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따뜻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3,929마리. 지난 2021년부터 세이브더칠드런이 한국의 후원자님들과 함께 우간다 카라모자 지역에 지원한 염소의 숫자입니다. 하루 평균 3마리의 염소가 식량위기와 빈곤, 영양실조 위기에 놓인 가정에 지원된 셈이죠. 지금 이 순간에도 염소들은 아이들과 가족들의 소중한 자원이자, 안정적인 소득원이 되어 경제적 자립을 돕고 있어요. 오늘은 <아프리카에 빨간염소 보내기> 캠페인이 현장의 크고 작은 문제들에 대처하며 지역주민의 삶의 변화를 이끌어낸 비하인드 스토리를 나눠봅니다.
10년이 넘는 캠페인 경험,
전문성으로 성공을 이끌어내다
세이브더칠드런은 2010년부터 <아프리카에 빨간염소 보내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당시만 해도 식량 위기를 겪는 가정에 음식이 아닌 염소를 지원하는 것은 생소한 일이었는데요. 세이브더칠드런의 캠페인을 통해 이제는 가정의 자립을 이끌어내는 혁신적인 사업 모델이란 점이 성과로 입증됐어요.
단순한 물품 지원에 비해 살아있는 가축을 지원하는 것은 굉장한 전문성을 요구하는 일입니다. 염소가 건강히 살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지역사회 주민들이 책임감 있게 키울 수 있도록 교육하고, 염소 젖과 농산물을 활용한 영양 교육까지. 다양한 분야의 협업이 이뤄져야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복합적인 노력이 필요하죠.
특히 지난 3년 간 염소의 여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예상치 못한 극심한 기후 위기와 재배분의 난관, 염소 건강 관리의 필요성 등 수많은 변수가 등장했죠. 반면, 세이브더칠드런이 쌓아온 전문성이 빛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사업 담당자와 현지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냈으니까요.
아들, 아들, 아들!
삼신 할메~의 점지도 막을 수 없다
염소를 활용한 생계지원사업의 매력은 ‘재배분’에 있어요. 후원자님이 보낸 염소 한 마리는 뛰어난 생존력과 번식력으로 새끼를 낳게 되고, 가정과 마을의 자산이 확대되는 효과를 갖죠. 새로운 염소를 구매하는 비용을 절감하면 같은 후원금으로도 더 많은 지원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특히, 지역 주민간의 재배분 시스템은 ‘공짜’로 받은 염소를 책임감을 갖고 키우게 하는 동력이 됩니다. 처음 염소를 배분 받은 가정이 새끼 염소를 출산해야 이웃에게도 재배분 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온 마을 주민들이 염소를 키우는 상황이 되는 것이죠. 세이브더칠드런은 십여 년 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역 주민들이 서로 협력해 염소를 키우는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습니다. 사업 기간 동안 유독 수컷 염소만 연달아 태어난 것입니다. 초기 사업 모델에서는 재생산의 가능성을 고려해 ‘첫 번째 암컷 새끼 염소’를 이웃에 전달하기로 계획했거든요. 그러나, 암컷 새끼만 배분하는 기존의 기준으로는 원활한 배분이 어려웠고, 가정에서는 염소를 배분 받은 뒤 참석하는 교육 기회를 놓칠 수 있었죠. 빠른 시일 안에 가정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아내야 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즉시 시장 조사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다 자란 수컷 염소가 두 마리의 새끼 암컷 염소와 맞바꿀 수 있을 만큼 높은 경제적 가치를 갖고 있음을 확인했죠. 이를 바탕으로 재배분 기준을 확대해 수컷 염소까지 배분 대상에 포함합니다. 빠른 판단으로 새끼 염소의 성별을 구분하지 않고 재배분 하게 되면서, 사업 기간 내에 더 많은 가정들이 염소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염소 건강 절대 지켜!
조달 절차를 강화하다
<아프리카에 빨간염소 보내기> 캠페인은 아프리카의 빈곤 퇴치에 큰 역할을 하지만, 사업 측면에서는 살아있는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철저한 사업 관리 능력을 요구합니다. 특히 염소 조달 과정에서 장기간 차량 이동, 질병 등 다양한 스트레스에 노출되기 때문에 적절한 환경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폐사에 이를 수 있습니다. 그만큼 체계적인 사업 구조와 전문성이 갖춰져야 진행할 수 있는 사업이죠.
세이브더칠드런은 2010년부터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염소 조달 절차를 강화하고, 수의학 전문가의 검증을 통해 염소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히 가정에 전달될 수 있도록 합니다. 우간다 카라모자 지역에서 가장 잘 적응할 수 있는 품종을 선정하고, 케냐를 통해 건강한 염소를 수입할 때 우간다로 떠나기 전 예방접종과 건강검진을 진행합니다. 이동 중에는 최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안전한 운송수단을 선택했습니다.
