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이야기
나눔을 통해 만들어 가는
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원슈타인과 함께 방문한 빨간염소 사업장, 천천히 회복 진행중
캠페인
2023.08.18
공유하기

“원슈님, 저희랑 같이 우간다 가실래요?”


빨간염소 보내기 캠페인 영상 촬영이 진행되던 분주한 4월이었어요. 마치 집 앞 카페에 가서 차 한잔하자고 하듯, 공원에서 만나 따릉이 타자고 물어보듯 쓱 물어봤더랬습니다. 같이 아프리카 가자는 말을요. 담당자의 기습적인 제안에 잠깐 고민하던 원슈타인이 답했습니다. 


“네, 좋아요!”


그렇게 우리는 7월, 아프리카 우간다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담당자 세이브 근무 역사상) 가장 많은 질문을 던졌던, 원슈타인과의 출장기를 여러분에게만 공개할게요.


이렇게 빨리 염소랑 다시 촬영하게 될지 몰랐던 4월의 원슈타인


교육이라고 쓰고, 사업장 가서 하면 안 되는 101가지라고 읽어요. 

출장이 정해지면 이제부터 준비할 것이 백 개 천 개인데요, 예방접종이나 티켓팅, 숙소 예약 이런 건 아주 작은 일입니다. 


아는 만큼 볼 수 있으니까, ‘아프리카에 빨간염소보내기’ 캠페인의 역사와 사업내용을 세세하게 (주입식으로) 안내합니다. 우리의 방문으로 인해 사업이 지장 받거나 현지 직원들이 위험해지는 일이 없게, 무엇보다 아동의 안전이 위협받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교육도 진행하고요. 그 중엔 우리가 평소에 무심코 하는 ‘동의 없이 아동과 사진 찍어 SNS에 올리지 않기’ 등이 있습니다. 


수많은 ‘안돼 리스트’의 교육이 끝나고, 사업내용부터 아동안전보호정책까지 철저한 정신 무장을 마치고 나서야 우간다에 갈 수 있게 됩니다.


우간다 카라모자의 일상은

코로나19가 전 세계에 확산되던 2021년, 세이브더칠드런은 우간다 카라모자에 빨간염소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직원들을 배치하는 것도, 배분할 염소와 식량을 조달하는 것도, 현지 주민들의 상황을 모니터링 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아동의 삶이 더욱 고립될 수 있기에 미룰 수 없는 사업이었습니다. 


국제개발에선 ‘회복탄력성’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합니다. 충격이 가해졌을 때 얼만큼 빠르게, 얼마나 온전히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지를 이르는 말입니다. 우리가 같은 팬데믹의 상황 속에 있었지만, 카라모자는 더 깊은 상처가 패이고 한참 더디게 회복 중인 것이 온몸으로 느껴졌습니다. 식량의 가격은 치솟고, 이상기후로 인해 벌써 몇 달째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았습니다. 인터뷰를 위해 방문하는 집마다 먹을 것도 옷도 부족한 것이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생활이 어려워지니 약탈이나 강도가 늘어서, 그렇게 아버지와 어머니를 잃었다는 아이들이 한 집 건너마다 있었습니다.


자기 몸만 한 짐을 이고 가는 수십 명의 어린아이들을 지나칠 때. 하루 종일 변변한 식사도 못 하고 자기들끼리 맨바닥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볼 때. 아이의 상처 난 발에 바를 약도 신발도 없어, 그저 덧난 곳에 까맣게 앉은 파리를 쫓아낼 수밖에 없을 때. 원슈타인은 매번 질문하고 또 질문했습니다. 지금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이 여기서는 흔하거나 당연한 일인지, 우리가 무엇을 해줄 수는 없는지,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지. 그런 질문들이요.


▲ 숯을 머리에 이고 시장에 나가는 루시아


"
솔직히 말하면,
미디어에서 아이들이 무거운 짐을 나르고

힘든 일을 하는 그런 것들이
어느 정도 과장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내심 그런 생각 했거든요.
근데 여기 와서 보니까..
이미 일상이더라고요.
"
-원슈타인 인터뷰 중


카라모자의 아이 루시아를 만났습니다.

