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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내전 종식은 아동을 위한 전환점" 시리아 사무소장 라샤 무레즈 인터뷰
긴급구호
2024.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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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8일 새벽, 시리아에서 14년간 지속한 내전이 사실상 종식됐습니다. 지난 몇 년간 분쟁의 시작만을 목격하다 보니 분쟁이 끝난 뒤 시작되는 회복의 과정에 대해서는 생소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리아, 예멘, 남수단 중동과 아프리카의 분쟁지역에서 주로 활동해온 인도적지원 전문가, 세이브더칠드런 시리아 사무소장 라샤 무레즈의 인터뷰를 통해 시리아 내전 종식 그 이후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브뤼셀에서 열린 2024 시리아 컨퍼런스에서 '긴급상황에서의 교육' 세션을 진행하는 라샤 무레즈 사무소장 (왼쪽 세 번째)



Q. 분쟁이 종료된 소식을 들은 시리아인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지난 몇 주 동안 시리아인들이 느낀 감정의 소용돌이를 온전하게 설명하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14년간의 지난한 분쟁 끝에 심장이 멎을 것만 같은 전환점이 찾아온 것은 분명합니다. 많은 시리아인은 12월 8일 새벽, 아사드 정부가 52년 만에 몰락하리라는 것을 꿈에도 몰랐을 것입니다.



 시리아 난민캠프의 텐트 밖에 앉아있는 피라스(6살, 가명)



Q. 여전히 시리아 아동이 겪는 어려움이 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벌써 10년도 넘도록 시리아의 가족들은 분쟁과 이주, 상상할 수 없는 고난을 견뎌내며 끊임없는 위협으로부터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고군분투해 왔습니다. 시리아인은 이웃 국가의 난민 캠프, 국경 지역, 지중해를 가로지르는 위험한 여정을 왔습니다. 수백만 명의 아이들이 전쟁의 포화 속에서 태어났고, 많은 아이들이 전쟁밖에 모르는 채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시리아 아이들은 신체적, 정신적 피해와 상실, 폭력을 경험했으며, 자유와 존엄성을 비롯한 기본적인 권리를 박탈당했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보호자 없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야 했고, 다른 가족들을 돌보기 위해 거리로 나서야 했습니다.


오늘날 시리아 아동의 4명 중 3명에 해당하는 750만 명의 어린이들이 인도적지원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250만 명은 집이 없이 실향민이 됐으며, 그 중 절반은 과밀한 난민촌에 머물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겨울철마다 혹독한 추위로 동사, 질병 등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시리아에서 쌀 1kg을 구하려면 한 달 치 월급에 해당하는 비용이 듭니다. 이미 급성 영양실조로 고통받는 아동이 50만 명에 달하는 상황에 식료품 가격 인상은 아이들의 생존을 어렵게 합니다.




 시리아 이들리브 - 가족들을 돕기 위해 땔감을 모아서 집으로 향하는 파델(10살, 가명)



Q. 내전이 끝나도 기존에 겪고 있는 인도주의적 위기가 해결되지 못하고 있군요?


네. 지금과 같은 전환기를 반전의 기회로 삼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시리아 아이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평화로운 미래를 제공하기 시작해야 합니다. 시리아의 가족들은 상상할 수 없는 위기 속에서도 회복력을 간직해왔습니다. 수년간의 전쟁과 지난해 지진의 여파에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문을 열고 음식을 나누는 등 특별한 연대를 계속해왔습니다. 이제는 전 세계가 시리아의 재건을 위한 여정을 지원할 차례입니다.


우선, 긴급한 생명을 구하는 인도적지원은 여전히 중요합니다. 필수적인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지원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더 나아가 시리아인들이 원조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도와야 합니다. 거주지, 학교, 병원을 짓고 시장이 기능할 수 있도록 지원해 부모들이 자녀를 부양할 수 있도록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합니다. 특히 학교는 아이들이 배우고, 성장하고,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안전하고 포용적인 공간이 되어야 합니다.



 시리아 알레포 - 지진으로 무너진 지역을 아버지와 함께 걷는 마문(8살, 가명)  



Q. 전 세계로 퍼진 시리아인들의 본국 송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본국 송환에 앞서, 시리아에서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지키고, 안전히 살아갈 환경을 갖춰야 합니다. 시간과 투자가 필요한 일입니다. 시리아 난민들의 귀환은 정보에 근거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봅니다. 자신의 미래에 관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자발적이어야 합니다.


오랫동안 전 세계의 관심과 기금은 시리아에서 멀어져 왔습니다. 이제는 투자를 통해 시리아의 회복과 재건에 함께하고 미래를 바꿀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했습니다. 생존에 급급했던 시리아인들의 삶을 성장과 안정, 희망으로 변화시킬 기회입니다.



 시리아 북동부 실향민 캠프의 임시교육공간에서 수업을 듣는 라자브와 친구들(14살, 가명)



Q. 마지막으로 하실 이야기가 있을까요?


시리아 북부에 사는 9살 소년 새미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새미는 평생을 하나의 난민캠프에서 다른 난민캠프로 이동하며 폭력, 경제 붕괴, 자연재해를 피하며 살아왔습니다. 작년에는 시리아 북부에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대지진에서도 살아남았습니다. 생존을 위해 학교를 그만두고 일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학업을 이어갈 만큼 의지가 강한 아이이기도 합니다. 


다행히 세이브더칠드런을 통해 긴급생계비를 지원받고 학교에 머물며 꿈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새미의 이야기는 시리아 아이들이 품고 있는 회복력을 보여줍니다. 새미 한 명에게 투자할 때마다 시리아에 더 나은 미래를 가져올 수 있는 희망이 싹틉니다. 시리아에는 기회를 기다리는 수천, 수만 명의 새미들이 있습니다. 이제는 국제사회가 나서서 시리아의 아이들과 함께해야 합니다. 이 전환점이 희망, 기회, 존엄성의 회복이라는 새로운 장의 시작이 되게 할 때입니다.





 시리아 북동부 실향민 캠프의 임시교육공간에서 수업을 듣는 산디(9살, 가명)



세이브더칠드런은 2012년부터 시리아에서 아동 480명을 포함해 830만 명에게 음식, 깨끗한 물, 쉼터, 정서 및 심리사회적 지원, 의료 서비스 및 교사 연수를 포함한 교육 서비스를 지원해왔습니다. 2024년에는 52만 명 이상의 아동을 포함해 96만 명 이상의 사람들을 도왔습니다.



정리 신지은(커뮤니케이션부문) 사진 세이브더칠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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