국경을 넘어온 염소는 배분 전에 충분한 휴식 시간을 제공해 바뀐 환경에서도 적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염소를 각 가정에 배분하기 전에 별도의 건강검진과 카라모자 지역의 풍토병에 대비한 백신 접종을 진행합니다. 이렇게 수많은 서류 확인과 까다로운 절차를 걸친 덕분에 배분된 염소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었습니다. 마침내 각 가정에 전달된 염소는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돕게 됩니다.
염소는 신선한 우유를 제공해주는 선물이자, 가정 내에서 지속적으로 자라나는 자산입니다. 받은 염소를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 가족들은 정기적으로 염소 사육 기술뿐만 아니라 염소 질병 예방 및 관리 교육을 듣고, 구충제, 진드기 퇴치제 처방 및 정기건강검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잘 키운 염소를 높은 가치로 판매할 수 있는 시기나, 기본적인 금융 지식 교육을 제공해 시장에 대한 이해와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예상치 못한 최악의 가뭄,
스마트 농법으로 돌파구 찾아
세이브더칠드런은 염소 배분 외에도 가정 내 텃밭 경작을 지원해 아동들이 건강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도록 합니다. 동부콩, 케일, 토마토, 양배추 등 건조한 기후에서도 잘 자라는 농작물의 씨앗을 배분하고, 더 나아가 교육을 통해 농사에 적합한 장소 선정 방법, 땅 고르기, 잡초 관리 방법 등 다양한 지식을 전달합니다. 수확한 농작물의 가공 및 보관 방법을 교육해 춘궁기나 비수확기간에도 굶주림을 방지합니다.
그러나 지난 3년간은 동아프리카 지역에서 기근 위기가 우려될 정도로 최악의 가뭄이 이어졌습니다. 바로, 기후위기 때문입니다. 우기임에도 평년 강수량보다 훨씬 적은 비가 내리며 가뭄이 장기화 됐고, 생활 식수가 부족해져 농작물의 수확량이 눈에 띄게 감소했습니다. 우간다 카라모자 지역도 여파를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이런 문제를 발견한 세이브더칠드런은 기술을 활용합니다. 아프리카 대륙의 메마른 땅에서 성공적인 경작은 물을 다루는 기술에 달려 있습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한정된 수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후스마트농법을 도입했습니다. 이른바 점적 관개(Drip Irrigation)라고 불리는 방식인데요, 토양 표면 위에서 천천히 물을 떨어트려 물의 증발을 최소화하는 방식입니다. 정확히 농작물의 뿌리에만 물을 공급해 적은 양으로도 충분한 영양분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기술을 기반으로 점적관개시설을 설치하고 각 가정에 확대해 기후위기에서도 회복탄력성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로베이(Lobei) 마을에 살고 있는 무니스 레아((Munyes Leah)씨는 올해 수확한 농작물로 온 가족이 배불리 먹을 수 있었고, 남은 농작물을 시장에 판매해 90,000 우간다 실링(약 34,000원) 소득을 남겼습니다. 이 돈으로 책, 의약품 구매 등 가정 내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할 수 있었죠. 가정의 생계 역량을 키워 자립에 성큼 다가가게 도운 것입니다.
"마을마다 떼를 지어 다니는 하얀 염소들은 희망입니다. 저희가 지원한 염소가 아이들과 가족들의 삶을 바꾸고 지역사회에 눈에 보이는 변화들을 가져온 것을 매일 목격합니다. 염소 재배분 활동에 참여한 마을 주민들 사이에 나눔과 협력의 문화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어렵고 힘든 이웃을 위해 염소 우유를 나눠주거나, 서로가 가진 식료품과 지식을 이웃 사람들에게 공유하는 행동의 변화가 나타났어요. 각박한 생계로 거칠고 위험했던 지역사회에 공동체 문화가 살아나고 있습니다."
- 릴리안 (세이브더칠드런 우간다 직원) –
이처럼 <아프리카에 빨간염소 보내기> 캠페인은 한 번으로 사라지지 않고 그곳에서 자라나고, 살아나는 후원입니다. 이제 세이브더칠드런은 탄자니아 도도마 지역으로 향합니다. 약 19,000명의 아이들과 가족이 배불리 먹고, 아이다운 꿈을 꿀 수 있도록 희망을 선물할 계획입니다. 나의 기부로 아이들의 굶주림을 해결하고 눈에 보이는 진짜 변화는 만드는 캠페인! 지금 바로 함께 해주세요.
글 커뮤니케이션부문 신지은 취재 국제사업부문 김유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