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우리는 '저출생', '고령화'라는 말이 너무나 익숙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 두 단어만으로도 지금 우리 사회의 변화를 설명할 수 있을 만큼 대한민국의 모습은 빠른 속도로 달라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여전히 주목하지 않고 있는 또 하나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 세이브더칠드런의 이주배경아동지원사업과 함께 전해드립니다.
이주배경아동? 어떤 아동을 말하는 건가요?
우리나라의 노령 인구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지만, 아동 인구는 점차 감소하고 있습니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의 전체 학생 수 역시 함께 감소하는 추세죠. 2014년 630만 명이었던 학생 수는 불과 10년 만인 2024년, 518만 명으로 100만 명 넘게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주배경학생 수는 오히려 꾸준히 증가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2014년 6만 7천 명이었던 이주배경학생은 2024년 19만 명으로, 전체 학생의 3.7%까지 증가했습니다. 대체 이주배경아동은 어떤 아이들을 말하고, 왜 점차 증가하는 걸까요?

세이브더칠드런 뉴스레터 3월호를 통해, 구독자를 대상으로 '이주배경아동'에 관해 물었습니다.
그 결과 '이주배경아동'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고, 잘 알고 있다'라는 응답은 22%에 불과했습니다. 나머지 78%는 들어본 적은 있지만 잘 모르거나, 들어본 적도 없다고 답했죠. 이는 우리 사회가 이주배경아동에 대해 함께 이해를 넓혀갈 필요가 있다는 것을 시사합니다.
그렇다면 이주배경아동은 대체 어떤 아이들을 말하는 걸까요? 이주배경아동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지만, 통상 가족 또는 아동 본인이 다른 국가에서 이주하여 한국에 정착한 아동을 말합니다. '이주한 경험'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출신 국가, 입국 시기, 적응 수준 등은 모두 천차만별입니다.
예전 우리나라의 이주배경아동 대부분은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부모 모두가 외국인이지만 한국에서 태어났거나 아주 어린 시절부터 자란 아동, 다른 나라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님을 따라 중간에 한국에 온 중도 입국 아동과 같이 각기 다른 상황인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이 아이들을 그저 '이주배경아동'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 그렇지만 늘 바깥에 있는 아이들
우리나라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비준한 국가입니다. 인종, 피부색, 성별, 언어, 종교, 국적,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국내에 머무는 모든 아동의 권리를 차별 없이 보장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체류 자격이 불분명하거나, 국적이 없는 아이들은 의료, 돌봄, 교육 등 기본적인 지원조차 고려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주 배경 가정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거나, 불안정한 노동 환경에 놓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주거 환경을 비롯해 아이들이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도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언어의 장벽, 문화적 차이, 정체성 혼란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습니다.
게다가 갑작스레 가족의 이주로 오게 된 아이들은, 언어의 문제로 학습이 어려우니 자존감을 잃는 일도 빈번합니다. 이는 소속감, 또래 관계에도 영향을 주고, 아동의 성장과 발달에 전체적인 어려움을 초래합니다.
실제 이주 배경 고등학생의 자퇴율은 2023년 기준 2.22%로, 전체 학생 평균(2.00%)을 상회하고, 매년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특히 자퇴의 가장 큰 이유는 '학교 부적응'으로, 언어 장벽과 관계 형성의 어려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이주배경아동의 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고, 우리 땅에서 우리 말을 쓰며 공부하는, 우리의 구성원이지만 여전히 소외되고 차별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기본적인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우리 사회가 발전하려면 아이들은 '배경'과 상관없이 잘 성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구분은 지우고, 관계는 더하는 <북적북적 프로젝트>
우리는 우선 아동을 구분하는 것부터 하나씩 지워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의 출신 국가, 국적, 외모, 언어가 아닌, 그저 아이로서 함께할 수 있는 활동을 기획했습니다.
언어의 장벽이나 정서적 위축으로 인해 관계 형성이 어려운 이주배경아동에게, 다양한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성을 기르고, 원활한 대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사회성은 글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것이기 때문에, 직접 어울리고 부딪히며 소통하는 활동은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그 매개체로 '그림책'을 선택했습니다.

