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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보도자료
201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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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정
세이브더칠드런 마케팅부장

(상략)

세이브더칠드런의 ‘신생아 살리기 모자 뜨기 캠페인’은 올해로 여섯 번째를 맞이하고 있으니 지속적인 캠페인 사례로 꼽힌다. 이 캠페인은 저체온증을 앓는 신생아들을 살리기 위해 털모자를 떠서 해외에 보내는 참여형 기부 캠페인이다. 2007년 시작돼 에티오피아, 말리, 라오스 등 7개국에 53만 개의 손뜨개 털모자를 보냈다. 모자 뜨기 키트를 구입한 사람만 23만 명, 국내 참여 학교는 500여 개에 이른다.

처음부터 완벽한 계획을 갖고 출발한 것은 아니었다. 수많은 내부 직원의 고민과 노력, 후원사와 지원 그리고 몇백 명의 자원봉사자가 없었다면 넘을 수 없는 산도 많았다. 그 산을 넘을 수 있는 힘을 말하라면 ‘기획하지 않았던 우연의 힘’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종종 너무 많은 계획을 세우고 물샐틈없는 기획을 한다. 너무 많은 것을 통제할 수 있거나 운영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그런데 현실에서 특히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에는 화학작용이란 게 있어서 순식간에 지지직하면서 연기를 피울지 모르는 일이다.

모자뜨기 캠페인은 ‘우연의 힘’

하면서 배우는 것이 오히려 많다. 절반만 기획하고 절반은 되어가는 상황을 보고 진행하는 것이 훨씬 유연하고 자유롭다. 전장의 영웅 아이젠하워 장군도 “계획은 늘 계획 중이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내가 앞서 말한 ‘우연’은 늘 시대의 흐름과 사람들의 움직임을 따라가면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높아진다. 모자 뜨기 캠페인을 만들어낸 우연은 디지털카메라, 블로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시대의 흐름이다. 많은 사람이 자신이 모자를 뜨는 것을 글과 사진으로 개인 블로그에 남기고 이 글들은 디지털 시대를 맞아 사라지지 않고 컴퓨터를 두드리면 몇십만 개가 주르륵 나오면서 어떤 홍보보다 강한 자발적 전파력을 지니게 되었다. 우리도 미처 알 수 없는 사이에 사람들은 스스로 확산시켜 나가는 것이다. 마치 싸이 신드롬처럼 말이다.

스스로 번져가는 힘. 우리는 이를 ‘산불 마케팅’이라고 이름 붙인다. 바람과 번져나가는 속도는 알 수 없다는 뜻이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감성의 뜨개질이란 불씨가 합쳐져 만들어내는 효과를 다 계획할 순 없다.

처음에는 누가 자신의 돈을 내서 뜨개질 키트를 사고, 또 그걸로 모자를 떠서 보낼까 하는 회의도 많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편리함만을 좇아가진 않는다. 사람이 다 소비자는 아니다. 고객도 아니다. 인간적인 마음으로 남을 돕고 싶은 사람을 무엇이라고 부를 것인가. 기꺼이 사서 고생하고는 다음번에 주위 사람들을 참여시키기도 한다.

뜨개질에는 또 몰입의 즐거움이 있다. 뜨개질의 ‘질’이란 단어에서도 느껴지듯 중독성 강한 몰입의 참맛에 빠지게 된다. 여기에 타인을 위한 좋은 일에 동참한다는 기쁨도 더해진다. 이러한 보람들을 손글씨로 써서 모자와 함께 받아보곤 한다. 한 사람 한 사람 꾸밈없이 쓴 손편지들은 캠페인을 진행하는 우리를 눈물짓게도 하고 반성하게도 한다. 자칫 규모와 형식에 매몰돼 효율성을 따지고 싶은 캠페인의 유혹을 잠재우게도 하며 무엇보다 참여자들과 소통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게 해준다.

강원도의 한 작은 중학교 선생님은 이런 편지를 보내왔다. “아이들에게 모자 뜨기를 하자고 하면서도 아이들이 모두 끝내리라고는 나 자신도 믿지 않았다. 그런데 주위가 산만하고 끈기가 부족하다고 생각한 아이들 70여 명이 모자를 완성했다. 내가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미처 보지 못했구나 반성했다.” 뜨개질 캠페인이 이 선생님에게 좋은 교육관을 심어준 듯해 뿌듯하다.

우리에게 도착하는 편지 중엔 생애 처음 뜨는 모자라는 내용도 많지만 가끔은 마지막 뜨는 모자라는 편지가 있다. “암 병동의 무균실에서 소일거리로 시작한 뜨개질로 남은 시간 좋은 일을 할 수 있어 고맙게 생각한다”는 편지도 있다. 가장 짧은 편지는 치매 할머니 요양원에서 보내온 편지였다. 복지사에 따르면 할머니들은 자고 나면 자신들이 왜 뜨개질을 하는지 다시 묻곤 했단다. 그럼에도 젊은 복지사는 치매 할머니들도 뭔가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믿기에 포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할머니들은 젊은 날 손으로 익혔던 고운 기술들로 예쁜 모자를 완성해 “잘 쓰고 다니렴”이란 짧은 편지와 함께 전달했다.

온정에너지 넘치면 지구촌 따뜻

열정적인 우리나라 사람들의 온정에너지가 경제 한파를 뚫고,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어려운 지구촌 곳곳을 이 겨울에도 덥혀줄 거라고 믿는다. 이런 좋은 국민을 가진 걸 행복으로 여기면서 정말 우리 모두의 마음까지 움직여줄 따뜻한 선거 캠페인이 나오길 덧붙여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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