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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봉쇄에 대응해 긴급 식량을 지원한 5개월 간의 과정 보고
202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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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이후,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공습이 강화되고 국경에 폐쇄되면서 인도주의적 위기가 고조됐습니다. 연이은 대피 명령과 폭격으로 생명의 위협이 도사리는 가운데 극심한 식량 부족 사태가 이어졌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가자지구 북부와 남부의 가장 취약한 지역사회에서 생명을 구하는 식량 지원을 위한 긴급 작전을 펼쳤습니다. 지난 5개월간의 여정을 자세히 보고 드립니다.



 

2024년 8월

 가자지구 칸유니스의 공터를 가득 채운 피난민 구호 텐트 


가자지구 전역에 극심한 굶주림이 퍼져 나갔습니다. 밀가루 공급이 위험한 수준까지 떨어졌고, 주식으로 먹는 빵집이 운영되지 못하면서 많은 가정이 자녀에게 먹일 음식을 구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습니다. 나날이 기아 수준이 높아지며 부모들은 가족을 먹여 살릴 방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아이들은 한 끼도 먹지 못한 채 잠자리에 드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 OCHA)의 기금을 활용해 6,000개의 식품 꾸러미를 준비했습니다. 서안지구에서 구매를 진행해 치즈, 누에콩, 후무스, 콩, 참치, 육류 통조림 등 27가지 필수 물품을 포함했습니다. 각 꾸러미에는 생존에 어려움을 겪는 가족들이 생계를 이어갈 중요한 물품들이 담길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파트너와 세심하게 설계했습니다.


📚 참고하면 좋을 자료

📍 세이브더칠드런, "이-팔 가자 전쟁 300일, 인도주의 활동 방해 심각"(24.08.01)


 

2024년 9월

 피난을 떠나 가자지구 칸 유니스에 도착한 아동과 가족들


처음에는 기근검토위원회(FRC)의 조사에 따라 기근이 임박했거나 이미 발생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북부 가자를 우선시하는 조달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이 가자 북부를 포위하면서 가자지구와 이스라엘을 잇는 통로인 에레즈(Erez) 국경이 굳게 닫혔습니다. 이 때문에 9월부터 구호품 전달을 위한 접근이 제한됐습니다. 수많은 시도 끝에 꼬박 한 달이 걸려 1,000개의 꾸러미를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가자지구 전역에 기근이 도사리는 가운데 결단이 필요했습니다. 특히 이 시기에는 이스라엘군이 ‘인도주의 안전지대’로 선포했던 가자지구 중심부의 데이르 알발라에도 대피 명령을 내리면서 혼란이 커졌습니다. 피난민들이 가자지구 남부로 몰려들면서 심각한 기아를 겪는 가구 수도 급증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남아있는 5,000개의 꾸러미를 가자지구 남부에 재배치하기로 했습니다. 또다시, 가자지구 진입을 위한 복잡한 승인 절차와 기나긴 대기시간이 시작되며 물류 현장이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2024년 10월

 데이르 알 발라에서 소아마비 백신을 접종받는 아이들


국제사회를 중심으로 가자지구 내 소아마비 확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소아마비는 오염된 물을 통해 전파되는 질병으로,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내 하수 처리 등 위생 인프라를 파괴하고 깨끗한 물을 유입을 차단하면서 바이러스 확산의 위험이 커진 것입니다.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로 특히 5세 미만 아동이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전쟁 이후로 가자지구에서 보건 인력 750명 이상이 사망하고 보건 시설 중 4분의 1 이하만 운영되는 심각한 보건 시스템 붕괴가 일어난 탓에 더 큰 재앙이 닥칠 수 있는 위기였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8월에 열린 유엔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참석해 가자지구의 보건 위기를 브리핑하고, 소아마비 바이러스의 전 세계 확산을 막기 위해 인도적지원 접근을 보장할 것을 강조하며 국제사회의 결단을 촉구했습니다. 이 외에도 국제 인도주의 단체 27곳과 함께 공동 성명을 발표해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휴전을 통해 가자지구 내에서 안전한 인도주의적 접근의 의무를 다하라고 요구했습니다. 마침내, 분쟁 당사자들은 9일간 전투를 일시 중지하고 백신 접종을 진행하도록 결정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9월부터 10세 미만 아동 11만 3천 명을 대상으로 소아마비 1차 접종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2024년 11월