루시아는 카라모자의 지금을 그대로 보여주는 아이였습니다. 엄마와 동생들과 사는 루시아의 하루는 아침 일찍 시작됩니다. 해가 너무 뜨거워지기 전에 죽을 끓여 동생들을 먹이고 멀리 우물에서 물을 길어 옵니다. 일주일에 서너 번은 엄마 대신 숯이 가득 담긴 자루를 머리에 이고 읍내에 팔러 갑니다. 맨발로 네 시간을 걸어가는 길입니다. 똘똘하고 지혜로워서, 학교에선 수업을 잘 못 따라가는 친구들을 가르쳐주곤 했었습니다. 하지만 교복까지 도둑맞았던 이후로는 학교는 잘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루시아의 하루를 함께 지내다 보면, 이게 열 살의 하루가 맞나 헷갈립니다


▲ 원슈타인과 루시아. 우린 꽤 명랑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래도 루시아와 원슈타인은 명랑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건 루시아가 딱 열 살의 밝음과 즐거움을 가진 아이여서이기도 했고요, 혹시라도 아이에게 상처를 줄까 봐 표정 하나, 말 한마디도 조심스레 골라 꺼냈던 원슈타인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아이와는 매번 밝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돌아오는 길마다 원슈타인은 고민했습니다.


"
루시아와 너무 친해질까 봐 두려워요.
저는 여기 계속 있을 사람이 아니잖아요. 
함께 있을 땐 좋지만 우리가 떠났을 때
루시아가 더 외롭고 쓸쓸해할까 봐 걱정되거든요.
저는 한국에 돌아가지만, 
지속적인 무언가를 선물해 주고 싶어요.
"
-원슈타인 인터뷰 중


▲ 염소 배분 현장에서의 원슈타인과 주민


원슈타인이 생각한 '지속가능한' 선물은 바로 염소입니다.

활동 첫날, 원슈타인은 '염소 재배분'의 현장에 방문했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 빨간염소 보내기 캠페인을 통해 받은 염소가 잘 자라 새끼를 낳으면 이웃에게 기부하는 활동입니다. 작년에는 수혜자였던 주민들이 이제는 기부자가 되어 이웃을 돕는 현장에서 원슈타인은 주민들의 입을 통해 염소가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를 생생하게 들었습니다. 


"
저는 이 염소를 통해 저의 손주들을 키웠어요.
손주의 친구들에게도 우유를 나눠줄 수 있었고요.
저와 우리 가족을 도와준 이 고마운 염소가
이제 이웃집에서도 그렇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잘 키워 주세요!
"
-염소재배분에 참여한 카라모자 주민


▲ 원슈타인이 루시아에게 선물한 염소, 루시아는 '아방아이트'라는 이름을 지어주었습니다.


원슈타인은 이제 한국에 왔고, 루시아는 카라모자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은 이젠 루시아의 집에 원슈타인이 선물한 두 마리 염소가 있기 때문입니다. 원슈타인이 돌아온 것처럼, 언젠가 세이브더칠드런도 우간다 카라모자에서의 사업을 종료하는 날이 오겠지요. 하지만 우리의 분명한 믿음은 우리가 보낸 염소가, 그와 함께 진행한 많은 사업이 카라모자에 계속 남아 자라나고 확산된다는 것입니다. 마치 작년에 우리가 보낸 염소가 올해 아기 염소를 낳았던 것처럼요.


카라모자, 느려도 더뎌도 회복 진행 중

정말 변하고는 있는 걸까? 왜 이렇게 느릴까? 이게 되긴 되는 거야? 빨간염소를 보내주는 게 최선의 방법일까? 


14년간 아프리카 이곳저곳에서 진행된 빨간염소 캠페인이 종종 마주하는 질문입니다. 이 질문은 때론 밖에서, 때론 담당자의 마음속에서 출몰합니다. 아프리카는 처음이고, 노래하는 직업을 가진 원슈타인은 이 질문 앞에 어떻게 대답하게 될까 궁금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상상하지 못한 현실을 마주할 때, '우리가 뭘 할 수 있겠어'라는 체념으로 가면 어떡하나 걱정도 했고요.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원슈타인은 이 오래된 문제에 대한 나름의 답을 찾았습니다.


"
노래가사가 떠오르더라고요.
'It's working'
제가 여기 와서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낀 건
진짜 이게 된다는 거에요.
정말 효과를 발하고 있어요.
"
-원슈타인 인터뷰 중


원슈타인이 만난 카라모자와 루시아, 후원이라는 좋은 일에 대한 생각은 세이브더칠드런 유튜브의 카라모자 여행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박서영(모금마케팅부문)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아프리카 아동에게 빨간염소 보내기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