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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x MBC 아시아 프레스투어] ⑤ 관광대국 베트남, ‘기후위기’에 신음하다
2025.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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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국민 해외관광객 주요 목적지별 통계’에 따르면, 베트남은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간 해외 여행지 중 2위였습니다. 수도인 하노이부터 호치민, 다낭, 호이안, 달랏, 그리고 얼마전 방송인 유재석 님이 방문한 사파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뽐내는 도시들이 많죠. 특히 지역마다 독특한 맛을 자랑하는 음식들은 베트남의 역사와 문화를 오감으로 체험하게 해줍니다.


🗂️ 데이터 정보

📍한국관광데이터랩 '2024년 8월 기준 국민 해외관광객 주요 목적지별 통계'



TV 여행 프로그램에서 보여주는 활기찬 베트남의 이면에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또 다른 현실이 있습니다. 저희가 방문한 까마우 지역은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습니다. 메콩강 삼각주의 끝자락에 위치한 이 지역은 기후위기로 인한 이상기후에 가장 취약한 곳 중 하나이죠. 


베트남 까마우성 남칸의 땀장동에 방문하는 MBC 팀과 세이브더칠드런 직원들. 마을에 들어가려면 배에서 내려 나무로 만들어진 위태로운 계단을 올라야 한다.



2019년 인폼 위기 지수(INFORM Risk Index)에 따르면, 베트남은 세계에서 열대성 사이클론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국가 8위입니다. 홍수와 범람, 가뭄이 번갈아 찾아오는 이곳에서 주민들은 날마다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입니다. 최남단인 까마우는 메콩강 하류에 조성된 삼각주에서도 가장 저지대에 위치했습니다. 매년 우기에는 지속적인 폭우와 해수면 상승으로 파도가 높고 거세지면서 빈번한 토양 침식과 지반 침하가 발생합니다. 인구 120만 명이 살고 있는 이곳은 약 13만 가구, 전체 가구 중 5% 이상이 빈곤 가구이며, 아동을 포함한 지역주민의 기후위기 인식 및 대응 능력이 낮습니다. 대다수의 가구가 새우와 게 양식 등 어업에 종사하고 있어, 기후 변화가 가속화될수록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죠.


세계은행의 예측은 충격적입니다. 2030년까지 100만 명의 베트남인이 기후변화로 인해 빈곤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합니다. 이는 단순히 베트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아시아 전체가 직면한 기후위기의 축소판이자, 우리의 미래일 수도 있습니다. 기후위기의 최전선인 베트남 까마우에 MBC 기후환경팀의 차현진 기자와 뉴스영상팀의 이종혁, 한지은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그들의 일상에 스며든 기후변화의 그림자, 그 현장의 이야기를 차현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베트남 까마우성 남칸의 강줄기 따라 들어선 수상 가옥들



베트남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실까요. 쌀국수, 베트남전쟁, 사회주의, 박항서? 저는 여행이 먼저 떠오릅니다. 전 세계 방방곡곡을 돌아다니고, 그 나라 문화를 체험하는 걸 취미로 삼는 제게 베트남은 취재 앞서 ‘N번’이나 찾았을 만큼 사랑하는 여행지이기도 합니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와 친절한 사람들, 맛있는 음식과 천혜의 자연 등 여행객들을 사로잡을 만한 매력적인 요소가 많은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취재 제안이 오기 전까진 베트남이 기후위기에 신음하고 있는 국가인지 잘 몰랐습니다. 신흥개발국으로서 발전을 거듭하는 유망한 국가로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은 달랐습니다.



[“잠자는 게 두려워” 거대 홍수에 시름하는 베트남 주민들]


취재진이 찾은 까마우성은 베트남 최남단 메콩강 삼각주에 있습니다. 베트남에서도 손꼽히는 저지대입니다. 보트를 타고 한 시간을 달려 한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강변을 따라 쭉 들어선 수상가옥의 이국적인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할 무렵, 곧바로 기후재난이 휩쓴 충격적인 모습을 보게 됐습니다뻘밭 위에 덩그러니 남아있는 나무 기둥들. 주변엔 어망과 밥그릇, 축구공 등 각종 세간살이가 버려져 있습니다. 1년 전만 하더라도 이곳엔 10대 소녀, 짬 양의 집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1월 집중호우가 쏟아지고, 강한 파도가 집을 덮치면서 소녀와 가족의 보금자리가 사라진 것이었습니다.



▲ 무너진 집 터를 바라보고 있는 짬 양 (출처: MBC 뉴스데스크 2024.12.03)



근처 또 다른 마을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취재진이 만난 반 씨. 지난해 7월, 15년 동안 살았던 집이 갑자기 무너져 내리는 끔찍한 경험을 했습니다. 해마다 물 수위가 조금씩 높아지더니 급기야 물이 범람해 집을 지탱하던 지반이 무너져 내린 것입니다. 현장엔 아직도 위태롭게 휘어져 있는 집이 덩그러니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진흙 속엔 미처 챙기지 못한 반 씨의 가방과 그릇 등도 남아 있었습니다. 재난을 겪은 반 씨는 물 수위가 오르는 우기 때만 되면 잠을 설치기 일쑤라고 토로했습니다. 


피해를 본 두 사람 모두 ‘경험해 보지 못한 재난'을 겪었다고 말했습니다. 강도를 키운 건 해수면 상승이었습니다. 지난 26년간, 이 지역 수면은 10cm 넘게 올랐습니다. 홍수와 침식도 빈번해졌습니다. 2015년부터 10년 동안 120곳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앞으로 해수면 상승 속도는 더 빨라질 전망입니다. 2050년까지 메콩강 수면은 65cm에서 1m가량 높아질 거란 예측도 있습니다. 


