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이야기
나눔을 통해 만들어 가는
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장애아동의 참여,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아동권리 컨퍼런스 후기
국내사업
2023.12.01
공유하기

아이들은 참여의 폭만큼 성장합니다. 거창하고 대단한 경험이 아니더라도 사회 활동 속에서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그 의견이 전달되는 소소한 과정을 통해서 말이에요. 이러한 사회적인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 불편한 것, 할 수 있는 것 등을 점차 습득해 나갑니다. 세계 최초의 아동권리 옹호 기관인 세이브더칠드런이 아동의 참여권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는 참여권이 아동권리 실현을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장애아동 참여권에 대한 논의의 장 <아동권리 컨퍼런스>

다가오는 12월 3일은 UN이 지정한 ‘세계 장애인의 날’입니다. 장애를 이유로 사회적으로 차별받거나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국제 사회가 공표한 날인데요.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떤가요? “휠체어를 타고 다녀서 위험하다”, “발달장애 아동은 어떤 돌발 행동을 할지 몰라 함께 어울리기 곤란하다” 등 여전히 장애아동의 사회 참여에 대한 편견이 담긴 목소리와, 제도적 환경이 뒷받침하지 못하는 탓에 참여의 기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세이브더칠드런에서는 장애아동의 참여 활성화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인 ‘아동권리 컨퍼런스’를 개최했습니다.

지난 11월 17일 서울 명동 포스트타워에서 진행된 <아동권리 컨퍼런스>


컨퍼런스 당일 오프라인 현장뿐만 아니라 동시에 진행된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도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셨는데요. 장애아동의 참여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영역과 실천 현장에서의 이야기, 그리고 장애 당사자의 경험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기조강연을 맡은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김미연 위원


특히,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교육, 베리어프리 환경 조성, 미디어, 법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장애아동 참여와 관련한 실제 사례를 공유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컸는데요.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맡았던 패널들을 만나, 짧은 발표 시간에 미처 다 공유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사법 및 징계절차에서의 장애아동 참여권

아동청소년 인권과 장애 인권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단법인 두루 엄선희 변호사는 ‘사법 및 징계절차에서의 참여권’이라는 다소 낯선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는데요. 발표를 통해 장애아동이 법적 판단을 받아야 하는 피해자 혹은 가해자가 되었을 때 직면하게 되는 불리한 상황에 관한 이야기를 공유해 주었습니다. 


📰 발표자료 미리보기 – [자료집 ③] ’사법 및 징계절차에서 장애아동의 참여권 현황 및 개선방안’

 

사단법인 두루 엄선희 변호사 



사법 절차 내에서 장애 아동이 비장애 아동보다 특별히 취약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나요? 

장애 아동뿐만 아니라 비장애 아동도 사법 접근권이 보장되지 않아서 참여권에 제약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장애 아동은 사법 절차 내에서 당사자가 될 때에도 권리 행사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매우 많거든요. 사법 절차에서 피해자 혹은 가해자가 될 때에 스스로 견해를 표명할 기회가 보장돼야 하는데 아예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주체라고 인식되지 않는 일도 있어요.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주실 수 있을까요? 

예를 들면, 발달장애 아동에게 진술을 받을 때 폐쇄형 질문으로만 하게 되면 아동은 자기가 실제로 하지 않은 일도 그냥 “네”하고 답할 수도 있거든요. 일반적인 진술을 청취할 때와 같은 방식으로 질문하면 실체적 진실도 발견하지 못하고 아동의 권리를 부당하게 박탈하거나 제한하는 방식으로 진술이 진행될 수도 있는 거죠. 장애 유형이나 정도, 나이 등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한데 현장에선 그런 방식에 대한 고민이나 연습이 굉장히 미흡한 상황입니다. 

장애아동의 의견이 좀 더 적극적으로 청취 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 위해선, 어떤 점이 개선되어야 할까요? 

가장 첫 단계는 가정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같아요. 가정 내에서 장애아동의 굉장히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참여권을 보장할 수 있는 노력이 우선 필요한 것 같고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게 인식 개선일 텐데요. 장애아동을 만나는 모든 주체가 장애아동이 스스로 견해를 구성하고 표현할 수 있는 주체라고 인식해야만 참여권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미디어 속에서 장애아동의 참여

장애아동, 다문화 가정 아동 등 기존의 방송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아동 캐릭터를 프로그램에 등장시켜 화제가 되고 있는 EBS <딩동댕유치원> 이지현 PD는 장애아동이 등장하는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경험하고, 고민했던 이야기를 공유해주었습니다. 


