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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을 위해 소원을 빌면 어떨까
보도자료
2012.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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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정
세이브더칠드런 마케팅부장

어린 시절 읽고 나면 몹시 속 타는 이야기가 있었다. 바로 ‘알라딘의 램프’다. 지나가던 사람이 램프를 주워 쓱쓱 문지르면 거인 요정 지니가 나타난다. 사람들은 세 가지 소원을 지니에게 말하고 그 소원은 순식간에 이뤄지지만, 하나같이 불행한 종말을 맞이한다는 이야기다.

나는 램프를 주운 사람이 불행해지지 않는 절대소원을 지어보곤 했다. 나 자신을 위해 작은 소원을 빌자니 기회가 아깝고, 점점 더 큰 소원을 상상하니 욕심으로 화를 부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소원을 말하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소원을 빌면 어떨까. 지니가 나타나 “주인님 저를 깨우셨나요? 소문 들으셨는지 모르겠지만, 요즘 규칙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세 가지 소원을 말해보십시오. 단, 자신을 위한 소원은 안 됩니다. 남을 위한 소원이어야 합니다”라고 말하는 상상을 해봤다.

광고회사를 다니다 ‘전 세계 아이들을 구하자’는 세이브더칠드런에서 일한 지 5년이 돼 가지만, 누가 내게 “나눔이란 무엇인가요, 기부란 뭐라고 생각하나요?”라고 물으면, 금방 대답이 안 나온다. 우리는 무엇을 돕는 것일까?

아프리카 빈민 구원의 손길 기다려

입사한 이듬해에 서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현지 직원들과 함께 내전으로 붕괴된 학교나 교육환경이 열악한 지역을 답사하고 선정하는 일에 동행했다. 6개 지역을 돌며 이미 조사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마을 사람에게 자세한 상황을 들었다. 그 중 한 곳이 모노가가라는 산촌이었다. 그 마을에 비정규교육 시설이 있었는데, 흙벽돌 건물이 거의 무너진 채였다. 우기가 오면 흙 교실은 빗물에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오랜 내전으로 황폐해진 지역 시설을 둘러보고 차로 돌아오는데, 우리의 손을 잡아끄는 이가 있었다. 파란색 점퍼에 모자를 눌러쓴 70세 촌장님이었다. 촌장님은 차가 떠나기 전 더 보여줄 것이 있다면서 우리를 이끌었다. 그곳에는 파손된 흙벽돌 더미가 있었다. 촌장님은 틈만 나면 흙벽돌을 찍어 말려두고 있었다. 비록 비와 바람에 부서지고 있었지만, 언젠가라는 믿음 아래 벽돌을 쌓아두고 있었다. 그 마을의 소원은 비에도 끄떡없는 교실을 갖는 것이었다.

몇 개월 지나지 않아 우리는 모노가가 마을에 시멘트로 지은 비정규 교육센터를 세웠다. 정규학교로 인증을 받으려면 네 칸의 교실과 교사 관사를 갖춰야 했지만, 우선 교실 두 칸과 운동장으로 시작했다. 정규 시설로서 교사도 두고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으려면 좀 시간이 걸릴 거라고 생각했다. 이제 촌장님과 마을 사람들의 다음 소원은 두 칸의 교실과 시설을 더 갖춰 정규학교가 되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2년 뒤 그들 손으로 두 번째 소원을 직접 이뤘다는 소식을 들었다.

1000명의 마을 사람들이 13개의 부족언어를 쓰면서 흩어져 살지만, 통일된 목소리로 변화를 이끌어낸 촌장님의 힘은 무엇이었을까? 마을을 간절한 소원공동체로 만들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그 소원의 힘은 지구 반대편 한국이란 나라의 후원자들 200명에게 전달돼 현실이 됐다.

(중략)

세이브더칠드런이 하는 일은 긴급구호, 아동 보호, 보건영양 등 전문적인 사업이 많다. 복잡한 설명도 필요하고 기업 못지않은 조직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 모든 일의 출발은 아이들에게 미래를 열어줄 소원공동체와 이들의 소원이 이뤄지도록 힘을 보태는 사람들을 이어주는 일이라고 믿는다.

남을 돕는다는 건 ‘기분 좋은 일’

남을 돕는다는 건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그냥 좋은 일이 아니라 ‘기분 좋은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누군가의 소원, 그것도 간절히 오래도록 키워온 소원공동체의 꿈을 함께 현실로 만든다는 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더불어 이들이 도움만을 바라는 무기력한 사람들도 아니며, 땀 흘리지 않는 나약한 사람들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돕는 사람들도 더 큰 소원을 빌어주고 싶어진다.

_최혜정 세이브더칠드런 마케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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