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지난 5월, 광주의 한 행사장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였습니다.
해사한 미소로 삼삼오오 모인 참여자들은, 그간의 이야기를 도란도란 풀어냈습니다. 이날 자리한 이들은 모두 우미희망재단과 세이브더칠드런이 함께한 <우미희망케어 가족돌봄청소년 통합지원사업>(이하 우미희망케어)에 참여했던 주인공들입니다.
우미희망케어와 함께 어려움을 떨쳐내고, 이제는 새로운 꿈을 꾸며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의 희망 가득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꿈의 무게가 아닌 삶의 부담을 짊어진, 가족돌봄청소년(Young Carer)
흔히 영케어러(Young Carer)라 불리는 가족돌봄청소년은 장애, 질병, 약물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족을 돌보는 18세 미만의 아동을 뜻합니다.
가족 해체와 가구 형태의 변화, 사회적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미래를 한창 준비해야 할 시기에 가족의 부양 부담을 온전히 떠안은 아이들입니다.

▲ <우미희망케어> 프로그램 참여자가 작성한 가족돌봄청소년의 어려움
2022년 가족돌봄청소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이들의 주당 평균 돌봄 시간은 21.6시간에 달합니다. 하루의 상당 시간을, 가족을 책임지는 데 쏟고 있는 셈입니다.
게다가 평균 돌봄 기간은 46.1개월로, 언제 나아질지 모르는 기약 없는 상황을 장기간 마주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삶에 대한 만족도는 크게 떨어지고, 미래를 계획하는 데도 큰 어려움을 겪습니다.
실제 비슷한 또래의 일반 청년과 비교했을 때, 삶에 대한 불만족도는 2배, 우울감은 7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족돌봄청소년의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생계, 의료, 휴식 등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하지만, 개인의 상황마다 요구되는 도움의 성격은 제각각입니다.
이처럼 복합적인 맞춤형 지원 체계 마련이 시급하지만, 국가 차원의 지원 사업과 법제화 과정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에 아이들이 돌봄의 무게는 내려놓고, 자신의 미래와 꿈을 향해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우미희망재단과 손을 잡고 가족돌봄청소년 통합지원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우'리 '미'래를 지키는 우미희망케어 가족돌봄청소년 통합지원사업
2023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우미희망케어 가족돌봄청소년 통합지원사업>은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가족 돌봄 부담을 지고 있는 청소년을 발굴하고, 이들이 사회적 안전망 안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맞춤형 통합 지원을 통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 지난 5월 진행된 3차년도 사업 결과 공유회 모습
우선 사업 지역인 광주광역시 내에서 지원이 필요한 가족돌봄청소년을 발굴하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아픈 가족을 돌보는 청소년부터 가족의 생계를 위해 학업 대신 경제활동에 뛰어들어야 했던 청소년까지, 다양한 위기 상황에 놓인 이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리고 이들이 당면한 문제들을 자세히 살피고 일상생활과 학업을 이어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여, 가구별 맞춤형 통합 지원 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의료비 부담이 큰 가정에는 수술비와 치료비, 간병비를 신속히 지원했고, 생계를 위해 학업을 미뤄야 했던 청소년들에게는 노동 시간을 줄이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생계비를 보탰습니다.
가족을 돌보는 일에서 완전히 손 뗄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돌봄이 미래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일상생활에 필요한 정보를 교육하고, 자립 준비를 위한 여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또한 끝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 정서적 고립감을 느끼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을 위해, 심리 검사와 전문 상담과 같은 치료도 이뤄졌습니다.
스스로 일어서는 힘을 키워주는 우미희망케어
우미희망케어의 역할은 일방적인 지원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사업 참여자들이 주도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자조 모임'을 결성하여, 공감대를 형성하고 당면한 어려움을 함께 극복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돌봄이 반복되는 일상에서도 '나'라는 중심을 잃지 않도록 진로 체험과 자기 성장 미션 등을 진행하며, 건강한 자아를 형성하고 내면의 힘을 기르는 데도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이번 사업 결과 공유회에서 자신의 변화된 삶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건호(가명) 역시 우미희망케어를 통해 자립할 수 있는 '힘'을 기른 주인공 중 한 명입니다.

