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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자녀 살해 후 자살, 조속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지난 18일, 울산에서 30대 가장이 미성년 네 자녀를 살해한 뒤 자살했다. 이는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중대한 아동 생명권 침해다. 동시에 우리 사회의 보호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번 사건은 사망 이전 수차례 위험 신호가 포착되었으나, 유관기관 간 정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그 결과 아동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실효적인 개입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담임교사의 신고, 경찰과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현장 확인, 지자체의 복지 지원 안내까지 이루어졌다. 또한 e아동행복지원시스템을 통해 위기 징후도 포착됐다. 그러나 이 모든 조치는 관계기관 간 정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면서 아동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실질적인 보호로 연결되지 못했다.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은 사전 학대가 반복된 끝에 발생하기도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학대 징후 없이 가정 내 위기가 축적되다가 갑작스럽게 벌어지기도 한다. 이는 기존의 신고 중심 아동보호체계만으로는 아동의 생명 위험을 충분히 포착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세이브더칠드런 조사에 따르면,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의 43.1%는 경제적 위기, 돌봄 부담, 정신건강 문제 등 복합적 요인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법률상 아동학대범죄는 학대의 연속성이 인정되어야 아동학대살해(미수)죄 법률 적용이 가능해, 자녀 살해 후 자살과 같은 사건을 현행 법체계에서 충분히 예방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한 대책이 필요하다. 참고가 되는 사례로서, 호주는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 관련 가정의 위험 지표를 기반으로 예방과 조기 개입을 추진하고 있으며, 아동사망검토를 통해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을 포함한 아동 사망 예방 정책을 권고하고 있다. 실제로 2023~2024년 호주 정부는 연례보고서를 통해 복합 위험 가정에 대한 조기 개입 체계 강화, 정신건강·보호전문가·경찰 등 관계기관 간 실시간 정보 공유 기반 마련 등을 권고하였다.
지난 10년간 최소 151명의 아동이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으로 사망하거나 중대한 피해를 입었다. 이처럼 가장 극단적인 아동학대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이라는 특수한 유형에 대한 법적·제도적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다. 비속살해죄 도입을 통해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의 가해자를 가중 처벌하고, 피해아동은 아동학대 피해아동에 준하는 보호와 지원 체계 안에서 다뤄져야 한다. 또한, 처벌만이 해결책이 아니므로, 가정의 위기가 아동 살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복합 위험요인을 가진 가정을 조기에 발견하고 지원하는 보편적 가정방문서비스를 도입해야 한다. 실제로 이 사건의 피해자 중에는 집 밖으로 한 번도 나와보지 못한 5개월 짧은 생을 산 아이도 있었다. 국가가 태어난 아이들의 안부와 안전을 살피고, 가정에 필요한 사회적 자원을 연결하며 실질적으로 조력해야 한다. 현재 생애초기건강관리사업은 신청주의에 기반하여 사회적으로 고립된 가정에 실질적으로 지원을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어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은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 되는 사회적 비극이다. 아동의 생명과 안전은 개별 가정의 선택에 맡겨둘 수 없는 공적 책임의 영역이다. 다시는 부모에 의해 아동의 생명이 박탈되는 일이 없도록, 자녀 살해 후 자살 사건을 별도의 위험군으로 관리하고 조속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정부와 국회가 관련 제도 개선에 즉각 착수할 것을 촉구한다.
2026년 3월 24일
세이브더칠드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