▲ 아동권리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아동
'함께' 한다는 건, 서로를 잘 이해한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북적북적 프로젝트>의 시작은 권리세이버*와 함께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다름을 존중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었습니다. 다양성에 대해 다룬 영화 <알록달록>(2023년 세이브더칠드런 아동권리영화제 수상작)을 통해, 아이들은 서로의 상황과 경험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프로젝트를 위해 모인 아이들은, 이음세이버**의 지도를 토대로 자기생각을 마음껏 나누고 그리는 시간을 여러 차례 가졌습니다. 그림책을 구성하기 위한 마인드맵을 그려보기도 하고, 서로의 아이디어를 덧붙여 사고를 확장하는 연습도 했습니다.
* 권리세이버 : 아동권리 인식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는 세이브더칠드런의 전문 강사진
** 이음세이버 : 이주배경-비이주배경 아동 통합 활동을 진행하는 세이브더칠드런 <북적북적 프로젝트>의 그림책 전문 강사진


▲ 그림책 만들기에 참여하고 있는 아이들
완성된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 이야기를 다듬고, 표지와 제목도 정했습니다. 작가로서의 소감을 담은 '작가의 말'도 작성했죠. 한 권의 그림책이 나오기까지 아이들이 한 활동은, 그저 협동심을 기르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의 또래 관계를 증진하고, 사회적 지지 체계를 형성하며, 동시에 성취감과 자기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건강한 자존감을 키울 수 있는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 아동 작가가 직접 선정한, 책 <같이 놀자>의 표지
※ 도서는 오는 5월 출간 예정이며, 북토크 등 독자들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 인터뷰 : 그림책 <같이 놀자>를 쓰고 그린 이시안, 이밀라, 조루슬란, 김알렉산더 작가
책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모았나요?
시안 저랑 루슬란, 밀라가 함께 이야기를 짰어요.
루슬란 고슴도치는 제가 그렸어요.
밀라 김민수는 제가 그리고 이름 붙였고요!
책 '같이 놀자'를 쓰면서, 가장 재미있었던 활동은 무엇인가요?
루슬란 저는 그림 그리는 게 진짜 재미있었어요.
밀라 저는 표지 그릴 때요!
어려웠던 점도 있었을 것 같은데, 어땠어요?
시안 그림 그리고 테두리 그리는 게 진짜 힘들었어요. 그려도 그려도 계속 그릴 게 있었어요.
다른 사람들이 이 책은 어떤 책이냐고 물어보면,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까요?
시안 고슴도치하고 김민수가 나오는 책이에요. 그리고 고슴도치랑 김민수는 서로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달라요.
밀라 김민수는 얼음땡 놀이를 싫어하고, 고슴도치는 숨바꼭질 놀이를 싫어해요.
루슬란 김민수가 좋아하는 음식은 라면이고, 고슴도치는 전기 에너지를 좋아해요.
시안 마지막에는 '우리는 다르지만 그래도 만나서 같이 놀면 재밌겠다!'하고 끝나요. '궁금하면 이 책을 직접 보세요!'라고 말해줄 거예요.
내가 만든 책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된다고 했을 때, 어떤 마음이 들었어요?
시안 살짝 황당했어요. 거짓말인 줄 알았어요. 내가 모르는 사람들이 이 책을 볼 수도 있다고 하니까 기분이 이상했어요. 아프리카에서도 볼 수 있어요?
루슬란 책 많이 팔리면 돈 많이 벌겠다! (웃음)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어떤 마음, 어떤 생각을 하길 바라나요?
서로 친해졌으면 좋겠어요. 책 이름이 '같이 놀자'니까
아동 작가의 인터뷰처럼, 어쩌면 우리 사회는 같이 놀고 서로를 이해할 기회가 충분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북적북적 프로젝트와 같은 함께하는 활동이 꼭 필요한 이유입니다.
<북적북적 프로젝트>는 올해도 1,200명의 아동과 함께 그림책을 만들어 갈 계획입니다. 북적북적 자라난 아이들처럼, 세이브더칠드런은 앞으로도 모든 아이가 차별 없이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한 뼘 더 커나갈 아이들에게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글 임경은(커뮤니케이션부문)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