니다.




이번 나눔이야기는 인도적지원 보고서 시리즈 『인지고래』 7호 「기후 위기 속에서 태어나다 2」의 내용을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더 자세한 데이터와 국가별 사례, 아동 중심 기후행동을 위한 체크리스트·정책 제언은 『인지고래』 7호 본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인지고래 7호] 기후 위기 속에서 태어나다 2” 전례없는 삶: 변화하는 기후 속 아동권리 보호 보러가기

*인지고래 7호는 아동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한 아동친화버전도 함께 발행되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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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야(인도적지원·기후위기대응센터)       편집 박현진(커뮤니케이션부문)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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