 구호 물품 트럭에 식수를 싣고 있는 세이브더칠드런 직원들 


마침내 몇 주간의 물류 장애를 뚫고 가자지구 남부에 5,000개의 식량 꾸러미가 도착했습니다. 가장 도움이 필요한 가정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려면 많은 위험 요인을 파악하고 대처해야 했습니다. 구호 단체에 대한 잦은 공격, 물자 부족으로 인한 약탈 위협이 존재하는 탓에 보급품 수송대를 보호하고 안전한 구호품 배분을 보장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현지 파트너 NGO와 협력해 배분 과정을 신중하게 계획하고 실행했습니다. 가자지구 남부에 있는 18개의 비공식 대피소에서 가장 취약한 상황에 놓인 가정에 우선순위를 두었고, 많은 가정에 식량 꾸러미가 중요한 생명줄이 되어 몇 주 동안 기본적인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충분한 자원이 됐습니다. 전쟁의 포화 속에서 생존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는 가정에 깊은 안도감을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 참고하면 좋을 자료

📍세이브더칠드런, 전쟁 1년 가자지구 기아 위기 경고(24.10.10) 



구호 현장의 목소리

 세이브더칠드런의 식량 꾸러미를 배급 받은 가족



아이들이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습니다. 

식량 꾸러미가 가장 필요한 순간에 도착했습니다.

여러분의 응원이 우리에게 희망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단순한 음식 그 이상입니다. 우리 가족의 생명줄입니다.

– 세 자녀의 어머니 레일라(48세, 가명) -


세이브더칠드런은 물품 배포 과정에 아동보호 전문가를 배치해 현장을 모니터링하고 사례를 수집했습니다. 가족들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도 식량이 다 떨어지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두려움을 표현했습니다. 일시적인 구호를 넘어서 지속적인 지원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또한, 적시에 제공되는 구호 물품이 단순한 지원을 넘어서 삶의 희망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지난 5개월간 가자지구에서 진행한 긴급구호 활동은, 변하는 정세 속에서 가장 도움이 필요한 아동과 가족을 구하기 위해 적응력과 결단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던 시간이었습니다.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는 물류의 장벽과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도 세이브더칠드런의 긴급구호팀은 지원을 성공적으로 제공했고, 지역사회의 주민들과의 신뢰와 존중을 이어나갈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상황 모니터링을 통해 온 힘을 다해 위기 상황에 대처해나갈 예정입니다.


 


 이집트를 통해 가자지구에 진입할 구호 물품을 싣고 있는 세이브더칠드런 직원



12월 초,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에서 발생한 이스라엘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사무소의 인도주의 활동가 아마드 파이살 아일렘 알-카디(39세)가 사망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벌써 두번째로 동료와 가족을 잃었습니다.

그럼에도 멈출 수 없는 이유는 지금 이 순간에도 가자지구에서 수많은 아동이 기근과 의료적 위기 속에서 가장 큰 피해를 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전쟁으로 사망한 희생자 중 44%는 5세에서 9세의 아동입니다. 식량 가격은 치솟고 그나마 밀가루와 같은 필수품은 턱없이 부족합니다. 취약한 가족들은 기본적인 욕구조차 충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동과 가족들을 구하기 위한 인도적지원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마지막 한 아이까지 구하는 그날까지 가자지구에서 활동을 이어 나가겠습니다.


정리 신지은(커뮤니케이션부문) 사진 세이브더칠드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