▲ 결과 공유회에서 본인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건호(가명)
유일한 가족인 형과 함께 아동복지시설에서 거주하던 건호는 퇴소 후 독립생활을 시작했지만, 형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하며 직접 돌봐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형이 경제활동을 할 수 없게 되며, 건호 혼자의 힘으로는 눈더미처럼 불어나는 형의 병원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기가 벅찼습니다.
주변에 도움을 청할 곳도 없어 홀로 모든 무게를 버텨내던 건호는 지원 정보를 알아보기 위해 들렀던 광산구가족센터에서 우미희망케어 사업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우미희망케어 사업을 통해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생활비를 지원받게 되자, 비로소 본인의 미래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평소에는 어려운 상황이 닥치면 혼자 해결하고, 문제가 생겨도 다 제 책임이라 생각했어요.
사업에 참여한 후에는 도움을 요청할 곳이 많다는 것을 알았고,
돌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도 알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실수를 하면 자책하기 바빴다는 건호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어떤 상황이든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말합니다.
늘 불안하고 조급했던 마음이 침착하고 차분해졌고,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와 배려도 같이 생겼다고요.
그리고 이 변화는 일상의 안정을 넘어 새로운 꿈을 향한 도전으로 이어졌습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신의 삶을 어떻게 설계할지 고민하기 시작한 건호는 '공기업 취업'이라는 목표를 위해 노력하며 '성장하는 기쁨'도 알게 되었습니다.
건호의 변화는 삶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주었고, 든든한 원동력이자 꾸준히 노력하면 해낼 수 있다는 희망이 되었습니다.
변한 건 일상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
올해 열세 살이 된 지아(가명)는 또래 아이들처럼 하고 싶은 것도, 꿈도 많은 중학생입니다.
한참 꾸미는 것에 관심 많을 나이, 미래를 준비하며 커나가야 할 시기이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과 가족 돌봄으로 인해 자신을 위한 시간을 내는 것은 사치였습니다.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미술 분야로 진로를 정하고 싶었지만, 전문적인 교육을 받는 것은 꿈꾸기 어려웠습니다. 가족을 돌보며 학업과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경제적인 부담까지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지아의 어깨는 늘 무거웠습니다.
하지만 우미희망케어 사업에 참여하게 되며, 지아의 삶에도 따스한 변화의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저와 상황이 비슷한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다양한 활동을 해본 것이 도움이 많이 됐어요.
생활비가 어느 정도 해결되니 진로에도 신경 쓸 수 있게 되었고요.
장학금을 받을 수 있게 되어 하고 싶었던 미술을 배울 수 있었고,
더 잘하고 싶다는 마음과 목표도 생겼어요.
막연했던 미래를 구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아는 그동안 가족을 돌보며 마음속 겹겹이 쌓아두었던 우울감과 스트레스를 우미희망케어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부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서툴렀던 감정 표현도 한결 자연스러워졌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혼자 있는 시간이 생기면 습관적으로 부정적인 생각에 빠졌지만, 이제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 생각할 힘이 생겼습니다.
이처럼 우미희망케어 사업은 당장의 삶의 무게를 덜어주는 것을 넘어, 아이들이 잃어버렸던 꿈과 희망을 되찾아주는 소중한 기회이자 발판이 되어주었습니다.

▲ 공유회를 통해 각자의 사례와 변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참여자들
사업에 참여한 아동이 입을 모아 말한 가장 큰 변화는 바로 '함께 고민을 나누며 무거운 마음을 덜어대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라는 점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려운 일상에서 혼자가 아닌 '우리'로 함께하며, 사회로부터 든든한 지지와 응원을 받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 또한 우미희망케어가 거둔 값진 결실입니다.
우미희망케어는 아이들이 혼자 묵묵히 버텨내던 삶의 무게를 덜고, 성장의 기회를 만드는 연결고리가 되고 있습니다.
우미희망재단과 세이브더칠드런은 지역사회와 함께 우리의 아이들이 걱정 대신 내일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계획입니다.
더 밝은 내일을 열어갈 우미희망케어의 활약에, 앞으로도 따뜻한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세요.
글 임경은(커뮤니케이션부문)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