📰 발표자료 미리보기 – [자료집 ②]’<딩동댕유치원> ‘별이’와 ‘하늘이’가 가져온 변화’


EBS 유아어린이애니부 이지현 PD



‘아동권리영화제’ 씨네아동권리토크의 패널로도 함께해 주시고, 이번 컨퍼런스에서도 발표를 맡아주셔서 정말 반갑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활동에는 어떻게 참여하시게 되었나요? 

오늘 컨퍼런스뿐만 아니라 아동권리영화제에도 감사하게 초청을 해 주셨어요. 영화제 같은 경우는 ‘모두의 놀이터’라는 올해의 슬로건이 와 닿았습니다. 작년에 방송을 준비하면서 저도 무장애 놀이터가 좀 더 많아져야 한다는 취지로 아이템을 기획했던 적이 있거든요. 아이들은 모두 놀 권리가 있고, 장애아동도 당연히 그렇죠. 세이브더칠드런도 제가 하고 있던 고민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 행사에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장애아동이 등장하는 방송을 준비하실 때 특별히 신경 쓰셨거나, 고려하셨던 부분이 있을까요?

얼마 전에 프로그램 개편을 했었는데, 개편을 앞두고 또 어떤 편견을 깨는 시도를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었어요.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저도 제가 갖고 있던 편견이 깨지는 경험을 하거든요. 한 예로, 저희 프로그램 체육 코너에 휠체어를 탄 선율이라는 아동이 고정 출연하고 있어요. 처음엔 신체가 불편한 아동이 체육 코너에 출연하는 건 어렵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출연자 아동도 매우 재미있게 참여하고 있거든요. 코너를 준비하면서 실제로 장애아동 학부모님 한 분께 들었던 얘기도 기억에 남아요. 아이가 휠체어를 타고 있는데 아주 어렸을 때는 체육을 좋아했는데, 학년이 올라갈수록 체육 수업에서 자꾸 배제되다 보니까 아이가 가장 싫어하는 과목이 되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씀도 기억에 많이 남았어요. 


PD님께서 하고 있는 일은 일반 대중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시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람들의 생각이 갑자기 바뀔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을 통해서 기존의 편견을 깨는 시도를 하고 계신 이유가 있을까요? 

저는 원래 다큐멘터리PD 출신이고 사회적 이슈에 대해 관심이 많기도 하고요. 또 제게 아이가 있는데,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내 아이가 겪는 현실에서의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느껴지면서 지금의 <딩동댕유치원>이라는 결과물이 나온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아이를 키우면서 당면한 고민거리를 아이템화 하고 있기 때문에 아이템이 끊임없이 나오는 것 같고요. 아이가 고민거리들을 끊임없이 던져주거든요.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다양한 분야별 전문가, 활동가뿐만 아니라 장애아동 당사자가 말하는 참여권에 대한 시간도 있었는데요. 서울금나래초등학교 류지우 아동서울농학교 박시온 아동 일상생활 속에서 실제로 경험했던 사례를 중심으로 참여권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발표했습니다.


장애아동 당사자가 직접 전하는 참여 경험과 바람을 주제로 발표를 맡은 류지우, 박시온 아동(좌측부터)


일반 학교를 다닐 때 체육 수업 시간에 제가 인공와우를 했다는 이유로 야구 수업에서 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와우를 하면 야구를 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농학교에 와서 사람들이 야구를 자유롭게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때 저는 내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었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시 생각해보니 일반 학교에서 제가 야구 수업을 하지 못했던 이유는 선생님과 친구들이 제가 가지고 있는 장애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 박시온 아동


모든 발표가 끝난 후 참가자와 패널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세션에서도 다양한 의견과 질문이 오갔습니다. 세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장애아동이 참여의 주체로서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다양한 영역에서 고민해 볼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 안에서 장애아동이 존중 받으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세이브더칠드런도 장애아동의 더 나은 참여 환경을 만들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글·취재 커뮤니케이션부문 이예진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