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네팔의 학교가 사라지고 있다
2024.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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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브더칠드런은 네팔, 베트남, 방글라데시, 몽골의 기후위기 대응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세이브더칠드런은 MBC 기후환경팀과 함께 기후위기가 초래한 아동의 위기와 재난 현장을 알리기 위한 아시아 4개국 취재를 다녀왔습니다. 그중 네팔 현장을 MBC 김현지 기자가 소개합니다.

갈 수 없는 학교

네팔에서 가장 빈곤한 주, 카날리주에서 확인한 기후위기 현장은 특히 아이들에게 처참했다. 우리는 원래 체다가드 마을에 있는 학교에 방문할 예정이었다. 그곳에서 기후변화에 대해 수업을 듣는 아이들을 만나 함께 나무를 심을 계획이었다. 이날 아침 학교로 가기 위해 차를 타고 산길을 올랐다. 아침에 내린 비로 계곡이 되어버린 길을 덜컹거리며 지났는데, 결국 흙더미에 길이 막혀 멈춰섰다. 길을 따라 산사태가 계속 발생해 결국 일정을 취소했다. 계획을 논의하는 도중에도 우리가 서있던 길 옆면에선 ‘우수수’ 소리가 나며 토사가 쏟아졌다.
급히 수르켓에 있는 학교에 연락해 다음날 취재에 나섰다. 산꼭대기에 있는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은 5살부터 14살까지 연령대가 다양했다. 아이들에게 날씨에 대한 노래가 있냐고 물었다. 20명 정도 되는 아이들은 한 교실에 모여 ‘홍수와 산사태로 학교를 갈 수 없어 무섭다’는 노래를 합창했다. 우기에는 홍수와 산사태로 전체 학생 100명 중 10명도 채 나오지 못한다고 한다. 하굣길에 따라가봤더니 산사태로 바위가 나뒹구는 길과 성인 무릎까지 오는 물웅덩이를 건너야만 했다. 아이들은 1시간 넘게 이런 길을 매일 걸어가야 한다. 해발고도 1,400m가 넘는 곳에 있는 또 다른 학교는 벼락을 맞아 무너진 지붕이 강한 비바람에 날아가 버렸다. 숫자와 영어 알파벳 낙서가 남겨진 건물이 천장이 뚫린 채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바로 옆에 학교를 새로 지었지만 산사태로 그 부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었다. 이곳에는 학생 300명이 다니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우기에는 교실이 텅 빈다.

기후변화는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을 주지 않는다

홍수로 집을 잃고 10년 넘게 오두막집에서 살고 있는 이재민들도 만났다. 인터뷰에 응한 50대 남성은 뇌졸중으로 한쪽 다리는 마비됐고, 자녀들이 일용직 노동을 통해 벌어오는 돈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는 10년 전 홍수로 집과 밭을 잃었고, 아내와 아들도 떠나보냈다. 밤 12시쯤,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강물이 넘쳐 집 안을 덮쳤고 어디가 땅인지, 아이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간신히 산 위로 도망쳤지만 아내는 나무를 잡고 버티다 강물에 휩쓸렸다. 그렇게 모든 걸 강물에 떠나보냈고, 이곳에서 10년 동안 어머니와 이재민 신세로 살고 있다. 여기에 잦은 홍수와 산사태로 도로가 끊기면서 생필품 공급도 원활하지 않아 이재민들은 인플레이션에 시달렸다. 대부분 일용직으로 하루 생계를 이어가는 마을 주민들은 높아진 물가에 제대로 먹지 못하고 수도시설도 미비해 마실 물도 부족했다. 그나마 건장한 성인 남성은 타지에서 일할 기회를 찾을 수 있지만 여성과 아이, 장애인은 마을을 벗어날 수 없었다.

아이들이 내뿜는 온실가스 양은 얼마나 될까

취재진이 띄운 드론이 신기한지 어느새 어린아이 10명 남짓이 모여들었다. 걸음을 갓 뗀 아기부터 10살이 채 되지 않는 아이들이었다. 이 아이들은 오두막집에서 태어나 살아온 것이다. 하지만 이 마을에서 이용할 수 있는 의료시설은 보건소뿐이다. 예방접종은 커녕 제때 치료받기도 어려운 환경이다. 인근에 학교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 앞서 만난 학생들처럼 한 시간 넘게 걸어가야 겨우 수업을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취재 중에 비가 갑자기 쏟아지다 그치길 반복했는데, 그럴 때마다 아이들은 잠시 지붕 아래에 숨었다가 비가 그치면 나왔다. 진흙과 돌멩이가 깔린 산길을 얇은 슬리퍼만 신고 올라갔다. 이 아이들이 내뿜는 온실가스 양은 얼마나 될까? 기후변화는 산업혁명 이후 전 세계에서 배출된 온실가스 때문이다. 가장 큰 책임은 선진국과 한국을 비롯한 산업화된 나라들에게 있다. 이들이 뭉그적거리는 동안 정작 삶을 빼앗기고 있는 건 이곳의 아이들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네팔 카날리 주에서 산사태, 홍수, 가뭄의 피해를 본 체다가드와 바라하탈 지역에서 아동의 미래를 위한 기후위기 대응 사업에 나섰습니다. 해당 지역에 ‘빨간나무 세그루 심기’ 캠페인을 통한 숲 복원, 아동과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한 기후교육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MBC ‘기후위기 아시아 임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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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기후환경팀 김현지

사진 MBC 기후환경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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