▲ 무너진 집 앞에서 반 씨와 MBC 이종혁 영상기자



[‘쌀 광주리(그릇)’ 메콩강 삼각주가 위험하다]


비행기에서 까마우성을 내려다보자 끝없이 펼쳐진 논의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곳 메콩강 삼각주는 ‘세계 3대 쌀 수출국’인 베트남에서도 쌀 생산량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최근 이 비옥한 땅이 심상치 않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짠 바닷물이 육지 내륙으로 깊숙이 밀려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때문에 전통적인 쌀 경작지가 점차 쌀농사를 할 수 없는 땅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실제로 취재진이 벼농사 지역에 염도계를 갖다 대보니 소금량이 150ppm이 나왔습니다. 물이 빠지는 건기도 아닌데 적정 수준의 1.5배가 유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  까마우성 논 경작지에서 취재 중인 한지은 영상기자, 이종혁 영상기자, 차현진 취재기자(왼쪽부터)


쌀농사로 먹고살기 힘들어진 농민들은 새우 양식으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다만 새우 양식이 이 지역 대표 돈벌이 수단이 되면서 희생양도 생겼습니다. 지반을 단단히 잡아주고, 바닷물 침투를 막아주던 맹그로브 숲이 사라진 것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새우 양식 등 개발로 인해 이 지역 산림 40%가 파괴됐습니다. 맹그로브 숲의 파괴는 쌀 경작지 파괴로 이어지고 또 홍수와 침식의 위험성도 높입니다. 재난이 또 다른 재난을 만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  까마우성 남칸에서 새우양식 교육을 받고 있는 현지 주민들과 차현진 취재기자(왼쪽)



[고향의 변화를 막기 위해 ‘소매 걷은’ 주민들]


기후 재난의 피해를 막고자 지역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울창했던 맹그로브 숲을 다시 조성하기로 한 건데요. 물이 빠진 갯벌에 맹그로브 묘목을 심는 작업은 쉽지 않았습니다. 취재진도 큰소리치며 도전했지만 몇 걸음 걸어보지도 못하고 발이 빠져 실패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최고 35도가 넘는 더운 날씨에 흘러내리는 땀을 거듭 닦아가며 기후변화로 망가지는 고향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 맹그로브 묘목 심는 작업 체험한 MBC 차현진 취재기자



하지만 그 모습을 보면서도 씁쓸한 마음은 떨쳐내지 못했습니다. 기후변화를 멈추거나 속도를 늦추지 못한다면 이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세계은행은 기후변화로 홍수 피해를 보는 베트남 주민은 2035년부터 매년 150만 명에 달해, 과거 30년 평균의 10배가 넘을 거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기후위기로 베트남 국민 100만 명이 빈곤계층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암울한 예측도 내놨습니다. 언제쯤 람 타잉 반 씨는 걱정 없이 잠을 잘 수 있을까요? 취재를 마친 지금도 불편한 마음은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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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차현진

2021년 MBC에 입사한 방송기자. 사회부 등을 거쳐 지금은 기후환경팀에서 기후변화로 신음하고 있는 전 세계의 다양한 문제를 취재하고 있다.






▲ 기후변화로 인해 집을 잃은 피해 주민을 취재 중인 MBC 팀과 세이브더칠드런 직원



편집자의 말 = 세이브더칠드런은 2021년 발표한 기후 위기가 아동에 미치는 영향을 담은 보고서 ‘기후 위기 속에서 태어나다’에 따르면, 기후 위기로 인해 물로 인한 재난이 빈번해졌습니다. 실제로 홍수는 지난 20년간 전체 기상이변의 43%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게 발생한 재난이죠. 저소득 국가에서 홍수는 주택과 농경지의 침수를 불러일으키고 수인성 질병이 유행하도록 만드는 위험 요소입니다. 또 재난으로 학교가 폐쇄되면 아동의 교육받을 권리가 지켜지지 않게 되면서 오랜 기간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2018년부터 베트남 까마우성 자연재난경감 역량 강화 및 기후변화 대응사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까마우성 남칸에서 맹그로브숲 조성 사업에 착수했습니다. 맹그로브는 열대·아열대 지역의 갯벌이나 해안에서 자라는 나무인데요, 기후변화 탓에 잦아진 태풍과 쓰나미로부터 자연재해를 예방하는 방파제 역할을 합니다. 또 수많은 해양 생물의 보금자리가 되어 천연 생태계를 보호하고 어업 생산량을 높여 지역 주민의 생계에도 도움이 됩니다.


▲ 까마우성 남칸의 땀장에서 세이브더칠드런의 맹그로브 숲 사업에 참여하는 현지 주민들과 맹그로브 식재에 참여한 MBC 차현진 기자(가운데)



이곳은 광범위한 맹그로브숲이 있는 지역이었지만, 현재 전체 산림 면적 23,158헥타르 중 39%에 가까운 11,182헥타르가 숲이 없는 상태입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오는 2026년 12월까지 지역 주민 주도의 맹그로브숲을 복원해 남칸의 토양 유실을 막고, 기후 회복력을 강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빨간나무 세그루 심기’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에 맞서 기후행동을 실천하고자 하는 모두의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글.사진.정리 나상민(커뮤니케이션부문) 협조 세이브더칠드런 베트남 Tran Thi Le, Nguyen Ngoc An, Tran Duc Man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